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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촛불 1주년, 긍정적인 변곡점 기대하며

남인숙 작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1(Sat) 18:00:00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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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민 안 오니? 슬슬 준비해야지?”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들이 메신저로 대화하다 이런 말을 꺼냈다. 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필자는 이렇게 응수하곤 했다. “능력이 없어서 못 간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받은 오늘, 이렇게 대답했다. “난 한국이 좋아. 그냥 여기서 살래.” 

 

자신을 껴안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비단 필자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만나는 젊은이들에게서 ‘헬조선’이라는 말을 듣는 일이 부쩍 줄었다. 여전히 취업은 어렵고 삶은 엄혹하지만, 그들에게서 엿보이는 절망의 농도가 옅어졌음을 느낀다.

 

이런 변화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와 이어 폭풍처럼 닥쳐온 일련의 변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합당하지 않다고 여긴 일들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 일어났으며, 그 모든 과정들은 품위 있고 무거웠다. 그때 많은 구성원들이 느낀 감정은 단순히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국민의 힘으로 몰아냈다는 권선징악적 내러티브의 자부심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기적이고 천박하다 여겼던 집단인격에 대한 환멸이 ‘오해’였다는 것을 확인한 극적인 기회였다. 광장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실은 ‘옮음’에 대한 거시적인 열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한 화해의 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시각의 변화는 같은 사회 일원들을 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문제는 있고, 우리는 노력해서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사회에 속해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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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들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자아의 정체성과 동일시하고, 그 일부가 외부의 인정을 받으면 우쭐해하는 태도를 유아적인 것으로 본다. 사실 단일민족 국가로 오랜 시간 비교적 순도 높은 국가 공동체를 유지해 온 탓인지, 같은 한국인의 성공을 내 성공으로 여기는 정도가 유독 심하기는 하다. 필자는 그 기저의 심리가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나아가는 사회 발전 방향과 맞지 않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이 개인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작년 그 빛의 물결 이후로 깨달았다. 가수 싸이가 빌보드차트를 휩쓸 때에도, 한국의 대중문화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을 때에도, 한국의 가전이나 화장품들을 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걸 보았을 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자부심이 비로소 생겼다.

 

물론 ‘촛불’이 절대선(善)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어떤 혁명도 절대선이었던 적은 없었다. 프랑스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프랑스혁명조차 과정이나 결과는 엉망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혁명의 추한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제 1주년을 맞은 ‘촛불’은 합의된 공통선을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에 좋은 선례를 보여주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더라도 그 변화의 추억이 개인에서 공동체를 관통하는 긍정적인 변곡점이 되었다고 믿고 싶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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