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갑질 논란, 안 사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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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때마다 불매운동… 그래도 본사는 수익 남기고, 가맹점엔 상처 남겨

 

또 BBQ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회장의 ‘갑질’이다. 으레 그랬듯 온라인에선 이번에도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불매는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BBQ 가맹점(봉은사점) 사장인 김인화씨에 따르면, 제너시스BBQ그룹 윤홍근 회장(62)은 올 5월12일 일행 10여명과 함께 김씨의 가게를 찾았다. 윤 회장은 가게 주방에 들어오려 했다. 그때 주방 담당자가 “바닥이 미끄러우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이 새X야, 이 업장 폐업시켜”란 폭언이 돌아왔다고 한다.

 

김씨는 11월1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그쪽(본사)에선 회장이 ‘이 자식’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게 본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제너시스BBQ그룹 홍보실 서상범 차장은 11월15일 “회장님은 ‘이 사람아’라고 말했다”면서 “(점주가 언급한) 욕설은 쓰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본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BBQ 회장 갑질논란’이란 제하의 보도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미 전날에 윤 회장과 본사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2015년 5월1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CEO포럼에서 윤홍근 제너시스 BBQ 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BBQ가 또… 이번엔 ‘회장 갑질 논란’

 

BBQ 가맹점과 본사의 불화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슈다. 그동안 본사는 부당 계약, 광고비 부담 전가, 상생협약 외면 등 여러 방식으로 가맹점을 괴롭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5년 8월 시사저널이 만난 서울 동작구의 한 BBQ 가맹점주는 본사가 판촉물을 강매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행사용 완구를 대략 120만원어치 사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때 본사가 직원에게도 갑질을 부렸단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MBC 등 언론에 따르면, 2014년 10월 BBQ에 영업사원으로 들어온 50대 남성 이아무개씨는 불과 한 달 만에 해고를 당했다. ‘사원증 못 받은 직원 있냐’는 상무의 질문에 “회장님과 저만 출입증이 없습니다”라고 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농담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상무는 이씨의 말을 문제 삼아 사직을 요구했다. 회장을 입에 담았단 이유로 쫓겨난 셈이다. 

 

동종 업체마저도 BBQ의 갑질을 피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BBQ는 자회사였던 bhc를 갖고 있던 물류센터와 함께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았다. 그 대가로 BBQ는 1200억원의 매각대금을 받았고, bhc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허나 문제가 생겼다. 경쟁사가 된 bhc와 물류 계약으로 묶여있다 보니, 신메뉴 개발 정보 등이 새어나갔던 것이다. 

 

BBQ는 결국 올 4월 bhc와의 물류 계약을 끊었다. 이에 bhc는 “계약 위반”이라며 2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bhc의 한 관계자는 11월14일 “BBQ의 일방적 계약파기는 부인할 수 없는 팩트고, 상도의를 벗어난 부당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BBQ가 한식구였던 회사에 갑질했단 말인가’란 기자의 질문에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반색했다.  

 

 

가맹점, 직원, 경쟁사, 소비자… 모두 BBQ와 불협화음

 

결정적으로 소비자까지 등을 돌리게 한 일도 있었다. 가격 논란이다. BBQ는 올 5월 주요 품목 10개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황금올리브치킨’이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랐다. 한 달 뒤엔 나머지 20여개 품목의 가격도 최대 2000원 올렸다. ‘치킨 2만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곧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습 인상’이란 비판이 빗발쳤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서민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조사에 나섰다. 이에 BBQ는 6월19일 블로그를 통해 가격 인상 철회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싸나이답게 용서를 구합니다”란 표현을 써서 또 뭇매를 맞았다.  

 

소비자들은 BBQ가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이번 회장의 폭언 논란 이후에도 트위터에선 “이젠 아예 없는 회사로 생각하련다” “더욱 열심히 불매하겠습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올 6월엔 양계협회까지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원가와 상관없이 지나치게 가격을 올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본사는 꾸준히 돈을 벌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너시스BBQ의 2016년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138억원)에 비해 약 38% 뛰었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2% 올랐다. 그 사이 BBQ가 허위광고로 시정명령(2016년 3월)을 받는 등 악재가 터졌지만 소용없었다. 

 

김태천 제네시스BBQ 대표이사(왼쪽)가 7월27일 오전 서울 BBQ종로관철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맹점과의 상생 방안을 발표한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열하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 사진=연합뉴스

 

불매운동, 본사에 영향 없이 가맹점만 피해줘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영세업자인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것. 김태훈 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11월14일 “불매운동을 펼치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이해한다”면서 “다만 불쌍한 점주들이 에어백이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불매의 딜레마다. 

 

본사의 수익구조는 불매가 소용없는 이유로 꼽힌다. 김태훈 국장은 “BBQ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일군 주역이자, 가맹점에 재료를 팔아 돈을 버는 시스템을 고착화시킨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가맹점주가 협동조합을 결성, 본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재료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BQ 본사가 재료를 얼마에 사오고, 가맹점에 얼마에 공급하는진 알 수 없다.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너시스BBQ그룹 서상범 차장은 “매출 대비 재료값은 결코 38%가 넘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5년 8월 BBQ 창업설명회에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황금올리브치킨(당시 가격 1만6000원) 한 마리를 조리하려면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재료값이 8000원 가량 든다”고 설명했다. 재료값이 판매가의 절반인 셈이다. 심지어 BBQ 봉은사점 사장 김인화씨는 “일부 메뉴는 재료값이 70%”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시설비, 임대료 등까지 포함하면 점주의 순이익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불매 딜레마’ 해결하려면… “가맹점 인질 삼는 인식 바꿔야”

 

그럼 어떻게 해야 가맹점이 살고 본사의 갑질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까. 김태천 제너시스BBQ그룹 부회장은 7월27일 재료 납품에 따른 마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열티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물류비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브랜드 사용료 위주로 바꾸겠단 뜻이다. 

 

또 공정위는 11월13일 본사만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았다.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제3자가 공정위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본사를 고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본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한도를 10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 규제만으론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모 김밥 프랜차이즈의 박재용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의 노하우와 가맹점의 자본이 결합해 발전해왔다”면서 “그런데 본사가 자본을 인질로 자기 몫을 키우려 하니 불균형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균형을 없애려면 본사가 인식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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