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따른 도발은 ‘화성-15형’ 완성 전주곡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3 22:37
  • 호수 146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욱의 안보브리핑] ‘화성-15형’ 발사로 완성단계 접어든 北 핵개발 로드맵

 

75일 만의 도발이었다. 시기도 절묘했다. 11월초에는 미 항모 3척이 한반도에서 훈련했고, 11월말에는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공군 훈련까지 마쳤다. 이 같은 훈련을 통해 억제력을 과시한 한·미 당국이 방심하기 좋은 시점에 북한은 도발했다. 여기에 북한 내부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내년까지 핵무장 완성을 선언하려면 핵무기와 관련해 보다 의미 있는 진전이 있어야만 했다. 게다가 최근 JSA(공동경비구역)를 통해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는 등 어지러운 분위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북한이 11월29일 새벽 3시17분 발사한 화성-15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최근 1~2년간 북한 미사일 도발을 되짚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올 한 해 동안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을 최초로 공개했다. 2월에는 북극성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지상화한 북극성-2형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5월엔 준대륙간탄도미사일로 평가되는 화성-12형을 공개했다. 7월엔 드디어 북한 최초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형을 공개했다.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중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바로 실전적 검증발사의 반복이다. 그동안 시험발사에서 자국 내 착탄을 고려해 고각발사를 해 왔던 것을, 실전배치를 앞두고선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해 실전능력을 확인한 것이다.

 

북극성-2형은 처음 공개된 지 약 100일 만인 5월21일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 마찬가지로 5월14일에 고각 시험발사에 성공했던 화성-12형은 8월29일에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 9월16일엔 화성-12형을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에서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 두 차례에 걸쳐 정상 각도로 발사된 화성-12형은 일본 상공을 지나 각각 2700km와 3700km를 비행하면서 괌을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11월30일 공개된 화성-15형 시험 발사 모습. © 조선중앙통신 연합


 

화성-15형 수소탄두 싣고 美 본토 타격 가능

 

미사일에 있어 비거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탄두의 파괴력이다. 올해 9월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원자탄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9월3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대형중량 핵탄두, 즉 수소탄 탄두를 공개하고 그날 12시29분에 이 탄두를 폭발시키는 제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유엔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는 6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규모 6.1로 발표했는데, 이는 최소 100kt 이상의 파괴력으로 추정된다.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최대 관심사는 이 대형중량 핵탄두가 과연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북한은 자국 최초의 ICBM인 화성-14형을 7월4일 발사했다. 화성-14형은 대형중량 핵탄두, 즉 수소탄 탑재를 가정하고 발사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날 화성-14형은 고각 시험발사에서 정점고도 2802km, 비행거리 933km를 기록했다. 이를 정상발사로 환산하면 사정거리는 7000~8000km에 불과하다. 미국 본토까지 닿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한계를 의식했는지 북한은 7월28일 밤 11시41분에 또다시 화성-14형의 제2차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번엔 998km를 비행하면서 3724.9km까지 상승했다. 정상 각도 발사로 보면 사거리는 대략 1만km를 넘어 미국 본토까지 닿는다. 하지만 북한은 제2차 발사에선 대형 중량 핵탄두를 장착했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추정컨대 제5차 핵실험 때 사용한 원자탄 탄두의 장착을 가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소탄을 싣지 않은 ICBM은 ‘앙꼬가 거의 없는 찐빵’과도 같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이번에 발사된 화성-15형이다. 화성-15형은 최대 정점고도 447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950km를 53분간 비행했다. 이를 정상 각도 발사로 환산하면 약 1만3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은 화성-15형에 대해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화성-14형과는 달리 수소탄 탄두를 장착하고서도 미국 본토까지 충분히 날아갈 수 있는 대형 ICBM을 개발했다는 말이다.

 

화성-12형이나 화성-14형은 백두산혁명엔진 1개에 보조로켓 4개가 장착되는 형태였다. 북한은 이를 놓고 80톤포스(tf) 출력을 가졌다고 평가했지만, 실제로 메인 엔진은 50톤포스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보조 엔진이 힘을 더하는 형식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추력으론 ICBM 1단 엔진으로서 힘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 보니 제일 좋은 방법은 기존 대출력 엔진 2개를 묶는 것이다. 약 100톤포스 추력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수소탄을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ICBM을 만들 수 있다. 결국 북한은 대출력 엔진 2개를 묶은 화성-15형을 선보임으로써 드디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게 됐다.

 

북한은 화성-15형 발사를 놓고 “국가 핵무력 완성의 거대한 성공탑을 쌓아올렸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분명 화성-15형은 최소한 1개 이상의 수소탄두를 미국까지 실어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발사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결과를 놓고 많은 전문가들은 재진입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를 재진입 능력이 없다거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폄하할 수 없다. 애초에 미사일을 우주 밖으로 내보냈다면 다시 들어오게 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1월29일 새벽 화성-15형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진정한 핵 완성까진 시행착오 겪을 듯

 

오히려 주의해야 할 점은 재진입을 어떤 형태로 하느냐다. 보통 ICBM은 요격을 피하기 위해 MIRV(다중 독립재진입체), 즉 다탄두를 채용하고 있다. 화성-15형은 그 탄두 크기로 보아, 다탄두로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 따라서 북한은 가능하다면 다탄두 기술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며, 머지않은 장래에 다탄두를 만들었다면서 김정은이 직접 대외홍보에 나설 수도 있다.

 

물론 다탄두 기술까지 포함한 ICBM이 완성됐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 화성-15형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서 직접 발사하지 못하고, 간이발사대를 설치하고 차량을 이격시킨 후 발사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액체연료 방식의 ICBM은 운용·유지가 어렵고 발사에 시간이 걸린다. 결국은 고체연료 방식의 새로운 ICBM이 등장해야 언제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실전적 ICBM 전력이 건설된다. 또한 애초에 ICBM 전력을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운용하는 지휘통제 체계가 완성되고 운용전술이 확립돼야 비로소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시점까지 북한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핵전략에선 무기 자체가 전략이 된다. 다소 완벽하지 않더라도 미국 본토에 수소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ICBM을 보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국제정치적으로 갖는 의미는 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