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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유아인 댓글 논란, SNS 과몰입하는 우리 사회 자화상

안드로메다로 간 ‘애호박 게이트’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6(토) 20:00:00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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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SNS 논란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시작은 지난 11월18일 한 누리꾼이 SNS에 올린 글이었다. ‘유아인은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지만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음’이라면서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이라고 쓴 것이다.

 

 

유아인 댓글, 여혐·남혐 논란으로 발화

 

여기에 유아인이 직접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라는 답글을 썼다. 대중이 연예인에 대해 다양한 감상을 말할 수도 있는데 굳이 대응한 유아인도 과도했지만, 누리꾼들의 대응은 더 이상했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라는 말은 가벼운 농담 정도로 보이는데도, 누리꾼들은 ‘맞아봤음?’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폭력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논란이 번지면서 이른바 ‘애호박 게이트’의 ‘헬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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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태의 방향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흘렀다. 여성혐오·남성혐오, 즉 여혐·남혐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누리꾼이) 그냥 한 말인데 애호박으로 때린다니 한남(한남충의 준말, 김치녀의 반대말) 돋는다’는 지적에 유아인은 ‘그냥 한 말에 그냥 한 말씀 놀아드렸는데 아니 글쎄 한남이라녀(코 찡긋) 잔다르크 돋으시네요’라고 응수했다. 이 밖에도 ‘너 한국남자 맞으세요 ... 여자가 (이런 글을) 올렸으면 팬들이 깔깔 웃으면서 농담이라 그랬을까?’ ‘요즘 장난이라도 남자가 때린다는 표현 쓰는 게 인식이 좋지 않네요’ 등등의 반응이 나오면서 유아인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암시한 것처럼 몰아갔고 그것이 최근 예민한 이슈였던 여혐·남혐 주제를 발화시켰다. ‘애호박’이란 키워드가 성폭력을 암시한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었다.

 

이 논란에 유아인이 다시 기름을 끼얹는다. 11월25일 새벽에 불특정 다수 누리꾼들과 실시간 댓글 전투를 벌인 것이다. ‘쓸데없는 말해서 신세 조진다’는 글에 ‘내 신세, 아님 네 신세? 뭐가 더 나은 신세일까’라고 응수하고,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데’라는 말에는 ‘너는 왜 가만히 안 있니? 반이라도 가지’라고 했다. ‘살아라. 제발 살아라. 내 인생 말고. 너희 인생을!’ 등의 말로 누리꾼을 자극하며 자신이 벌인 전투에 대해 ‘일당백 아니고 백 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면서도 살아남는 나의 정신력’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누가 이기는지 한번 두고 보자’는 식으로 더욱 전투력을 올렸다.

 

 

페미니즘 논란, 인권침해 논란으로 번져

 

유아인은 자신이 여성혐오자로 몰린 것에 대해 ‘애호박 드립에 애호박 드립으로 성별 모를 영어 아이디님께 농담 한 마디 건넸다가 마이너리티리포터에게 걸려 여혐한남(여성을 혐오하는 한국남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고 했다. 마이너리티리포터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온 말로, 이 영화는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의 마음속을 미리 간파해 검거한다는 내용이었다. 즉,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농담 한 마디 했을 뿐이고 애호박은 그 사람이 먼저 언급한 것을 장난으로 받아친 것에 불과한데,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을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여성혐오자로 낙인찍었다는 한탄이다.

 

유아인이 이렇게 언급하자 ‘애호박 게이트’는 ‘공식적’으로 페미니즘 논란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유아인 SNS 논란에 끼어들어 당연하다는 듯이 페미니즘을 논했다. 이 전쟁에 한서희가 참전한다. 한서희는 빅뱅의 탑과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고 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물의를 빚었어도 어쨌든 유명해지면 그게 일종의 스타덤처럼 작용하면서 유명인 행세를 하는 할리우드를 방불케 한다. 그 한서희가 유아인에게 일침을 가하면서 사태는 더욱 뜨거워진다.

 

유아인이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에만 힘쓴다는 말은 남성들에게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만 힘쓰라는 말과 같다’라고 했는데, 한서희가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에만 힘쓰죠’라며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등등 한국 남자들이 만든 여혐 단어들이 넘쳐나는데 고작 한남이라고 했다고 증오? 혐오? 페미 코스프레하고 페미 이용한 건 내가 아니다’라며 페미니즘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자 유아인은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긴 글을 발표했고 전투는 더 치열해졌다.

 

이 싸움에 영화 평론가까지 끼어들었다. 박우성 영화 평론가가 ‘유아인은 여성을 혐오하는 다수자의 오래된 역사와 대결하지 않는다. 대신, 그 불편부당한 역사에 저항하는 소수자의 힘겨운 역사에 시비를 건다. 이제부터 그는 피해자를 이중 삼중으로 짓밟으며 생존을 이어가는 가해자의 상징적 얼굴이 될 것이다’라며 ‘유아인이 ‘사랑’하자며 권하는 곳은, 짓밟힌 사회적 소수자를 자양분 삼는, 특히 여성을 때리고 강간하고 살인하는, 유아인류(類)의 한국남자는 모르는/몰라도 되는/모른 척하는 ‘폭력’의 세계다. 또 ‘메갈리아’(남성혐오 사이트)가 ‘메갈짓’을 할 수밖에 없는 계기를 숙고했다면 감히 ‘메갈짓’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메갈짓’의 계기에 ‘메갈짓’이라 비아냥거리는 한국남자들의 여성혐오가 있다’라고 한 것이다.

 

어떤 논의가 너무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걸 누리꾼은 ‘안드로메다로 간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애호박 게이트’는 확실히 안드로메다로 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신과 의사가 전쟁의 대미를 장식한다.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유아인의 SNS 글을 보고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한 것이다. 경조증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후폭풍과 유사한 우울증’으로 빠지면 ‘억수로 위험’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심도 깊은 상담도 없이 SNS 글만으로 의사가 진단을 내리는 것도 부적절하고, 게다가 그 내용을 만인에게 공표한 것은 의료윤리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애호박 게이트’는 의사 직업윤리와 인권침해 논란으로까지 비화했다.

 

이 황당한 사태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차트를 점령하고 수많은 매체에 의해 보도되며 무려 반 달 정도를 끌다가, 유아인이 SNS 대응 중단을 선언하며 12월초에 종결됐다. 하지만 누리꾼이 유아인의 SNS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재개될 수 있는 일종의 휴전 상태 같은 느낌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SNS에 과몰입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초에 유아인이 ‘애호박’ 글에 대응할 일이 아니었지만, 설사 대응했다 해도 왜 사람들이 거기에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였는지는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SNS 글 하나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사생결단의 자세로 달려드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많아졌다. SNS를 통해 사회생활을 해 온 10대들이 사회인이 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SNS 관종’들 끼어들어 논란 더욱 격화

 

SNS가 워낙 크게 주목받으니 일이 터지면 ‘SNS 관종’, 즉 SNS를 통해 관심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끼어든다. 시위대를 폄하하는 ‘전문 시위꾼’이란 부정적 표현이 있는데, ‘SNS 관종’에게 그야말로 적합한 표현이다. SNS 논란이 터지면 일단 끼어들어 가장 과격하고 극단적인 의견 개진으로 주목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의 과격한 글에 사람들이 더욱 자극받아 논란이 증폭되고, 그러면 ‘SNS 논란꾼’이 더욱 분발하는 악순환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남성혐오 문제가 얼마나 뜨거운 이슈인가를 절감하게 했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는 농담에서 여성혐오 논란을 터뜨린 사람들의 강박적 상상력도 놀랍지만, ‘얼마나 그 문제에 민감했으면 농담 한 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까’라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한남, 메갈, 페미니즘’ 등의 키워드가 제시될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이 활활 타올랐고, ‘인터넷 관종’의 전투력도 타올랐다.

 

사회 모순, 부조리, 갈등 요인이 있을 때 합리적으로 대처하며 관용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면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보복에 보복으로 맞서며 대치하면 사회 갈등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애호박 게이트’가 여혐·남혐 난전으로까지 번진 것은 이 문제가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 문제를 방치해 상호 증오가 쌓이면 합리적 해결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어쩌다 여성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이 여혐·남혐 증오의 덫에 걸렸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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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태는 또, 연예인의 태도도 돌아보게 한다.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는 농담을 다른 연예인이 했으면 일이 이렇게 안 커졌을 것이다. 유아인이어서 문제였다. 유아인은 그 전부터 SNS에 사람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든 글들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토로하는 것도 화제였다. 이런 것들이 인터넷 ‘떡밥’이 되어 논란꾼들을 유인했고, 이번 사태에 ‘만선’이 된 것이다. 자기 생각을 개진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언어와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거기에서 벗어나면 누리꾼의 표적이 되기가 쉬운데, 설리와 유아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누리꾼이 뭐라고 한 것에 일일이 날 선 대응을 했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최근에 정준하가 누리꾼과 댓글 신경전을 벌였다가 그의 명예만 실추되고 말았다. 유아인도 이번 논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으면 사태가 반 달 가까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연예인의 날 선 대응 그 자체가 사태를 타오르게 하는 연료 구실을 한다. 정말 물러설 수 없는 대의명분이 있다면 또 모르되, 일반적인 지적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연예인에게 자살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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