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에 충실한 미술가들을 ‘응원’한다
  •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7 11:11
  • 호수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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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11월8~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즌2 개막

 

우리 미술계는 지금 위기의 늪 속을 헤매고 있다. 양적 화려함 속의 질적인 빈곤함이 현주소다. 작가는 많아졌고, 미술관이나 화랑도 늘어났다. 국제 규모의 아트페어를 비롯해 많은 아트페어가 전국 각처에서 해마다 열리고, 멋진 명분을 내세운 다양한 이름의 비엔날레도 지역 경쟁하듯 여기저기 생겼다. 미술품 거래의 민낯을 보여주는 옥션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으며, 국가나 민간기관에서 시행하는 작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작가로 활동하기 위한 환경은 풍성해졌다. 그런데 정작 작가들의 창작 활동은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작가정신에 충실한 작가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기 연출에 능한 작가, 프로모션 능력이 있는 작가, 정치적 시대 흐름에 아부하는 작가, 서구미술에서 유행하는 경향을 추종하는 작가들이 미술계 주도 세력이 되어 양적 팽창을 이뤄냈다. 왜 이런 현실이 됐을까.

 

3월8일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일요신문·비즈한국이 주최하는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1회 전시회가 열렸다. © 시사저널 최준필

 

아트페어·옥션의 비정상적 성장에 왜곡된 미술시장

 

문화 창출이라는 미술의 순수한 기능을 잊어버린 데 그 원인이 있다. 돈을 앞세워 미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가 앞서는 미술은 예술일 수 없다.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왜곡된 우리네 미술시장이다. 아트페어와 옥션이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고자 지난 3월 처음으로 선보였던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가 첫 회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번에 두 번째 기획전을 갖는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미술 흐름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작가군의 발굴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작가군 육성 △자신만의 독자적 미술 언어를 개발해 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군 형성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2’에는 26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시즌1에 비해 젊은 작가가 많아져 미술 응원의 본연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번 기획에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 경향은 대략 5개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현실 이면에 숨어 있는 새로운 감성의 발견 △미술 본연 순수미의 연마 △독자적 기법을 통한 새로운 미술 언어에의 도전 △기발한 상상으로 이룬 판타지의 세계 △새로운 재료에 대한 도전 등이 그것이다.

 

첫 번째는 현실 이면에 숨어 있는 새로운 감성을 찾아가는 작가들이다. 주변 인물의 옷을 클로즈업해 극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박재영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스쳐가는 일상의 장면에서 단절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추적하는 문호는 우리 시대의 실존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경험한 일상에서 디지털 세대가 잃어버린 정서에 관심을 보여주는 배병규는 표현주의적 색채와 묘사로 회화의 아련한 감성을 담는다.

 

두 번째는 미술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경향이다. 김나현은 유채의 물질감과 세련된 색채 감각으로 정물을 새롭게 해석해 낸다. 안개 속 꽃밭을 추상적 구성으로 풀어내는 이영희는 겹쳐 칠하는 유채 기법으로 화면의 깊이감을 강조한다. 잃어버린 정서를 찾아가는 윤정선의 회화에서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 울림으로 가슴에 새겨지는지를 일깨워준다.

 

© 비즈한국 제공·시사저널 임준선

 

50만원 미만 특별전도 함께 열려

 

세 번째는 독자적 기법을 연마하는 흐름이다. 김건일은 전통 유화의 재료적 특성에서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김현희는 칼로 오려내는 기법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연필화의 새로운 표현력을 탐구하는 원지영 역시 지워서 그리는 기법이다. 하정현은 판화 기법을 응용해 무위적 유희성을 표현한다. 김보영은 전통 방식의 염색 기법을 활용해 한국화의 새로운 표현 영역에 도전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서예의 탁본 기법을 응용하는 고은주는 한국의 고급스러운 미감을 담아낸다.

 

네 번째는 판타지를 추구하는 작가들이다. 색채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해 판타지의 힘을 보여주는 허은오는 민화적 공간에 우주적 생명 이미지를 접목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최지윤은 전통 미감의 고급스러운 장식성에서 환상적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있다. 이담은 밝고 화려한 색채의 조합에서 오는 힘으로 환상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임보영은 문양의 치밀한 조합으로 현실 속에서 있음 직한 풍경을 연출해 판타지에 접근하고 있다. 제이미 리는 추상적 구성으로 공간의 환상성을 보여준다. 전웅은 현실의 한 단면을 클로즈업하는 극사실 장면에 만화 이미지를 결합시켜 이 시대 여성 문제를 제기하고, 홍원석은 도로를 질주하는 야간 주행 속에서 느끼는 개인의 환상적 이미지를 원색과 무채색의 강한 대비로 판타지를 창출한다.

 

마지막으로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 표현 영역을 넓히는 흐름이다. 사진과 청바지, 가공된 목재와 식물, 그리고 흙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초현실 분위기를 연출하는 권민정은 재료에 대한 개방적 사고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전통 회화를 전공한 박영학은 목탄으로 새로운 감성의 산수화를 보여준다. 유영미는 동양적 재료와 서양적 물질성을 섞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담아낸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구슬에서 환상성을 찾아낸 위성웅 역시 새로운 재료에 도전해 성과를 낸 작가다. 전통 회화의 종이와 서양물감, 거울과 종이 상자를 복합적으로 이용해 장식적 회화를 보여주는 이도희는 개인의 정서와 사회적 진실의 간극을 표현한다. 종이끈·나무·철사·못 등 폐품을 활용해 물질성이 강한 추상화를 추구하는 이영균은 인연이라는 동양적 정서에 주목하고 있다. 조각과 회화 경계에 선 작품을 하는 정운식은 철판의 물질성과 안료의 감각성을 조합해 디지털적 감성의 팝아트를 보여준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전시는 11월8일부터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선정 작가들의 50만원 미만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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