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분석으로 갈 곳 잃은 전사자 고향 찾는다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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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소재분석본부 환경모니터링연구팀을 찾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은 물론 세계 21개국에서 무려 190만 명이 넘는 군 병력이 참전했다. 이때 전사한 수많은 유해를 발굴해도 어느 나라에서 온 군인인지 알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9800여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했지만,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고작 125점에 불과하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이 유해의 고향을 찾기 위해 지난 10월 '6·25 전사자 신원확인 및 과학수사 발전'에 관한 업무협약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과 체결했다.

 

한국전쟁 당시의 전사자들은 워낙 오래된 유해라 유가족 유전자(DNA) 시료를 구하기도 힘들고 유품도 부족해서 신원 확인이 어렵다. 이에 따라 세 기관이 함께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국유단은 유해 발굴을 포함해서 고고학이나 인류학적 판별 쪽을 담당하고 DNA 분석은 국방부, 국과수와 KBSI가 동위원소 분석 연구를 맡는다. 국과수는 안정 동위원소분석을 맡고 KBSI가 방사기원동위원소를 사용해 유해를 철저히 분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동위원소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까? 궁금증 해결을 위해 KBSI 오창센터에 있는 환경소재분석본부 환경모니터링연구팀의 류종식 박사를 직접 찾아갔다.

 

한국전쟁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방사기원 동위원소 분석을 담당하는 KBSI 환경소재분석본부 환경모니터링연구팀 류종식 박사. Ⓒ 김상현 기자

 

화학지문으로 유해의 출생지를 확인

 

한국전쟁 유해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자연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부식돼 토양화가 진행된 상태다. 당연히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보관상태도 열악하다. 미생물 등이나 박테리아가 접촉하면서 DNA가 남아있어야 하는 부분이 손상돼 그저 뼈 조직만 일부 남게 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유해를 가지고 신원을 판별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동위원소 기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동위원소란 같은 원소 중에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소를 뜻하는데 안정동위원소와 방사기원동위원소로 나누어진다. 보통 안정동위원소는 물리, 화학, 생물학적 과정 중에 분별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주로 죽기 전 먹었던 음식 등을 판별하는 데 사용한다. 반대로 방사기원동위원소는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류종식 박사는 “물질마다 동위원소 조성비가 일정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이 그대로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각 나라, 지방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지질학적 특징이 동위원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화학적 지문이라고 부른다.

 

KBSI에서는 스트론튬이라는 방사기원동위원소를 이용해 분석한다. 스트론튬에는 태어난 지역의 특성과 그 지역에서 자란 음식에 대한 특성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것을 분석하면 발굴한 유해가 어느 나라 군인인지 확인 가능하다. 사망한 지 60년이 넘은 유해 속에서 고향의 모습과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채취된 시료(좌)와 레진에 결합한 유해에 용액을 넣어 시료를 분리하는 과정. Ⓒ 김상현 기자

 

적은양의 유해에서 시료 추출 후 첨단 기기로 분석

 

유해를 분석해 고향을 찾았다고 해도 분석하기 위해 많은 양이 필요하다면 문제가 생긴다. KBSI에 따르면유골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양은 1g 정도면 가능하다. 유해 속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원소를 화학적 방법을 통해 분리하기 때문이다. 화학적 방법이라고 해서 복잡하지 않다. 레진이라는 양이온 교환 수지에 용액화 된 유해를 넣고 여기에 특정 용액을 흘려주면 원하는 원소가 분리된다.

 

연구진은 이 시료를 가지고 KBSI가 가지고 있는 ICP-MS(유도 결합 플라스마 질량분석기)로 농도를 측정한다. 이 기기는 이름 그대로 유도 결합 플라스마를 이용해 시료를 이온화시키고, 해당 이온들을 질량 분석기를 이용하여 분리하는 장비다. MCICP-MS(다검출기 유도결합 플라즈마 질량분석기)가 동위원소 분석에 장비로 사용된다. 이 기기는 무려 9개의 검출기로 동위원소를 동시에 측정한다. 검출기가 하나일 때는 시간 차이로 인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MCICP-MS를 이용하면 동시에 동위원소를 분석할 수 있어 오차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류종식 박사팀은 이 기기들을 이용해 유해 속 스트론튬의 동위원소비를 확인하고 기존에 제작된 동위원소 지도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유해의 출신지를 찾아낸다. 우리나라는 이미 산소 동위원소와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지도형태로 구축해 놓았다. 이미 미국과 EU도 많은 부분 구축돼 있다. 다만 중국은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어 중공군의 경우 고향을 찾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실제 발굴한 유해를 분석하는 단계는 아니다. 류 박사는 “아직도 더 많은 시험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라면서 “실제 신원 확인 테스트 후 결과가 좋게 나오면 발굴될 유해에 대해 바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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