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업체들 제각각 회계처리에 투자자들만 피해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7.11.21 16:06
  • 호수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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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티움·디오, 선수금을 매출로 인식하는 등 분류 방식 달라 기업가치 왜곡 여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임플란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플란트 상장 업체 3사(오스템임플란트·덴티움·디오)마다 회계처리 방식이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별 선수금을 처리하는 기준이나 매출을 인식하는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투자자들이 활용 가능한 실적 정보가 왜곡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업계 내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오스템)가 지난해 업계 2위와 3위인 덴티움과 디오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후, 덴티움과 디오가 일부 사항에 대해 징계를 받으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임플란트 업체들이 여전히 각기 다른 회계처리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내놓고 있어 투자자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선수금 처리 방식 따라 업체별 매출 달라져

 

이들 업체의 회계처리 방식은 선수금에서 큰 차이가 난다. 임플란트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고객인 치과에 3~4년 정도 장기간 사용할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패키지 방식)한다. 일부 업체들은 단기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계약금액이나 기간에 따라 차등화한 할인율을 부여한다. 치과는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임플란트 회사는 장기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업계에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 과정은 거래처를 통한 직접 수금이 아닌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는데, 치과는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고, 이 대금을 임플란트 회사가 금융기관을 통해 받는 방식이다. 여기서 임플란트 회사가 판매대금을 받았으나 치과가 제품 출고를 요청하지 않은 미출고잔액을 선수금이라 한다. 임플란트사는 차후 제품을 출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회계적으로 이는 부채로 인식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실제 지난해 매출 대비 선수금 비율은 오스템이 47.9%로, 경쟁사인 디오(1.4%)와 덴티움(9.2%)을 크게 상회한다. 오스템의 경우 치과용 의자·영상진단장비·치과용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제외한 순수 임플란트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선수금 비율은 61.4%로 올라간다. 같은 업계에서 내놓은 숫자치고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치과에 납품한 금액만 매출로 계상하면 선수금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대다수 치과들이 보관 등의 이유로 계약의 일부 상품만 필요시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다만 선수금을 쌓지 않고 매출로 계상하거나 다른 계정으로 분류하게 되면 선수금 비율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선수금을 쌓지 않고 매출로 인식할 경우 업체별로 매출 규모가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 임플란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임플란트 업체는 계약과 동시에 제품의 출고와는 관계없이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계약 금액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매출로 인식한다”며 “이 경우 판매 시점에 판매관리비를 반영하게 됨에 따라 당장 매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크게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오스템은 납품 금액만 매출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선수금을 측정한다. 반면 덴티움은 올해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 수령 시점에 ‘역구매 금융 차입금’으로 분류해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덴티움의 지난해 3분기 말 부채총액에서 차지하는 차입금 비중은 67% 수준으로 오스템(약 28%)보다 높다. 덴티움 관계자는 “계약 성격에 따라 선수금과 차입금으로 분류해 처리한다. 치과들이 결제대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회사가 대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감안해 IFRS(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차입금으로 계상하고 있다. 여기에 6개월~1년 단기 계약의 영향이 덧붙여졌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감리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디오는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는 패키지 계약을 맺은 후 즉시 매출로 인식해 왔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출고분만 매출로 잡고 있다.

 


 

“투자자 보호 위해 명확한 회계 기준 필요”

 

만일 임플란트 회사의 회계처리 방식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면 각 회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선수금은 기존 실적과 큰 차이가 난다. 우선 오스템의 지난해 실적을, 선수금을 매출로 인식하는 디오 방식(2012~16년 3분기)으로 회계처리 할 경우, 매출이 1576억원 늘어나 기존 3446억원에서 5022억원으로 급증한다. 영업이익도 946억원 증가해 기존 342억원이 아니라 1288억원으로 재무제표에 나타내야 한다. 반면 선수금은 1576억원 줄어 74억원만 회계장부에 올리면 된다. 이 경우 오스템과 디오·덴티움의 매출과 영업이익 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된다.

 

반대로 디오의 실적을 오스템과 같은 회계처리 방식을 적용하면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오스템의 의료장비 판매까지 모두 포함한 선수금 비율 47.9%를 디오의 재무제표에 적용하면, 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276억원 줄어 604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선수금은 13억원에서 289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업체 간 회계처리 방식이 다르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크다. 업체 간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는 까닭이다. 왜곡되는 숫자 탓에 어느 회사가 업계에서 시장 경쟁력이 있는지, 성장하는 기업인지 등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지는 것이다. 임플란트 업체들이 회계처리 방식을 놓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제각각인 회계처리 방식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해석의 차이’라는 점을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회계 장부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디오는 반품된 제품을 매출로 인식하는 방법으로 매출액을 부풀려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3억870만원 과징금과 내년 회계연도(2018년 1~12월) 감사인 지정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업계 내에서 회계처리 방식이 일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은 “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을 할 때 비교는 필수적으로 선행된다. 하지만 같은 업계 내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이런 비교가 무의미해져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업계 자체적으로 나서거나 회계법인들이 통일되고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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