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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활자 저널리즘보다 독자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 저널리즘

지나친 기교는 오히려 저널리즘 신뢰도 헤쳐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2(Tue) 08: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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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서 열린 ‘노예시장’에서 전투복 차림의 판매자는 “땅 파는 사람 필요 없나요? 여기 땅 파는 사람 있습니다. 크고 힘센 남자죠”라고 말했다. 구매자들은 “500, 550, 600, 650…(디나르)” 라고 외치며 손을 들었다. 몇 분 안에 경매가 끝나며 팔린 남성들은 곧 새 주인에게 넘겨졌다.

11월 CNN이 보도한 리비아의 ‘난민 노예시장’의 실태에 관한 기사다. 오랜 현장취재에 기반, 탄탄한 스토리텔링까지 갖춘 이 기사는 독자들의 분노와 동시에 난민들의 상황에 감정이입하며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만약 이 ‘난민 노예시장’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다면 어떨까. 눈 앞에서 10대 아프리카 소년이 철창에 갇혀 마치 동물처럼 팔려가는 것을 본다면? 더욱 상황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활자로 리비아 난민의 모습을 접할 때보다 더 강렬한 충격을 받고 더 분명한 상황인식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럼 기자가 보도를 통해 전하고 하던 메시지가 더 명확하게, 더 파급력있게 전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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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기술과 저널리즘의 융합은 보다 몰입감 높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가상현실 저널리즘’이다. 인터넷 뉴스의 등장과 함께 빠르게 변해온 저널리즘 시장, 특히 영상기술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저널리즘은 더이상 일방향의 뉴스제공이란 기존의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게됐다. 누구라도 뉴스제공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뉴스 제공자와 소비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점점 더 많은 뉴스소비자들이 뉴스와 밀접한 인터랙션을 하는 시대인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상현실 저널리즘은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초의 가상현실 저널리즘은 엠블메틱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노니 드 라 페나가 2013년 제작한 ‘로스앤젤레스에서의 굶주림(Hunger in Los Angeles)’이다. 미국의 빈곤층의 삶을 시청자에게 직접 체험하게 하는 VR 활용 보도물이었다. 페나는 이후 ‘프로젝트 시리아(Project Syria)’를 통해 시리아에서 민간인에게 로켓포가 떨어진 현장을 VR로 구현했다. 시청자에게 특정 사건의 현장을 직접 겪는 것 같은 실재감을 전달함과 동시에 독자들(이 경우 시청자)에게 몰입도 높은 감정 이입 경험을 줘 VR과 저널리즘의 성공적인 접목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런 가상현실 저널리즘에 있어 저널리즘의 본질인 ‘신뢰도’와 매체 형태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산하 미디어이펙트리서치 연구소(Media Effects Research Laboratory)에서 가상현실과 360도 회전카메라 영상, 활자로 된 기사를 접한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활자로 된 기사를 읽는 것보다 360도 회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이보다는 가상현실로 이야기를 접한 참가자들이 더 높은 몰입도를 보이고 더 큰 감정 이입도를 보였다. 이 연구를 진행한 샤이엄 선다르 석좌교수는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우리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사용해 실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가상현실을 접한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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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상현실 속에서 지나친 그래픽 요소가 가미되면 오히려 독자들의 기사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그는 경고했다. 체험감의 강도와 기사의 신뢰도는 직접적으로 결부돼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상현실 속 화면을 더욱 현실적으로 구현해낼수록 해당 가상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는 올라갔다”며 “개발자들이 이야기를 게임화해버린다거나 너무 비현실적으로 만들어버려 현실감을 잃는 즉시 참가자들은 그 이야기의 사실여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게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가상현실로 기사를 제작할 때 활자로 기사를 제작할 때에 비해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가상현실로 구현된 ‘현실’ 속 ‘디테일’들이 독자들의 기억 자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다르 교수는 “실제로 참가자들의 기억이 가상현실로 구현된 저널리즘의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심리학, 행동 및 소셜 네트워킹’ 최근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129명의 참가자들에게 세 가지 방식의 이야기를 읽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잡지 기사를 읽거나 360도 회전 영상을 보거나 카드보드 뷰어로 가상현실 작품을 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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