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 임대 후 분양해 준다더니…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눈물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5 13:32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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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소송하면 된다” 답변만…법 바뀌어 대책 마련도 쉽지 않아

 

최근 임대아파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10년째 건설사의 무책임한 태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 5년 뒤에 분양해 주겠다며 입주자를 모집했던 회사가 분양전환을 안 해 주고 있어서다. 회사는 아파트 가격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갑작스레 두 차례 분양전환을 진행한 뒤 감감 무소식이다. 하자보수 문제로 분양전환 신청을 망설였던 입주민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10월17일 경기도 안성시 중리동에 위치한 동광아파트 분양사무실의 문이 닫혀 있다. 동광종합토건은 두 차례 분양전환 이후 2년 넘게 분양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 시사저널 이민우

 

동광 때문에 무너진 ‘내 집 마련의 꿈’

 

입주민들의 비난 대상은 이신근 썬밸리그룹 회장이 지분 98%를 보유한 동광종합토건(동광)이다. 이신근 회장은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부영그룹을 키운 이중근 회장의 동생이다. 이신근 회장은 뒤늦게 임대아파트 사업에 뛰어들면서 2007년 경기도 안성시에 임대아파트를 지었다. 그리곤 5년 임대 후 분양하겠다는 조건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동광은 주민들의 분양전환 요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전환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분양을 받지 못한 주민들은 행정기관에 민원을 넣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매도청구권이 보장돼 있으니 소송을 진행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어찌 된 일일까.

 

동광은 지난 2007년 경기도 안성시 중리동 일대에 930세대 규모로 안성중리 동광1차 아파트를 완공했다. 이어 2009년에는 도로 맞은편에 576세대 규모의 동광2차 아파트를 지었다. 이들 모두 ‘5년 공공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을 내걸어 입주자를 모집했다.

 

첫 진통은 동광1차 아파트의 임대의무기간 5년이 지난 2012년에 시작됐다. 동광과 임차인 간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졌다. 2년 가까운 갈등 끝에 양측은 9200만원에 분양하기로 합의하고 2014년 12월 분양 절차에 착수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동광1차 아파트를 처음 분양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2년간 갈등을 벌이며 분양을 늦춰오던 동광은 갑작스럽게 분양전환을 서둘렀다. 임차인 대표 측과 분양전환 가격에 합의한 직후인 12월14일 분양전환 찬반 투표가 실시됐다. 이어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1차 분양신청을 받았다. 첫 분양 일정이 2주 사이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동광 관계자는 “연말 안에 분양을 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갑작스럽게 분양전환 공고를 냈다”며 “기간을 딱 정해서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여러 차례 분양신청을 받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민들을 달랬다.

 

눈에 띄는 점은 또 있었다. 동광과 임차인 대표 측이 분양전환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하자보수 종결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동광 측은 하자보수 종결에 대해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입주민 A씨는 “당시에도 천장이나 지하주차장에 물이 새고 벽에 금이 가는 등 하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분양전환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하자 종결을 선언하니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광 측은 분양전환을 진행하면서 하자보수 종결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받았다. 이 합의서를 문제 삼았다가 분양신청을 거절당한 입주자도 있었다. 2차 분양전환 합의서에는 “10년 차 하자는 향후 입주자 대표와 협의 처리 예정”이라며 “10년 차 하자를 제외한 하자보수와 관련해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 및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동광은 두 차례의 분양전환 신청을 접수한 이후 2년 넘도록 추가 분양전환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동광1차 아파트에서 247세대는 여전히 분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동광2차 아파트는 분양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동광1차 입주민 B씨는 “1차 신청기간과 2차 신청기간 사이가 7개월 정도였으니 1년 정도 기다리면 분양전환 신청을 받을 줄 알았다”며 “2년 넘도록 언제 분양을 하겠다는 설명조차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10월17일 해당 아파트를 찾았을 때 동광2차 아파트에 마련된 분양사무소는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입구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입주민 C씨는 “결혼한 다음에 5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서 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여기 아파트에 들어왔는데 10년째 무주택자 신세”라고 토로했다.

 


 

분양 지연 둘러싼 추측 난무

 

일련의 과정을 보면 동광은 여타 건설사들과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어떻게든 한 가구라도 더 분양하려고 한다. 토지 매입과 건축 과정에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빨리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빌린 돈을 다 갚고 남은 돈은 건설사의 분양 수익이 된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는 또 다른 택지를 사고 새로운 사업을 벌여가며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동광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추가 분양을 미루고만 있다.

 

물론 동광 측의 공식 해명을 들었다. 동광 관계자는 “경기도 안성시의 분양 상황이 좋지 않아 한꺼번에 분양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악성 임차인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분양전환을 받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있고, 이들이 버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보면, 동광1차 아파트 78.19㎡형은 지난 9월에 5건 거래됐다. 거래 가격은 1억2500만~1억2850만원이었다. 주민들은 분양을 받은 뒤 다시 팔면 3000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우선분양권을 보유한 셈이다. 분양 상황이 좋지 않다는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질문에 동광 관계자는 “영업팀으로부터 그처럼 상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며 “공식적인 답변 이외에 추가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동광의 ‘수상한 행동’의 배경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지쳐서 나가게 만든 뒤에 실거래가로 분양하려는 속셈”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분양전환을 하는 것보다 현재 상태가 더 이득이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냐”며 “동광이 임대료를 벌어들이려고 분양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동광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동광의 2016년 임대수입금은 19억1700만원 수준이었다. 반면 임대주택 이자비용은 12억8600만원 수준이었다. 하자보수비, 관리비 등을 제외해도 5억원 이상 더 벌어들이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43억원에 달하는 회사에서 5억원 때문에 분양전환을 미룬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때문에 동광1·2차 아파트의 장부금액과 국민주택기금 차입금, 단기차입금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다. 201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동광1·2차 아파트의 장부금액은 건물과 토지를 합쳐 647억원 수준이다. 해당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국민주택기금 차입금은 459억5600만원이었다. 여기에 임대보증금까지 빼면 실질적으로 동광이 분양전환을 했을 때 손에 넣을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특히 국민주택기금 차입금 금리가 연 2.2~2.8%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4~6%대 단기차입금을 끌어오는 동광의 상황에서 저금리의 차입금을 서둘러 갚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입주자 B씨는 “가정이나 직장 형편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우선분양권을 포기하고 이사를 가는 가구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렇게 한두 가구씩 포기하고 나가게 만들어 회사에서 실거래가로 더 많이 남기고 팔려는 속셈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 입주민이 불합리한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계약서를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민우

 

제도 공백…사후약방문도 쉽지 않아

 

5년 후 분양전환 약속을 믿고 들어갔다가 10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을까. 주민들은 여러 차례 안성시와 국토교통부,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국토부의 회신 내용을 보면 “추가적인 분양전환 실시 여부에 관해 행정기관에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법원의 결정 등을 통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공공임대 성격이 짙다. 공공택지를 싼값에 넘겨받고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금리로 융자를 준다. 일반 민간 임대아파트와 성격이 다르다. 이 같은 부분을 따지자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 차원에서 분양을 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기존 법에선 의무임대기간에 집중한 것”이라며 “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고의로 분양을 하지 않는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뒤늦게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국토부 관계자는 “2015년 말에 구(舊) 임대주택법이 공공주택 특별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나눠지면서 사라졌다”며 “사라진 법을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법이 바뀌면서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LH공사나 SH공사 같은 공기업에서만 지을 수 있게 됐다”며 “LH나 SH가 분양을 미루는 일은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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