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떨어질 때가 치매 예방 치료 적기”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7 09:55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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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의 진료톡톡] 가장 효과적인 치매 치료 시점은?

 

60대 후반의 K여사는 얼마 전 종합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 치매라는 말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초기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떤 병이든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하기도 수월하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서 완치 확률도 높아진다. 치매 역시 초기에 발견할수록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에 발견해도 치매 진행 7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한다. 치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시점은 이미 치매가 많이 진행된 이후인 경우가 많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한다고 해도 뇌가 상당 부분 손상된 상태다. 다르게 말하면 치매로 진단되기 오래전부터 이미 뇌의 변화와 손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6월15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어르신들이 치매 예방 조기 검진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찍 발견해도 이미 치매 ‘4단계’

 

치매가 시작되는 시점을 쉽게 설명하면,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부터다. 기억력이 떨어지고(기억력 장애), 말이 서툴러지거나(언어 장애),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수행능력 장애), 잘 해 오던 일이나 행위를 하지 못하거나(실행증), 잘 알던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실인증) 증상이 한 가지 이상 있고,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을 원만하게 하기 힘들어지는 시기부터다.

 

치매가 되기 바로 전 단계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기억이 나빠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본인만 느끼는 초반부 기간을 주관적 경도인지장애라고 하며, 배우자나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도 기억이 떨어진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후반부 기간을 객관적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경도인지장애 전 단계를 ‘임상적 증상’이라고 한다. 뇌가 나빠지는 특별한 느낌은 없지만 뇌의 형태적 변화와 손상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시점이다.

 

‘임상적 증상’ 기간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주관적 경도인지장애는 두 번째 단계, 객관적 경도인지장애는 세 번째 단계, 초기 치매는 네 번째 단계다. 중기 치매는 다섯 번째 단계, 말기의 전반부는 여섯 번째 단계, 후반부는 일곱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초기에 발견한다 해도 병의 진행 과정이나 진행 정도를 기준으로 보면 초기가 아니라 네 번째 단계며, 이미 뇌의 변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문제는 처음 일정 기간에는 병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점이다. 즉 첫 번째 단계인 ‘임상적 증상’ 기간에는 뇌의 변화를 느끼기도 힘들고 알아채기도 힘들다. 두 번째 단계인 주관적 경도인지장애 기간은 배우자나 자식들은 알아채지 못하고, 본인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병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치매와 같이 삶의 질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질병은 정확한 진단에 의한 정확한 치료도 필요하지만, 병으로 진단받기 전의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병으로 진단되기 전에도 뇌 속에서는 이미 병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즉 예방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예방 치료는 뇌세포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뇌세포의 재생은 불가능하지만 재활은 가능하다. 뇌세포가 활력을 회복하면 뇌 기능이 호전되면서 삶의 질이 달라지고 뇌세포의 수명이 길어진다. 뇌세포의 수명이 길어지면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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