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물산, 송파구 9000억원대 재건축사업 또 불법 수주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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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혈 수주 위해 편법 시공사 선정 신청

 

삼성물산이 또 다시 재건축사업 부당 수주 논란에 휩싸였다. 시사저널은 앞서 ‘[단독] 삼성물산, 강남 일대 1조7000억원대 재건축사업 부당 수주 의혹(제1399호)’과 ‘[단독] 삼성물산 불법 수주 의혹에 검찰 수사 착수(제1455호)’ 기사를 통해 이런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삼성물산이 복수의 강남권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동원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번도 지역만 차이가 있을 뿐, 그 방식은 다르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삼성물산 전경 © 시사저널 임준선

 

법 규정 충족시키지 않고 편법 시공사 신청

 

진원은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다. 1981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16개동 1507세대로 지어진 단지다. 상가 소유자 101명을 더해 총 1608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2002년 재건축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해 6월28일 재건축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시공사 선정에 동의한 조합원 6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건축정비사업총회를 개최했다.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 모인 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을 놓고 투표가 진행됐다. 특정 건설사를 선정하기 위한 경쟁입찰이 아닌, 사업 지분을 나누기 위한 지분경쟁을 위한 자리였다. 개표 결과, 삼성물산이 354표, 현대산업개발이 249표를 각각 얻었다. 7표는 기권이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위는 그해 10월28일 삼성물산(주관사·58.7%)과 현대산업개발(41.3%) 컨소시엄과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 약정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사업은 무한정 지연됐다. 강남 재건축사업 열풍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진주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다시 본격화된 것은 2013년이다. 그해 재건축조합 설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조합장 선거가 열렸다. 그 결과, 공약으로 ‘시공사 공개경쟁 입찰’ 등을 내세운 반아무개 현 조합장이 당선됐다. 2015년 5월30일 조합설립 인가가 났고, 조합은 정비사업관리·감정평가·설계업체들과 용역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는 등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합원들은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믿었다. 

 

 

대법원 판례상 시공자 선정 신청 ‘무효’

 

문제는 올해 7월7일 발생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안건이 올라오면서다. 2002년 10월28일 맺은 약정서가 근거였다. 조합의 ‘제3호 안건 시공자 약정서 인준의 건’ 문서에는  ‘​조합은 2002년 6월28일 개최된 총회에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시공자에 선정됐으며, 도정법 시행 이후인 2003년 8월18일 송파구청에 시공자 선정 신고를 완료했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재건축사업 약정서를 근거로 그동안 삼성물산으로부터 업무 및 정비사업비를 지원받았다고도 적시돼 있었다. 반 조합장이 공약한 경쟁입찰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현재 모든 재건축사업 시공사는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도록 돼 있다. 2003년 7월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 따라서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이 시공사 선정 신고를 완료할 수 있던 것은 도정법의 ‘예외규정’을 이용해서다. 이는 법 시행 이전의 수의계약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인정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론 조건은 있다. ‘2002년 8월9일 전까지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것’과 ‘2003년 8월31일까지 규정된 서류를 갖춰 관할 당국에 신고할 것’ 등 두 가지다. 

 

조합원들이 삼성물산의 시공사 선정 신청 수리는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은 시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조합은 2002년 8월9일까지 재건축정비사업총회에 참석한 610명의 동의서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추가로 시공사 선정 동의서 352매를 받아 과반수 이상(969명)의 동의를 얻은 것은 2003년 7~8월이었다. 따라서 ‘2002년 8월9일까지 과반수 이상의 동의’라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조합원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롯데건설이 2002년 8월9일 이후에 추가 동의를 얻어 과반수 이상의 동의 조건을 충족시킨 뒤 시공자 신고 수리를 받은 것을 법규 위반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극에 달한 건 10월 초, 인근 재건축사업장 두 곳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조합은 부랴부랴 삼성물산에 현장설명회를 요청했다. 그 결과, 10월27일 설명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는 오히려 조합원들의 반발을 키웠다. 특화내용이나 확정공사비 등 재건축사업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최대관심사인 추가분담금에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조합은 앞서 9월28일 사업인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인근 초등학교 일조권 문제가 발생했고, 299.31%이던 용적률이 276.7%까지 낮아졌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한 세대수 가운데 288세대가 사라졌다. 이로 인한 손실은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또 7300억원대이던 재건축 사업비도 9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사업비 대부분이 공사비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수익률은 높아지는 반면 세대별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초 계획에는 추가분담금이 없었다. 중소형 평수에는 오히려 사업수익을 돌려주기로 했고, 대형평수는 추가금 없이 두 세대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용적률 하락과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일부 가구에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했다. 이마저도 삼성물산에서 확정공사비를 확답하지 않아 향후 설계변경 등을 통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설명회 이후 이어진 주민간담회에서는 조합원들의 집단 항의 사태가 벌어졌다. 삼성물산의 시공사 지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주를 이뤘다.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조합원들 진정서 제출·행정 소송 등 실력행사

 

조합원들은 이후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아 대검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송파구청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현재 대검찰청은 진정 내용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배정시킨 상태다. 11월1일에는 송파구청을 상대로 시공사신고 수리 처분 무효 소송을 내기도 했다. 같은달 6일부터는 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 선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현재 600여명의 주민들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은 현재 삼성물산과 송파구청을 상대로 형사고발도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조합 측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한 재건축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해당 법률은 올해 12월31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경우에 대해서 재건축 부담금을 유예해 주고 있다. 조합은 만일 정해진 기한 내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지 못하면, 세대당 2억3000만원이 넘는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조합 측이 재건축 부담금 유예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삼성물산을 유일한 시공사로 들고 나온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이 도정법 예외조항을 이용해 경쟁 없이 수주한 재건축사업장에서 고액의 추가분담금이 문제가 돼 왔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더라도 12월31일까지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진주아파트는 규모나 입지를 고려하면 서울 내 재건축사업장 가운데서도 ‘대어’로 통한다”며 “경쟁입찰을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12월31일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충분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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