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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간 공동경영 vs 계열분리’ 기로에 선 세아그룹

[재벌家 후계자들 (35) 세아그룹] 장손은 지주사 세아홀딩스, 사촌은 모기업 세아제강 지분 확보 나서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6(Thu) 13:00:01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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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 철강사는 1973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제1고로(용광로)가 지어지면서 시작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그 전에도 국내에 전기로를 통해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었다. 세아제강이 바로 그런 회사다. 세아그룹의 모기업인 세아제강의 전신은 1960년 설립된 부산철관공업이다.

 

세아제강은 포스코와는 다른 철강재를 생산한다. 원유·가스를 내보내는 파이프 API강관을 국내 최초로 만든 곳이 세아제강이다. 계열사도 하나같이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에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회사 관계자가 언론에 등장하는 일도 드물다. 규모 면에서는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과 함께 ‘철강 빅4’로 분류되지만, B2B(도매품)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창업 이래 큰 위기 없이 무난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던 세아그룹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13년 3월10일, 이운형 당시 회장이 해외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하면서다. 그동안 세아그룹은 형인 이운형 전 회장과 동생인 이순형 현 회장이 형제 공동경영을 취해 왔다. 이 전 회장 타계 당시 외아들인 이태성씨(40)는 상무(현재 전무 승진)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보유 주식은 17.95%(2012년 말 기준)였다. 하지만 부친의 사망으로 주식 14.1%를 상속받으면서 세아홀딩스 지분을 32.05%(2013년 3분기 기준)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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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간 서로 보유 지분 매각 시작

 

이 전 회장의 동생 이순형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세아그룹은 외형상 달라진 바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계열분리를 당면 과제로 여긴다. 물론 세아그룹은 “현재로선 계열분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계열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판단이 든다. 현재 세아그룹은 그룹의 출발인 세아제강과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가 양대 축이다. 두 회사는 의외로 지분 관계가 복잡하지 않다. 세아홀딩스 아래 세아엔지니어링·세아네트웍스 등 계열사가 있는데, 이 중 핵심은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이다. 세아베스틸은 탄소합금 특수강을, 세아특수강은 특수철강재와 선재(단면이 원형인 철강재)를 생산한다. 이 중 세아베스틸은 전신이 기아특수강이다. 또 지분 50.86%를 보유한 세아창원특수강은 과거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이었다.

 

두 회사의 분리 시나리오는 이운형 전 회장 타계 직후부터 시작됐다. 갑작스럽게 주식을 물려받은 아들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는 1500억~18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자금을 세아제강 주식 처분으로 충당하고 있다. 10.74%였던 세아제강 지분은 부친 사망 직후 주식 50만 주를 상속받아 19.12%로 늘어났지만, 상속세 납부를 목적으로 꾸준히 주식을 팔면서 올 2분기 13.11%로 줄어들었다.

 

그 사이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40)의 지분은 10.77%(2013년 3분기)에서 11.20%로 늘어났다. 이주성 전무는 이순형 현 회장의 아들이다. 지금도 세아제강의 최대주주는 이태성 전무지만, 이순형 회장 지분(11.34%)과 이주성 전무 지분을 합치면 이태성 전무를 충분히 앞지른다. 내년까지 상속세를 모두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태성 전무는 세아제강 지분을 더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이태성 전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법인이자 지주사인 세아홀딩스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지분이 17.95%였던 이태성 전무는 선친의 사망 이후 지분을 상속받아 현재 35.12%(이하 2017년 2분기 기준)까지 높인 상태다. 이순형 회장은 17.66%, 사촌인 이주성 전무는 17.95%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이태성 전무보다 다소 많지만, 이태성 전무의 어머니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현재 10.6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박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운형문화재단의 지분 3.14%까지 합치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순형 회장은 자신의 세아홀딩스 지분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이 회장은 10월20일 HPP에 보통주 20만 주(5%)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팔았다. 이로써 이 회장과 아들인 이주성 전무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이태성 전무를 앞서지 못한다. HPP는 이태성 전무가 지분 98.46%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식은 부인 채문선씨가 갖고 있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해덕기업과 세대에셋이 합병했다. 두 회사는 합병 전까지 세아제강 지분을 각각 4.30%(해덕기업), 1.18%(세대에셋)씩 갖고 있었다. 양사의 합병으로 해덕기업의 세아제강 지배력은 더욱 커졌다. 해덕기업의 최대주주는 88.95%를 가진 이순형 회장이다. 아들인 이주성 전무도 8.93%를 보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계열분리라는 대세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 회사를 쪼개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친족기업 계열분리를 위해선 상대방 주식을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보유하고, 상호 임원 겸직과 채무보증·자금대차도 없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주식이 벌써 4세로까지 넘어갔다는 점이다. 이태성 전무의 아들은 기철군, 이주성 전무의 아들은 기혁군이다. 이 중 기철군은 세아홀딩스 주식 1500주(0.04%)를 보유하고 있다. 기혁군 역시 세아홀딩스 주식 1139주(0.03%)를 조부인 이순형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11월9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기철군은 2억3400만원, 기혁군은 1억7768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벌써 4세에게 수억원대 주식 증여

 

세아그룹은 지금까지 철강재 생산 한 분야에만 집중해 왔다. 창원강업(세아특수강 전신)과 기아특수강·포스코특수강 등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는데, 기업 M&A(인수·합병)의 대상은 오로지 철강 분야였다. 3세 경영 시대로 넘어가서도 그 전통이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회사가 HPP다. 이 회사는 이태성 전무가 2014년 4월에 세운 투자전문 기업이다. 사실상 이 전무의 개인회사인 이 회사는 2015년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사 씨티씨 인수를 시작으로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전무는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22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최근 HPP는 투자회사 레버런트파트너스가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밖에 미국 킨포크사가 설립한 킨포크글로벌에도 투자했다. 또 자원개발회사 FR-인베스트먼트라는 펀드에도 투자했다. 총 설정금액이 1700억원인 이 펀드로 미국 웨스턴가스 파트너스가 발행한 우선주를 취득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실적을 내고 싶은 것은 모든 2~3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계열사가 측면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비슷한 형태로 운영된 우진정공도 계열사 매출이 절대적으로 많아 ‘일감몰아주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경영진과 모종의 이면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현재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에서 경영총괄,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에서 경영기획본부장 겸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사실상 그룹의 핵심 역할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실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아제강은 국내에서는 주택 건설, 해외에서는 유전 개발 등 에너지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분야 모두 최근 실적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내 생산 비중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앞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아제강이 지난해 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라구나 튜브라’와 ‘OMK튜브’를 인수해 유정용 강관 생산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알짜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생산에 돌입한 현대제철의 도전이 고민거리다. 특수강을 생산하는 세아베스틸의 최대 고객은 현대·기아자동차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생산에 돌입한 마당에 이를 외면하기 힘든 것을 감안할 때, 세아베스틸 입장에서는 해외로 판매처를 돌려야 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생산량이 당장 세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며, 해외로 생산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마진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알짜 계열사인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을 이태성·이주성 전무 중 누가 가져가느냐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 간 지분 정리는 쉽지만, 두 알짜 자회사를 놓고 경쟁은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두 회사 모두 세아홀딩스의 지분이 월등히 많다.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을 통해 세아베스틸 6.03%, 해덕기업을 통해 세아베스틸 4.56%, 세아특수강 1.84%만 갖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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