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통장 잔고는 미리 관리해야 한다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7 10:44
  • 호수 146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순건망증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P대표는 업무 때문에 하루 종일 휴대폰을 사용한다. 휴대폰 없이는 잠시도 살 수 없는 상황이지만 휴대폰 둔 곳을 잘 잊어버린다. 출근하거나 또는 외출하는 도중에 휴대폰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잦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 성과도 크지 않고, 예전과 달리 일을 요령 있게 처리하지 못한다. 때로는 계약을 성사시켜 물건을 납품하지만 부대비용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물건을 팔고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P대표의 뇌는 심한 과부하를 받고 있는 상태다.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전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전쟁에 모든 물자와 에너지가 집중되다 보니 복지나 문화사업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자질구레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휴대폰을 제자리에 두거나 놓아둔 장소를 기억하는 데도 에너지를 쏟지 못한다. 즉 임팩트가 가해지지 않는다. 이런 기억은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거나 금방 빠져나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으니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증가한다.

 

하지만 부자 나라는 전쟁을 하면서 복지나 문화사업도 동시에 잘할 수 있다. P대표의 머리는 가난해졌다. 젊은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하게 살아도 지금처럼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없었다. 젊은 시절의 뇌는 부자 나라 같았지만 지금은 가난한 나라 같은 상태로 바뀐 것이다. 전쟁과 같은 일에 에너지를 쏟아 붓지 않으면 지금 정도의 가난으로도 별 탈 없이 나라가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전쟁처럼 하루 종일 일에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럴 때 잠시 쉬면서 뇌의 과부하를 줄이면 겉으로는 뇌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다시 뇌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뇌가 가난해진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난이 진행되고 이로 인한 결핍 증상이 겉으로도 점점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세포 재활이 적극적 예방

 

가난해져 가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보충할 수 있는 통장은 보충해야 한다. 예전에 P대표의 뇌 통장은 개수도 잔고도 아주 많았지만 지금은 없어진 통장도 많고 잔고가 줄어든 통장도 많다. 심각한 건 뇌 통장은 한 번 폐기되면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를 줄이거나 잔고를 조금 보충할 수는 있다. 바로 뇌세포의 활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뇌세포를 재활하는 것이다. 뇌세포를 재활하는 것이 적극적인 예방이고 미병을 고치는 치료다. 이런 의미에서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

 

P대표는 많은 치료 표적(multi-target)에 대한 다양한 치료 효과(multi-effect)를 위해 숙지황, 산약, 산수유, 당귀, 천궁 등 여러 종류의 한약(multi-herb)을 이용한 치료를 받았다. 일반적인 치료법과는 패러다임이 다르다. 주된 치료 대상(one major target)에 대한 뚜렷한 치료 효과(major effect)를 목표로 하는 양의학적 치료와 달리 비록 작은 효과(minor effect)를 보이는 한약이지만 십시일반으로 여러 가지 한약의 효과가 모이면 뇌세포는 재활된다.

 

P대표는 뇌세포 재활 치료 후 기억력이 회복돼 휴대폰을 잊어버리는 일도 거의 사라지고 피로를 덜 느끼며 복잡한 일도 쉽게 처리하게 됐다. 겉으로 증상이 회복된 것은 뇌세포 활성이 증가한 것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정기적인 예방치료를 잘 받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