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권 침해’ 주장한 MH그룹, 기자회견 연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7 10: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위스에서 11월8일 개최… 朴 변호인이었던 도태우 변호사 참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유엔에 보고서를 제출한 영국 인권단체 MH그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연다고 시사저널에 이메일로 알려왔다. 기자회견의 주제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한국의 인권상황이다. 

 

MH그룹은 이메일을 통해 “한국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인권상황 검토일이 2017년 11월9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권상황 정기검토(UPR)는 유엔이 약 4년 6개월마다 한 번씩 유엔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상황을 점검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2년 10월에 UPR을 받은 적이 있다. MH그룹은 “당신은 한국 인권상황 정기검토 기간에 열리는 사이드 이벤트에 진심으로 초대됐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사흘 앞둔 11월4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대한애국당 등 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및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朴 옥중 인권 침해’ 주장한 MH그룹, “기자회견 초대”

 

사이드 이벤트의 초청 대상은 국내 언론이다. 이 자리에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재판절차, 구금 등과 관련해 한국의 인권상황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해당 이벤트에 발제자로 나설 사람들은 미샤하 호세이니운 MH그룹 대표를 포함해 로드니 딕슨 고문변호사, 하이디 딕스탈 고문변호사, 그리고 도태우 변호사 등 4명이다. 

 

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에 반발해 10월16일 사임했다. 딕스탈과 딕슨 변호사는 MH그룹을 도와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자처하고 있다. 이 중 딕스탈 변호사는 10월19일 시사저널과에 이메일을 보내 “박 전 대통령은 어떠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MH그룹은 “이들 발제자는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개인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기회와 그에 따른 어려움 등에 대해 분석할 것”이라고 했다.

 

 

朴 변호인이었던 도태우 변호사, 발제자로 참여

 

그런데 MH그룹이 국내에 있는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온 시각은 한국시각으로 11월7일 새벽 1시48분이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된다고 공지한 시각은 11월8일 밤 8시30분(현지시각 11월8일 오후 12시30분)이다. 불과 43시간 전에 통보를 한 것이다. 

 

한국에서 제네바까지 가는 데는 경유 1회를 포함해 최소 14시간이 걸린다. 항공편에 따라 30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기자회견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전한 셈이다. 사실상 현지 특파원만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이다. 국내 기자들을 가급적 배제한 채 자신들이 할 말만 하겠다는 의도가 읽히기도 한다. 

 

MH그룹이 한국시각으로 11월7일 새벽 기자에게 보내온 이메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현지시각으로 11월8일에 열릴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과 발제자 목록이 나와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회견 43시간 전 통보… 사실상 특파원만 참가 가능

 

게다가 기자회견 장소인 유엔 유럽본부 ‘팔레 데 나시옹(PALAIS DES NATIONS)’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기자가 출입하기 위해선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MH그룹도 “미디어 등록을 위해선 여기로 문의하라”면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이메일 주소를 적어뒀다.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자가 출입하기 위해선 편집장의 신청서와 ‘진짜 언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최근의 보도 내용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인터넷 매체의 경우 준비해야 할 자료가 더 많다. 신청한다고 곧바로 출입증이 나오는 것이 아님을 추측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 “수용자 관련 적극 조치 필요 없어”

 

MH그룹의 이메일엔 호세이니운 대표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었다. 시사저널은 11월7일 새벽 6시경(영국시각 11월6일 밤 9시) 이 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다가, 나중에는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한편 국회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11월7일 ‘박 전 대통령의 수용 중 부당처우 주장에 대한 조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엔 국가인권위원회가 MH그룹의 문제제기에 따라 10월19일 실시한 실태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수용자 처우와 관련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향후 진정사건으로 접수되면 국제기준 등을 검토해 구금시설 수용자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