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세계인들이 시드니로 몰리는 까닭
  • 하권찬 한국도시개발연구원장 (chanchan@dreramwiz.com)
  • 승인 2017.11.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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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비비드 시드니’에서 찾는 도시축제의 성공 노하우

 

호주 시드니(SYDNEY)는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와 같은 유명한 건축물과 바다와 산을 넘나들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요소가 곳곳에 포진한 도시다. 이곳에서 뉴사우스웨일스주(州) 관광청에서 개발한 시드니의 겨울 축제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가 진행되고 있다.


축제의 시작은, 지극히 지역적 문제였다. 호주와 같은 남반구는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다. 북반구가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의 호주는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반면, 북반구의 여름휴가 시즌에 겨울인 호주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니다. 이에 호주 정부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여러 축제 하나로 모아 겨울을 대표하는 이벤트로 만들었다. 성공여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겨울축제의 필요성만큼은 절실했다.

  

호주 시드니의 겨울 축제인 ‘비비드 시드니’ 모습. ©AP연합

 

 

불빛, 음악, 컨퍼런스 어우러진 이색 향연

 

축제의 내용은 △비비드 라이트(Vivid Light) △비비드 뮤직(Vivid Music) △비비드 아이디어 (Vivid Ideas) 등 세 개의 테마로 나뉜다. 비비드 라이트의 경우 예상치 못한 장소에 조명 미술 조각, 거대 규모의 프로젝션, 설치 작품 등이 배치돼 시내 전역이 신비로운 장소로 변신한다. 그 중에서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돛 조명은 대나무와 나비 날개,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이 그려지고, 여기에 뮤지션들이 상상력을 더해준다. 춤추는 물줄기와 바다 불꽃놀이에 세계 최초의 워터스크린까지 펼쳐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시드니 항(港)의 선박들도 동참한다. 축제 중에는 페리와 크루즈, 수상 택시도 밝은 빛으로 장식된다.


비비드 뮤직은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 홀을 포함, 시내의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데, 비비드의 음악 프로그램은 인디부터 팝, 락 콘서트와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총 망라돼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비비드 아이디어는 패션과 디자인, 영화, 애니메이션, 건축, 게임, 디지털 미디어, 비즈니스 등을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간담회 및 포럼이 펼쳐진다. 단순한 컨퍼런스나 예술마켓이 아닌 세계 최대의 조명기술 페어(Fair)로서 큰 규모와 거래량을 자랑한다. 조명디자이너들과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상상력을 재현하면서 가능성을 구현하고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기술을 수출할 기회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시가 빛의 축제인 '비비드 시드니' 행사를 진행중인 가운데 호주 명물 오페라하우스가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EPA연합​

축제의 결과는 화려하다. 매년 5월말부터 6월 중순까지 열리는 비비드 시드니는 시작된 지 8년 만에 전 세계 최대 빛 축제로 성장했다. 2009년 축제 첫 해 20만 명이 몰리면서 전위적 예술가들이 창조한 불빛은 익숙한 관광명소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시켜 매해 축제를 즐기려는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 2014년에는 전년 대비 79% 증가한 143만명, 2016년의 경우, 170만명이 시드니를 찾았다.   

 

축제의 아이디어는 중국인의 불꽃놀이에서 출발했다. 급증하는 아시아 관광객을 타깃으로 불빛을 소재로 한 축제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빛’을 소재로 한 축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키포인트가 있다. 기존 불꽃놀이는 화약이 터지고 불과 몇 초간만 감상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서울에서 매년 열리는 불꽃축제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기 때문에 시드니는 오랜 시간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 조명쇼를 구상했다.

 

배경은 이미 충분히 친숙한 시드니의 명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역사와 전통'이 없는 새로운 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15개국에서 분야를 망라한 140여명의 예술가를 초청했다. 빛과 음악, 아이디어를 접목한 결과, ‘빛’에 시드니만의 '독창성'이 가미된 것이다. 물론, 첫 축제가 열리기 전만 해도, 비비드 시드니 역시 관객에게 뭘 보여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등 여론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비비드 페스티벌'의 한 이벤트로 현대미술관 벽면에 색색의 레고 조립 모양의 영상이 투사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보름동안 200만명씩 시드니 찾아와 

 

지금은 매년 200만 가까운 관객이 참여할 만큼 인기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비비드 시드니는 도시 개발의 중요한 성공 사례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비수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안된 작은 아이디어가 이제는 도시 축제의 최대 성공 사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비비드 시드니는 매년 겨울,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도시를 완전히 바꾸는 행사가 됐다. 또 이 행사는 시드니 시민들에게 추운 겨울 일상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까지 줬다. 규모는 화려한 축제행사에만이 아닌, 있는 것을 활용한 창의적 발상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지자체들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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