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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트럼프 선언은 新중동 정치질서 재편 신호탄

미국·이스라엘·사우디 3각 공조로 이란 고립 의도…각국 지도자 이해관계 때문에 팔 주민만 고통

김동문 중동전문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1(Thu) 08:0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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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7일 새벽, 필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시위현장을 보여주는 뉴스를 봤다.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사이의 분리장벽 안쪽, 베들레헴 자치도시 초입인 그곳에선 트럼프의 선언 직후부터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진행 중이었다. 뉴스 화면 중 트럼프를 풍자한 그림이 그려진 분리장벽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올해 봄 필자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없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매일 새벽 3~4시쯤, 예루살렘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보안검색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 주민 300~400명이 오가던 길목이었다.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잠재적인 테러리스트, 보안사범이 되고 있는 그들의 현실이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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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팔 자치정부 수반 모두 정치적 위기

 

12월7일만 해도 3발의 미사일이 가자지구에서 날아왔다. 이스라엘군은 7일 저녁과 9일 아침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 희생자가 발생했다. 한곳에선 유혈충돌과 군사적전이 벌어졌고, 시위는 점차 이슬람 세계 전체로 번져갔다. 말 그대로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 관련 뉴스는 지금 한국 언론에서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다.” 12월6일 오후(현지 시각) 미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했다. 트럼프의 선언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치밀하게 계산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다. 그러나 나름의 기획은 엿보인다. 이번 선언 이전에 공개적·비공개적으로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같다.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3국은 동일한 이해관계에 놓여 있다. 이들 모두에게 이란은 주적(主敵)이다. 이들 3개국은 테러와의 전쟁, 이란 견제 등의 영역에서 아주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동 내에서의 이란 고립과 이스라엘의 탈(脫)고립 및 약진을 목표로 한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 Al Saud·32) 사우디 왕세자 중심의 중동 재편이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사이에 모종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정황 증거는 많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회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빈 살만의 사우디는 이미 친(親)이스라엘 노선에 서 있으며, 그를 중심으로 중동이 재편되면서 줄서기가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를 비롯해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압바스 수반 모두가 위기국면 전환이 필요한 처지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68) 총리는 부패 혐의로, 그의 아내는 공금횡령 혐의로 지금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번 트럼프발(發) ‘이벤트’를 통해 가자지구를 옥죄고, 팔레스타인을 더욱 통제하는 준전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하마스 정권과 압바스의 파타 진영 연합정부도 이들에겐 눈엣가시였다.

 

이보다 앞서 이어지던 인접 국가와의 대치도 눈에 띈다. 11월10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르 알라는 사우디가 이스라엘에 레바논을 공격하도록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12월4일 저녁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북서쪽 5km 지점에 위치한 자므라야(Jamraya)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지역 언론은 한 주 사이에 두 차례 이상의 공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IS)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엔 전혀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던 것과 비교해 많은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82)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미 임기가 끝났음에도 수년 전 가자 전쟁을 핑계로 선거를 치르지 않은 채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05년 4년 임기로 자치정부 수반에 취임했다. 그러나 2008년 12월27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하마스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이 벌어져 2009년 1월 예정됐던 선거가 무제한 연기됐다. 이후에도 두 차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위한 선거(수반 및 의회)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시행되진 않았다. 이들 모두에게 지금과 같은 충돌은 위기상황 전환에 있어 손해 될 것이 없다. 트럼프 선언을 저마다의 정치적 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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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사우디의 긴밀한 물밑 작업

 

이제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 얘길 해 보자. 그는 트럼프 중동평화안의 가장 중요한 협력 상대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3월14일, 빈 살만은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빈 살만은 시리아·예멘·바레인·이란 그리고 IS·헤즈볼라·하마스 등 여러 이슈에 관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5월 하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갑작스러운 변화들이 몇 가지 발생했다. 사우디와 중동 국가들의 카타르 단교 사태가 발생했고 사우디에서 빈 살만이 왕세자로 책봉됐다. 그리고 사우디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방문을 요청하는 등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밀월관계에 진척이 있었다.

 

5월20일 트럼프는 사우디 공식 방문 중 리야드에서 빈 살만에 대한 깊은 유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사우디 방문 중 행한 공식 연설에서 이란을 맹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아랍과 무슬림 국가들은 IS·헤즈볼라 등 조직들에 자금을 대는 통로를 동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6월5일 사우디는 카타르와 단교했다. 아랍에미리트·바레인·예멘·이집트·리비아 등 아랍 6개국을 비롯한 13개국 역시 단교했고, 요르단 등 4개국은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 가장 큰 수혜자는 사우디였다. 이란 고립시키기, 터키의 남하정책 막아내기, 알자지라방송 없애기 등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빈 살만의 순조로운 왕위계승을 추진하는 일련의 수순으로 볼 여지가 크다.

 

6월17일엔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경제협력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걸프 연안 국가에서의 이스라엘의 경제활동 방안과 이스라엘 국적기인 엘-알의 사우디 영공 통과 등 구체적인 방안이 협의되고 있다는 보도였다. 나흘 후엔 사우디의 왕위계승자인 왕세자가 전격 교체되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무함마드 빈 나예프(Mohammed bin Nayef·58)의 왕세자 지위를 박탈하고, 빈 살만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해 이례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역시 빈 살만에게 전화해 축하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은 “이번 왕세자 책봉이 이스라엘과 중동의 경제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윱 카라 공보부 장관은 “빈 살만의 책봉은 중동에서의 더 많은 경제협력을 뜻한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반응은 계속됐다. 반이스라엘 이념의 중심인 사우디 왕세자 지위 찬탈이 벌어졌음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다음 날 이란 관영 파르스통신(FNA)은 “18대의 이스라엘 전투기가 빈 살만 왕세자 책봉을 위협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사우디 리야드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9월7일 사우디의 실세 빈 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AFP 등이 10월20일 보도했다. 보름 후인 11월4일 레바논 사드 하리리 총리는 사우디 방문 중 이란의 위협과 헤즈볼라의 암살 공포를 언급하며 갑작스럽게 사임 성명을 발표했다. 11월10일 레바논의 최대 무장 정치조직인 헤즈볼라는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를 붙잡고 있고, 이스라엘로 하여금 헤즈볼라를 공격하도록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아직도 하리리의 돌발 선언 배경은 논란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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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 이스라엘과 급속도로 가까워져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일종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있다. 보수 이슬람 왕정국가이며,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 왕실이 이스라엘과의 우호관계를 넘어 맹방(盟邦)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빈 살만의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신중동 정치질서 재편은 이란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와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들 국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중동 재편을 위한 밀월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선언이 이뤄진 것이다. 중동전쟁 가능성에 관한 소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잊힌 사람들은 발언권과 결정권을 상실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다. 이들은 이미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인 삶을 살고 있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스라엘군에 공격 명분을 안겨주던 하마스 무장세력, 팔레스타인 주민의 복지와 인권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문제다.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이들은 모두 다 머나먼 존재다.

 

무엇보다 동예루살렘 주민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가옥 불법 점거 및 파괴, 일상화된 불심검문과 검색, 폭력 등 때문이다. 동예루살렘 거주자에 대한 통제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동예루살렘 주민 중 76%(어린이 중 83.4%)가 빈곤층이다. 교육환경도 열악하다. 교실 2000개가 부족하다. 이 지역 주민 40%는 수돗물 공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나 파타 등 투쟁조직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들을 더욱 자극할 여지 또한 남아 있다. 주민들에겐 지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권리와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말싸움 속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신음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예루살렘은 어떠한 상징이 아닌, 일상이며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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