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왜 또 빠졌을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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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만 3조 투자한 국내 최대 기업인데도 '한-인니 비즈니스 포럼' 명단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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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월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 명단에서 빠진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행사는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와 인도네시아상공회의소(회장 로산 루슬라니)가 공동으로 여는 것으로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기간 동안 자카르타 현지에서 열렸다.

 

한국 측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참석했으며, 재계 인사로는 손경식 CJ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등이 참가했다.

 

포럼 본 세션에서는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의 ‘인도네시아 투자환경 및 비즈니스 기회’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렸으며, 포스코의 ‘한-인니 협력 성공 사례’도 발표됐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를 대표한 권오준 회장은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청와대와 포스코 경영진 갈등’이 또다시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인도네시아에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이 문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 맞춰 힌국과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포럼의 초청 명단에 빠지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인도네시아에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곳이다. 포스코는 2013년 1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PT(주식회사라는 의미) 크라카타우(Krakatau)스틸과 함께 합작법인 PT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세웠다. 지분 70%를 보유한 이 공장 설립에 포스코는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법인은 지난 한 해에만 2184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했으며, 한 해 전인 2015년에는 손실액이 4424억원에 달했다. 때문에 포스코 안팎에서는 PT크라카타우-포스코를 놓고 먹기도 버리기도 아까운 ‘계륵’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 발전사업 건설 및 운영을 책임진 PT크라카타우-포스코에너지와 PT크라카타우-포스코켐텍, PT크라카타우 블루워터 등에 투자한 상태다.

 

 

6월 방미 경제사절단에도 이례적으로 명단 빠져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금액이 3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는데도 정작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이 주최하는 비즈니스 포럼에는 회장, 사장 모두 초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재계에서 “포스코가 청와대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포스코는 PT크라카타우-포스코와는 별도로 냉연공장 건설을 놓고 인도네시아 정부 및 크라카타우스틸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자 금액 및 양국 교류 상징성 등을 감안해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 명단에 처음에는 권 회장 이름이 올라갔지만, 청와대 검토 과정에서 빠졌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Krakatau)스틸이 합작해 건설한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 전경. ⓒ연합뉴스


권오준 회장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해외 경제사절단에 번번이 제외됐다. 올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는 황창규 KT회장과 함께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당시 철강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재계 5위 기업인 포스코를 이끌고 있는데다, 한국철강협회장으로 있어 당연히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 방미 당시에는 여러 국내 철강 회사들이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고 있어 국내 철강업을 대표하는 권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권 회장의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권 회장 본인도 방미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자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와 포스코 경영진 간 냉기류가 감지된 것은 이 때만이 아니다. 올 7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요즘 아마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것 때문에 조금 걱정이시죠?”라고 물었고, 권 회장은 “저희들은 당분간 그냥 미국에 보내는 것은 뭐 포기했습니다. 해서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작정을 하고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텐데”라고 말했고, 권 회장은 “정부에서 요즘 많이 도와주고 계셔서, 산업부도 그렇고 총리님과 부총리님도 마찬가지고”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들을수록 믿음이 잘 안가네”라고 뼈있는 농담을 해 화제가 됐었다.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핵심실세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예사로 볼 게 아니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한편,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양국간 긴급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협력 사례 발표자로 민경준 부사장(PT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만 포럼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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