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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11명의 사우디 왕자는 왜 체포됐을까

사우디 왕가에 부는 칼바람...'통치구조 개혁 vs 부자 세습‘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1(Sat) 19:36:21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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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명의 왕자와 4명의 현직 장관, 10명의 전직 장관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체포된 인원은 총 5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데, 구속을 주도한 곳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82)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32) 왕세자가 이끄는 부패방지위원회였다. 체포 작전이 벌어지기 불과 몇 시간 전, 국왕은 칙령을 내려 위원회를 설립했고 속전속결로 체포를 마무리했다. 위원회는 부패 혐의자를 수사하고 체포할 수 있으며 출국 금지, 자산 동결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6월 왕세자 자리에서 물러난 모하메드 빈 나예프와 가까운 친척의 은행 계좌가 동결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청취한 용의자만 208명이며 그중 201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 왕실이 부패 적발을 통해 몰수하려는 왕족들의 재산은 약 8천억 달러, 우리 돈 900조원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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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피해 자산 옮기고 있던 사우디 왕족들

 

영국 타임스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는데 체포된 왕족을 수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다른 왕족들의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 전용 공항은 폐쇄된 상태다.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이번 체포는 살만 국왕의 아들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리야드에 흐르는 분위기를 “왕좌의 게임 같은 공기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올해 32세인 빈 살만 왕세자를 향해서는 “사우디를 현대화할 수도 있지만,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왜 왕세자는 지금 움직인 걸까. 반대 세력의 위협을 미리 잘라버리기 위한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이번 체포가 살만 국왕의 아들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위한 시도라고 전했다. 6월에 왕세자가 된 빈 살만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예멘과 군사 충돌을 벌이며 사우디의 전투를 이끌었고 카타르와 단교하며 강경 외교를 펼치고 있다. 석유로 생기는 정부 보조금에 기대왔던 사우디 엘리트들의 나태함을 경고하며 석유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도 그다. 석유 대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확장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미래 권력의 목소리는 사우디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여성의 자동차 운전 금지를 해금하며 보수적인 사우디 성직자와 반대편에 선 것도 그랬다. 뉴욕타임스는 “왕세자의 다양한 계획에 불안을 느낀 기업과 왕족들은 이번 체포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조용히 자산을 해외로 옮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빈 살만은 공개 석상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 국가’라고 규정한 인물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사우디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은 차기 국왕이 유력한 그에게 청산 대상이 된다. “사우디 국민의 70%는 30세 이하다. 과격한 이슬람주의 아래서 우리 국민의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는 이런 개혁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반대 세력을 강하게 단속했다. 9월에는 보수적인 성직자와 학자, 활동가들을 대량으로 구속했다. 그리고 이번 조치는 반대 세력이 될지 모를 왕족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학부의 제임스 도시 선임연구원은 “왕세자의 개혁에 대한 왕실 내부의 반발이 더 광범위한 것 같다. 왕세자는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합의에 의해 통치해 온 사우디 왕가의 전통을 깨고 왕실과 군대, 국가 경비대 등에 강한 지배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혁’보다는 왕권을 향한 ‘부자(父子)’의 갈망을 원인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미래권력을 둘러싼 사우디 왕실의 게임이 특히 올해 들어서 매우 격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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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격렬하게 벌어졌던 왕권 다툼

 

지난 20년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와 국내 치안을 담당했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58) 내무장관은 6월20일 사우디 메카에 있는 왕궁 4층에서 왕세자에서 물러나는 문서에 서명했다. 국왕은 조카인 그 대신 아들인 현 왕세자를 미래권력으로 선택했다. 재빠른 교체 뒤, 연로해 거동도 쉽지 않은 국왕은 아들에게 전례가 없을 정도의 권력을 위임했다. 뉴스위크는 “외교 관계자와 사우디의 정치·정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는 나예프의 양해를 얻지 않고 정치, 안보, 석유, 정보 등 사우디 주요 분야의 수장을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연로한 국왕은 불과 2년 전에 즉위했지만 그동안 형제끼리 왕위를 물려받던 사우디에서 벌어진 첫 부자 세습의 시도를 재빠르게 처리했고 이제 그 꿈에 다가서고 있다.

 

사우디의 우방인 미국의 정권 교체도 왕실에 영향을 줬다. 나예프는 오바마 정부와 가까웠다. 알카에다 대응에 성공하며 미국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었는데, 빈 살만 측은 반대로 트럼프 취임 후 그쪽과의 유대감을 강화했다. 로이터는 나예프 측근의 말을 빌려 6월의 왕세자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견고한 관계를 쌓은 뒤 결행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사우디는 ‘사우드 가문’, 즉 왕실을 위해 존재했다. 오스만튀르크제국이 붕괴하던 20세기 초, 사우드 가문의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무력을 통원해 사우디 왕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후손들은 왕가의 일원으로 막대한 이권을 누려왔다. ‘부패’를 말하며 왕족을 벌하는 왕세자가 사우드 가문의 전리(專利)를 붕괴할 수 있을까. 조셉 케시시안 사우디 킹파이잘센터 수석연구원은 “국왕과 왕세자가 시도하고 있는 건 통치 체제의 근대화이다”고 지적했다. 사우드 가문의 이권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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