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23만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하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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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민정수석 “내년에 실태조사 하겠다”

 

청와대가 11월26일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23만 명의 서명을 얻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 홈페이지와 공식 SNS 계정 등 게시한 ‘친절한 청와대’라는 이름의 영상을 통해서다. 9월25일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출연해 ‘소년법 폐지 청원’에 대해 답변한 지 2개월여 만이다. 오랜 논란이 있던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으로 반응하면서, 향후 이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3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처음 게재된 낙태죄 폐지 청원글엔 11월26일 현재 약 23만5000명의 서명이 모였다.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을 개설할 당시, 청원이 올라온 후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급 등이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약속한 바 있다. 낙태죄 폐지 청원의 경우 10월29일 20만 건을 돌파해, 청와대 공식 답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소년법 폐지 답변 이후 두 달여 만에 카메라 앞에 앉은 조 수석은 “정부는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해, 그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5년 주기로 실시됐다가 2010년 이후 중단된 임신 중절 실태 조사가 8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그는 ‘낙태’라는 용어에 담긴 부정적인 함의를 고려해 답변 내내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 수석은 이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며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침해될 수 있는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전히 찬반이 팽팽한 예민한 주제인 만큼 조 수석은 현재 임신중절 관련한 법·제도 소개와 함께,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 당시 제기된 근거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6년 10월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 검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정부의 입법예고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靑, 조두순·이국종 청원에도 답할까

 

이번 청와대 답변에 정치권과 관련 시민단체는 즉각 반응했다. 이정미 대표가 낙태죄 폐지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를 약속한 바 있는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청원의 근본적 취지를 확인한 데 대해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거쳐 사회적·법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데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성단체들 역시 정부가 폐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지 않은 데 실망을 표했다.

 

20만 건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이 두 차례 이어지자, 현재 20만 건을 돌파한 다른 청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청원은 9월6일 게재된 ‘조두순 출소 반대’건이다. ‘조두순에 대한 재심을 진행해 무기징역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에 55만 건 이상의 서명이 몰리면서 게시판 개설 이래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참여를 불러 모은 청원은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요청'으로, 2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북한 JSA 귀순병사 치료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화제가 되면서, 11월17일 청원글 게재 후 짧은 기간 내 서명이 쏟아졌다.

 

11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여인원이 기준보다 적은 경우라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선 청와대와 각 부처에서 성의 있게 답변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폐지’와, ‘여성의 국방 의무 동참’ 등 20만 이하의 청원글에도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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