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식사에 골프까지 쳤지만… “트럼프 끌려가지 않을 것”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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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동상이몽’… 트럼프, 아베의 극진 대접 받고 “일본과의 무역 불공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또다시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보다 더 가까웠던 적 없는 관계’다. 다만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할 아시아 5개국 가운데 첫 나라다. 그는 일본에 발을 딛기 전부터 무역에 관한 논쟁을 예고했다. 11월5일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회담의 중요한 이슈는 북한이 될 것이고, 아시아에서 수년간 나쁘게 진행돼온(badly handled) 무역에 대해서도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5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와 만찬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AP연합

 

 

‘역대급’ 美-​日 밀월관계, 그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 관해서만큼은 일본과 거리를 둬 왔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9억달러(77조원)를 기록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본 적자인 277억 달러(30조 89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무역협정의 방식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미국은 일본에게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자고 요구하고 있다. 일대일로 대화해 자동차․농업 시장을 개방하도록 유도, 적자폭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면 일본은 다자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미국이 돌아올 것을 원하고 있다. 원래 TPP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협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협정’이라고 비난하며 올 1월 탈퇴를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 이들은 11월5일 점심 때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먹고, 가스미가세키(霞が關) 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이 클럽은 일본 내 최고 전통을 자랑한다.


점심은 美 쇠고기, 저녁엔 日 쇠고기… ‘브로맨스’

이후 아베 총리는 ‘동맹을 더 위대하게(Make Alliance Ever Greater)’라고 새겨진 모자를 선물했다. 저녁에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본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먹었다. CNN은 두 사람의 관계를 남자끼리의 애틋한 감정을 뜻하는 ‘브로맨스(Bromance)’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둘째 날인 11월6일 미일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가 꺼낸 말은 “일본과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판매량이 저조하다”며 “일본 자동차 기업은 (미국에) 수출하지 말고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부탁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11월6일 주일 미국 대사관서 미·일 기업 경영자들에게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 사진=AP연합


다음날 트럼프, “일본과의 무역 불공정”

나아가 TPP에 대해선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TPP보다) 더 큰 무역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서 “무역 절차 또한 훨씬 간소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아베 총리와의 저녁식사를 앞두고도 “무역 얘기를 이어나가면 모두가 불편해할 것”이라고 짧게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은 아시아 순방 전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4일 하와이의 애리조나 기념관을 들렀다. 그는 곧 트위터에 “진주만을 기억하자. 그 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애리조나 기념관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가라앉은 전함 애리조나호를 기념하기 위한 곳이다. 해당 트윗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일본어로 “일본 오기 직전에 뭐라고 하는거야?”라고 댓글을 달았다.


기대 못 얻은 트럼프 방일… “미국은 끌려가지 않을 것”

한편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689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11월3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은 일본에 나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43.7%(279명)로 나타났다. ‘일본에 좋을 것’이라는 사람은 그 절반 수준인 25.4%(175명)였다. 또 전체 응답자의 62.6%(431명)는 ‘트럼프의 방일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협상 전문가인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11월6일 시사저널에 “일본은 TPP를 통해 경제적 리더십을 차지하려 한다”면서 “이를 아는 미국이 일본의 노림수에 쉽게 끌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미국의 통상압박을 줄이기 위해 무역 시스템 개정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접을 한 일본이 오히려 한발 물러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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