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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대응, 1년 전과 달랐다

경주 지진 때보다 신속해진 정부, 차분해진 시민들…근본적 대책 마련은 아직 갈 길 멀어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8(Sat) 16:00:00 |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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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흔들렸다. 11월15일 경북 포항시 인근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429일 만에 발생한 역대 2위 규모의 지진이었다. 충격은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느껴졌다. 지진 규모는 경주 지진의 에너지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했지만, 진원의 깊이가 가까워 진동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 이후 정부의 대응능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지진 피해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보다 컸다.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 1개 동이 한쪽으로 4도가량 기울고 1층 외벽이 파손됐다. 학교 건물 32곳을 비롯한 주택 등에서도 벽에 균열이 생겼다.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는 일도 발생했다. 고속철도(KTX) 포항역은 천장 패널 2개가 떨어지고 스프링클러가 고장 났다. 11월16일 현재 110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1500여 명의 이재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에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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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위력 컸지만 119 신고는 절반 수준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한동대학교. 포항 지진 당시 흙먼지를 뿜으며 외벽 벽돌이 쏟아지는 모습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건물 벽돌이 떨어진 느헤미야홀은 평소 강의동과 교수연구실로 사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경상자 2명 외에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벽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학교에 있던 4000여 명의 학생들은 10분 만에 모두 대피할 수 있었다. 매뉴얼대로 장갑, 방한용 비닐옷, 긴급의약품 등이 담긴 응급키트와 모포, 담요도 지급됐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4차례 대피 훈련을 벌인 덕분이다. 1차 안전진단 결과 건물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지만 수업을 잠정 중단하는 등 사후 대처도 빨랐다.

 

실제로 한동대뿐 아니라 다수 시민들의 대응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이번 지진의 체감 위력은 경주 지진보다 더 컸지만, 119 신고 건수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1월16일 소방청에 따르면,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약 30분이 지난 오후 3시 기준 119 신고 건수는 모두 5973건이었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30분 만에 1만2995건의 신고가 접수된 데 비해 현저히 줄었다.

 

유관기관들의 대처가 경주 지진 때보다 더 일사불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포항 지진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관측 23초 만에 발송됐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지진 진동보다 휴대폰 진동이 먼저 울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 당시 8분이나 걸려 ‘늑장알림’으로 질타를 받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문자 발송 권한을 기상청으로 이관하고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덕분이다. 지진이 도달하기 10초 전에만 알아도 사망자를 90%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정부는 긴급재난문자 외에도 지진 발생 13분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지진 발생 37분 만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현지로 급파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황교안 전 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은 지진 발생 2시간47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때는 이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는 등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

 

국민 안전을 최상위에 놓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11월16일 예정됐던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전격 일주일 연기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충격이 컸지만, 안전을 위해 적절한 조치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경주 지진 직후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일선 학교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경북 지역 88개 학교 가운데 42곳(47.7%)이 경주 지진 발생 뒤 안내방송과 대피 조처를 하지 않았고, 일부 학교에선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기도 했다.

 

지진이 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전국 송유관을 약 2시간 동안 차단했다. 고속철도도 만일에 대비해 속도를 낮췄다. 경부고속선과 경부선 일부 구간에서 열차 속도를 시속 90km로 조정했다. 부실 논란이 일었던 ‘지진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을 상황별·장소별 대처요령이 담긴 24페이지짜리 매뉴얼로 개선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전과 차원이 다른 국가적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경주 지진 이후 시민들의 대피 훈련과 정부의 지진 관련 예산 증액, 시스템 자동화 등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포항 지진은 미리 대비만 하면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제 지진은 한반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상 중 하나가 됐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갈 길 먼 근본 대책…지진 대피훈련 시급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건물 내진 설계, 주요 시설물 내진 보강, 원전 내진 보강 및 단층조사 등 장기 과제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거나 아직 본격화하기 전이다. 건축물 중 내진설계 비율은 지난해 6.5%에서 올해 6.8%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대에 불과한 학교 시설 내진 보강도 올해 기존 향후 67년에서 18년으로 소요기간을 단축하기로 했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 언제 달성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간 시설 내진 보강도 인센티브·세제 감면 강화 등 조치가 취해졌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아래 꿈틀거리는 450여 개의 활성단층을 지도화하는 작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까지 동남권, 2030년까지 전국에서 실시하기로 했지만 시기를 더 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지진을 포함한 재난 대비 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교수는 “미국·캐나다·일본 등 재해 대응 선진국에서는 평소 지진을 포함한 재난 대비 훈련이 잘 이뤄져 있다”며 “평소에 안전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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