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Talk] 선물시장 진입한 비트코인의 변수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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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

 

비트코인이 탄생하고 난 뒤 1비트코인이 1000달러가 되는데 1789일이 걸렸습니다. 1000달러에서 2000달러가 되기까지는 1277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엄청난 가속이 붙습니다. 2000달러에서 3000달러에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45일, 3000달러에서 4000달러를 뚫는 데는 10일이면 충분했습니다. 1000달러의 간격을 돌파하는 시간은 점점 단축됩니다. 1만2000달러에서 1만3000달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7시간이 필요했고 1만3천달러에서 1만4천달러를 돌파하는 데는 3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파죽지세로 우상향하는 비트코인입니다. 지금 1비트코인의 가격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12월8일 오전만 해도 2400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가상화폐에 관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던 지난 7월, 비트코인은 300만원 대였는데 불과 반년 만에 8배가 뛰어올랐습니다. 그런데 점심 때 큰 변동이 생겼습니다. 한때 2000만원이 붕괴될 정도로 급락했고 지금은 다시 조정을 거듭하며 2100만~2200만원 대를 왔다갔다하는 중입니다.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뚫은 게 11월26일입니다. 11월27일 연재글을 쓸 때 첫 문장은 '1비트코인이 10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2주도 지나지 않아 2천만원을 뚫었습니다. 가상화폐로 수익을 본 사람들이 늘어나자 열풍이 불었고 자금이 모였습니다. 등락을 거듭한 다른 코인들과 달리 유일하게 비트코인만은 줄곧 올랐습니다. 일종의 대장 노릇을 하는 대표 선수고 하드포크의 이점과 안정성 등 여러가지 매력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승의 재료로 쓰인 건 비트코인의 선물시장 상장입니다.

 

가파른 비트코인의 상승그래프에서 보듯, 1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근 들어 급상승했다. © 사진=AP연합

 

12월10일과 18일, 시카고에 등장하는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지만 기존 금융계에서는 '버블', '사기'라는 격한 표현을 받으며 외면 받은 비트코인입니다. 금융계는 비트코인을 화폐라고 보지 않습니다. 투기를 위한 수단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취급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던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이 10월31일, 비트코인을 금이나 석유처럼 거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이 발표와 함께 급상승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12월10일부터,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12월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왔다는 건, 비트코인의 신뢰도 향상을 뜻합니다. 게다가 기존 금융시장의 플레이어와 비트코인은 서로 접점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믿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고민보다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를 고민할 단계입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금융기관은 CME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면 이걸 취급하느냐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비트코인 정도의 변동성을 가진 투자처는 없습니다. 실제로 CME그룹의 테리 더피 CEO는 입장이 돌변한 이유를 "고객들이 가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너무나 뜨거운 분야라서 결국은 거래 중개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개인 투자자의 주도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미들은 선물시장 진입을 호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단 주요 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하면 전문 투자자의 진입을 위해 제도적 정비가 이뤄질 겁니다. 개인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대비해 헤지가 가능해집니다. 제도가 갖춰지는 건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뒷받침 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기관투자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기관의 자금이 들어온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파생상품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올해 3월, 비트코인 ETF가 미국에서 계획된 적이 있는데, 당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ETF 거래시장과 상호 감독 계약을 가진 비트코인 시장이나 선물시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도권 내 선물시장에 비트코인이 진입했습니다. SEC의 불허 사유 중 하나가 제거된 셈입니다. 선물시장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된다는 건 이런 긍정적 시그널을 보냅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비트코인을 두고 사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 중 일부는 비트코인을 인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기관투자자 진입으로 더욱 복잡한 시장될 수도

 

반면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트코인 선물 상장→기관투자자 자금→유입비트 코인 가격 상승'이라는 단순 인과관계가 반드시 성립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선물 거래는 공매도(Short selling)가 가능합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 유효한 방법이죠. 만약 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을 기관투자자가 거품이라고 생각한 뒤 공매도를 걸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 시장은 개인 투자자 중심의 단순한 구조였지만 이제는 기관 투자자를 포함한 중층 구조로 바뀌게 되니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것입니다. 비트코인 선물시장 진입은 이처럼 꽤 큰 변화를 수반합니다.

 

위험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CBOE와 CME 등의 거래환경은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의 중개와 판매가 이뤄지는 거래소는 여기에 비하면 초보나 다름없고 감시 체계도 부족합니다. (수시로 서버다운이 일어나는 우리의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로이터는 비트코인의 선물시장 진입을 평가하면서 "시장 조작의 가능성 및 가격 설정의 실수 등 수많은 불안이 따라 다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 비트코인은 주말이면 선물시장에 첫 선을 보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제도권으로 들어올 것 같습니다. CBOE와 CME에 이어서 나스닥(NASDAQ)도 2018년 4~6월 사이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계획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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