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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중국의 시혜자 코스프레에 저자세는 곤란하다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한중 관계 회복 중요하지만, 사드 보복 사과 당당히 요구해야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3(Fri) 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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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1인 지배체제를 더욱 확고하게 정립시켰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중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연장선상에서 10월31일 중국은 그동안 갈등 상황에 빠져 있던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차원의 의미로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시혜자(施惠者) 스탠스를 취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상황이다. 그런 후 한국과 중국의 합의문 발표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우리와의 갈등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급격히 전환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 중국과의 얽히고설킨 갈등 관계는 당장 풀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따라 사드 보복으로 치명타를 입은 국내 대기업과 중국 시장 진출에 발목을 잡힌 기업들의 원망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외교적 측면에서도 우리가 선제적으로 한반도 긴장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 직후 국가안보실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으며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므로 이번 ‘한중 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 발표’는 우리에게도 얻는 이득이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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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외교전략 급선회에 대한 배경 우선 주목

 

1992년 8월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이후 한국과 중국은 25년째 수교를 맺고 있다. 그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두 국가는 지난 25년 간 협력 동반자에서 전면적 협력 동반자로, 다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계속 격상시키며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의 폭을 확대시켜 나갔다. 지난 10년간 국내 대기업의 주요 해외 진출 지역도 중국이었고 국내 기업이 최다 매출을 창출하는 글로벌 시장도 중국이었을 만큼 두 국가의 동반자적 관계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정치·경제·외교적 측면에서 급성장을 거두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자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갈고 닦은 역량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라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난 시진핑 주석의 사자후(獅子吼)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시진핑 주석은 세계를 대국과 주변국,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며 대국 관계는 균형과 안정을 갖추되 주변국가에게는 친밀함과 성실함, 호혜의 원칙을 통해 외교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가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중국은 대국과 주변국, 개발도상국 등으로 천하를 세 집단으로 분류하면서 균형적인 관계는 오직 대국과의 관계에서만 설정해 놓았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 및 정상회담에서 동등한 위치, 수평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즉, 중국은 언제든지 자신의 입장에 따라 공세와 화해의 손길을 동시에 내밀며 주변국을 길들일 수 있다는 시그널을 던졌다. 

 

둘째, 주변국 및 개발도상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은 진실, 친근, 성실 등의 키워드를 내세우며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의 강공 외교 드라이브에 대해 전 세계가 반감을 보이기 시작하자 중국은 시진핑 2기의 외교 전략을 ‘강공’에서 ‘실리 중심의 유연성’으로 급격히 전환시켰다. 동북아에서 점점 거세지는 미국에 대한 반감을 지렛대로 이용해서 중국의 동북아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다. 단적인 증거로 중국은 우리에게 이른바 3불(不) 조건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중국이 강조한 진실과 성실은 중화사상에 기반 한 그들의 시혜자적 스탠스를 표현한 슬로건일 뿐 상호 수평적인 관계로 정상화하자는 취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3NO 정책’ 요구하며 관계 정상화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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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취임 초, 중국의 대표적 ‘육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에 사절단을 파견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회 개막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다방면으로 중국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중국은 사드를 빌미로 우리를 거칠게 비난하며 경제 및 문화 전반에 걸쳐 보복 조치를 꾸준히 확대시켜 나갔다.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다행히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지만 중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에 대해선 지금부터 본격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세 가지 사안에 대해 명확히 ‘3NO’정책을 우리에게 요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했고 중국 역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해당 안건에 대해 양국이 사전 조율을 마쳤다는 식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확대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그동안 중국이 침묵으로 일관한 점, 그리고 전 방위적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중국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 문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지나치게 ‘저자세’ 또는 ‘눈치 보기’ 전략으로 접근한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실제로 이번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합의 문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은 사드를 반대하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대한민국의 안보 동맹 등 군사 전략적 측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적절하게 문제를 처리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 반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한다는 수동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 등을 이유로 관계 회복을 먼저 제안하면서도 끝까지 우리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유감 표명을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주변국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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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어디에도 중국 지켜야 할 원칙이나 기준 없어

 

합의문을 조율하고 반영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서도 ‘합의문에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이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에 대한 중국의 유감 표명을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정부와 물밑에서 고생한 국가안보실의 노고(勞苦)를 국민들이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한국 스스로 중국의 외교 프레임 전술인 주변국의 수혜자(受惠者) 입장에 매몰돼 자주적이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실책이다. 합의문 어디에도 중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나 기준은 적시돼 있지 않다.

 

우리는 중국이 강력하게 요구한 ‘3NO’를 관계 회복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2년간 폭력적 조치로 우리의 산업과 관광, 문화를 마비시킨 점, 이와 동시에 한국의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 유례없는 내정 간섭을 통해 보복을 일삼은 점에 대해 우리 정부가 중국에게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중국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도 대국으로서의 시혜자 스탠스와 사드로 인해 자국의 안보가 위협 당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세 외교, 눈치 보기 외교로 일관하면 중국에게 우리는 주변국에 불과하다는 시그널만 줄 뿐이다.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마라. 그러나 협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케네디 前 미국 대통령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 새로운 전략으로 시진핑 2기를 상대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한국을 주변국으로 바라보는 중국으로 인해 국가적 자존심이 짓밟힌 사례는 남한산성 참극(慘劇)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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