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도 더 큰 이익을 위해 참을 줄 안다
  • 김상현 기자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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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사회적 규칙을 설정하고 지킴을 밝혀냈다

 

생쥐는 더 큰 보상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미덕을 가지고 있을까? 생쥐는 큰 보상을 위해 눈앞의 이익을 참고 규칙을 지키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설치류가 사람처럼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해 '충동적 경쟁'보다 '사회적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다. 이는 앞으로 동물의 사회적인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한 쌍의 생쥐가 뇌 자극에 의한 쾌감을 얻기 위해 갈등을 겪는 실험을 고안했다. 이 쾌감은 중독성이 없고 생쥐가 매우 선호하는 보상이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교미를 통한 쾌감보다 더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실험을 위해 가운데 구역(실험 시작 구역)과 좌우 양쪽 구역(보상받는 구역)이 구분된 특수 상자를 제작했다. 쾌감은 생쥐 머리에 씌운 헤드셋에 적외선을 조사해 전달한다. 보상행동 조절과 관련된 뇌신경(내측전뇌다발)에 전기 자극을 무선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이 생쥐 실험을 위해 특수 제작한 상자 모식도. ⓒ 기초과학연구원

 

한 쌍의 생쥐가 함께 가운데 구역에 들어가면 좌우 보상구역 벽면에 LED 조명이 무작위로 켜진다. 조명이 커진 구역에 들어간 생쥐는 5초간 쾌감 자극을 받을 수 있으나 다른 생쥐가 따라 들어오면 즉시 멈춘다. 여러 차례 훈련 후 생쥐들은 이러한 규칙을 학습하게 된다. 결국, 어느 순간 생쥐는 보상 구역에 함께 들어가면 쾌감 자극이 멈추는 것을 인지하고, 두 보상구역을 서로 나누어 맡는 행동을 보였다. 다른 생쥐가 방에서 보상을 받을 동안 기다리다가 다른 구역에 조명이 켜지면 들어가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반대로 서로의 보상을 방해해도 쾌감 자극을 중단하지 않은 생쥐 그룹은 40회 차의 쾌감 자극 실험을 반복하는 동안 줄곧 동시에 보상 구역에 몰려들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 패턴을 생쥐가 만든 ‘사회적 규칙’이라 보았다. 실제로 실험 생쥐 총 19쌍 중 약 60%(38마리 중 23마리)가 이러한 사회적 규칙을 세우고 지켰다. 이러한 행위는 생쥐의 몸무게나 친밀도, 학습능력, 혹은 습관적 방향 선호 등과 같은 요인들과 무관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추후 사회적 규칙 행동을 조정하는 뇌 기전 연구를 본격화하고 친밀도가 규칙 준수 행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본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2.124)에 한국시간으로 11월 8일 새벽 1시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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