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의 시계, 2018년 6월13일로 맞춰졌다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1 13:44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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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광역단체 6곳 수성 목표… ‘친박 청산’ ‘인재 영입’ 투 트랙 전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적 시간표는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에 맞춰져 있다. 지방선거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전국 6곳(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의 광역자치단체장을 지키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대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 축은 친박 청산을 통해 당 장악력을 높이고 ‘홍준표 당’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축은 참신한 인재 영입을 통해 ‘6개 광역자치단체장’을 수성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승부수를 던진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며 친박 청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서청원 의원에 대한 자진탈당도 권유한 상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실망한 민심을 달래고 당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조치다. 두 의원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홍 대표가 혁신의 1단계인 친박 청산에 있어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 기세를 몰아 2단계인 당협위원장 교체에 나섰다. 홍 대표는 12월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지구당 조직을 점검해 보니 30% 이상이 아무런 조직도 없고 핸드폰 하나로 지구당을 유지하는 ‘핸드폰 위원장’”이라며 “핸드폰 위원장을 데리고 우리가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핸드폰 위원장은 별다른 지역관리 없이 가끔 당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협을 유지하는 위원장을 일컫는다. 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앞서 12월4일 최고위원회에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당시 당무감사위는 당협위원장을 박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커트라인을 함께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교체비율은 최고위 논의로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홍 대표가 30%라는 수치를 적시하면서 당내에서는 이 수치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직 정비를 통해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이지만 비홍(비홍준표)계가 ‘사당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월5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洪, 당협위원장 물갈이도 착수

 

특히 홍 대표가 “대구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발언해 사당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당권을 장악한 홍 대표가 서울 등 격전지가 아닌 대구 당협위원장을 신청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겠다는 오만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11월30일 대구를 방문해 “대구에 당협위원장 자리가 2개 비어 있다”며 “연말에 조직개편을 할 때 당협위원장 자리에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어 있는 대구 북 을(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달서 병(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당협위원장 중 한 곳에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홍 대표가 줄을 세우고 있다”며 “홍 대표가 공천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발언을 하니까 걱정되는 분들은 당내의 이런 잘못된 사안에 대해 말을 못한다”고 비판했다. 중립파 원내대표 단일후보인 한선교 의원도 “우리가 가장 큰 명제로 삼은 것은 당내 화합, 사당화를 막는 것”이라며 “여기에 뜻을 함께해 중립지대에서 큰 뜻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 이주영·조경태 의원은 사당화를 막기 위해 한 의원의 당선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의 고질이라고 할 수 있는 계파정치 청산, 사당화 방지를 위해 우리가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라며 “전폭적으로 한 의원 당선을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친홍계인 김성태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강력한 대여투쟁력’을 꼽고 있는 홍 대표는 한국노총 출신인 김 의원을 그 적임자로 판단하고 있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무성 의원도 홍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원외인 홍 대표는 자파 원내대표를 통해 원내 활동에 적극 개입하며 친정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12월5일 관훈토론회에서 “다음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원내의 일에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정우택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막혀 원내 업무엔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나경원 “홍 대표가 줄 세우고 있다” 비판

 

홍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새 인물 물색과 조직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 “전국 동시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바람”이라며 “수도권 승부에서 우리가 프레시(fresh·신선한)한 인물만 내면 바람이 불고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우파는 인물을 키운 적이 없다”며 “새 인물도 키우고 같이 경쟁하며 보수우파 재건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의 새 인물도 충원하고 정책과 조직을 혁신해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필승전략의 하나로 전략공천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놓고 홍 대표와 친박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홍 대표는 “부산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대안이 있다”며 “당에 불평하지 말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친박계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공천배제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에 서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 의지를 나타낸 건 자기 세력을 모아 당을 관리하고 장악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어 “처음부터 선을 긋고 ‘누구는 된다, 안 된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 측에선 부산시장 후보로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을 거론하고 있다. 안 전 위원장은 홍 대표의 측근인 이영수 ‘NEW한국의 힘’ 회장의 동서다. 이 회장은 지난 대선 때 전국 18개 지부, 252개 지회, 20여 해외 지부에 총 30만 회원으로 결성된 NEW한국의 힘을 활용해 홍 대표의 선거운동을 적극 도왔다. 이 때문에 홍 대표가 서 시장 대신 자신의 측근과 가까운 인물을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경남지사 후보로는 홍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이 전략공천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당내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 대표 밑에서 근무했던 경남도 간부 공무원들도 공천을 내락받았다는 듯이 대거 시장·군수 후보로 나서고 있다. “원수라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하겠다”는 홍 대표의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자기 사람 심기가 도를 넘고 있어 당내 역풍이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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