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文정부 외교당국자들, 대통령 철학 제대로 공유 못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3 17:01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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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남지사 출마설’ 나오는 김홍걸(DJ 셋째 아들)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최근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뒤이어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어버이연합이 벌인 DJ 부관참시 퍼포먼스 배후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정황까지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난 나흘 후인 10월19일 시사저널과 만난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현재 변호사와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근거 없는 모함을 하도 많이 당해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일일이 분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보수정권 9년 동안의 문제들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보수야당을 향해선 강한 어조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언제는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로 갈 수 없다’고 하다가, 또 언제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다 들춰보자’ 하는 저들의 주장은 도통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외교당국자들의 대응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 그는 “외교·안보에 대한 정부의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다음 행보가 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민주당의 호남 압승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노벨상 수상 취소 공작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건가.

 

“2000년 수상 이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인사들이 수상을 반대하는 공작을 했다는 얘긴 들었다. 아버지가 대통령 퇴임하실 때쯤 국민의 정부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노벨상 수상도 로비에 의한 것’이라고 모함했던 건 알았다. 그러나 돌아가신 후까지 그랬다는 건 몰랐다. 수상한 지 수년이 지난 후까지 그런 어리석은 공작을 했으리라고는 짐작 못했다.”

 

 

노벨상 수상 전 한나라당에서 어떤 식으로 반대를 했다고 들었나.

 

“그쪽 정치인들이 조직적으로 수상 반대 의견을 노벨상위원회에 전했다고 한다. 위원회 차원에서도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들었다. 독재국가에서 자기 나라 인권운동가에 대한 수상을 못마땅히 여겨 은근히 메시지를 전한 경우는 있어도, 이처럼 정치인들이 조직적으로 수상을 반대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는 과정에서 당시 MB 정부의 방해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시는 것도 자리가 없어 곤란하다 하고, 여러 절차에 있어 윗선 눈치를 보며 우리 요청에 쉽게 응해 주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한때 국장을 취소하고 가족장으로 하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국장으로 정해진 후에도 추모특집방송 내용과 분량에 대해 정권이 간섭하기도 했고, 7일 동안 진행하기로 한 장례를 정부가 6일만 하고 끝내 달라 해서 추모객들이 몰려오는 데도 그대로 끝내기도 했다. 국장을 결정한 것도 순수한 의도라기보다, 정부 측에서 모든 걸 컨트롤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처럼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걸 막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MB 정부, 그런 공작 했을 줄 몰랐다”

 

문재인 정부의 현재 대북기조와 한·미 관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는 분명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평화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이란 대통령의 철학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대북·대미 정책에 있어 구시대적 생각을 갖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미국에 대해 ‘어느 선은 지키겠지’ ‘알아서 잘 리드하겠지’라고 안일한 기대를 갖고 있다. 오바마 정권 대하듯 트럼프 정부를 대하면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없다.”

 

 

최근 김 위원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인가.

(강 장관은 10월1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한강 작가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청와대가 공식 SNS에 올린 사실에 대해 “사전에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병세 장관(박근혜 정부 외교부 장관)이 돌아온 줄 알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권의 장관인데 보수야당의 사상 검증식 질문에 당당히 대응 못한 게 아쉬웠다. 과거 우리가 금강산 관광, 6·15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을 때, 만일 일일이 보수진영과 미국의 동의를 구하고 했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거다. 대북 문제는 일단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 놓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지, 이 눈치 저 눈치 봐선 아무것도 못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11월 방한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체류 일정이 일본보다 짧을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 홀대론’ 내지 ‘북한 도발’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도발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어떤 무책임한 메시지를 내놓을까가 더 우려스럽다. 트럼프가 머무를 기간을 두고 한국 홀대론이라 하는 건 어디에도 없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며, 치졸하고 유치한 얘기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향한 비판도 SNS를 통해 많이 하는데.

 

“안 대표의 경우 ‘다당제가 답이다’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반대한다’는 얘길 꾸준히 했는데 이를 뒤집고 지금 합당을 얘기할 만큼 바른정당과 자신의 소신이 일치하는지 묻고 싶다. 최근 국민의당 자체 여론조사가 공개됐는데, 공개 의도도 의심스럽다. 호남에서 바른정당과 합치는 데 별로 반대 여론이 없다는 식의 조사 결과 역시 전혀 상식과 맞지 않는 얘기라 믿기 힘들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조만간 발표할 텐데, 워낙 지금 우리가 외교적으로 힘들지 않나. 그래서 정부에서 어려워하면서 못하는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민간채널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남지사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결심은 섰나.

 

“일단 지금 시급하게 할 일들을 먼저 한 후 지방선거 문제는 내년 들어서야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선 호남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만 할 수 있겠다. 내 출마 여부는 유권자들 뜻과 당내 방향을 살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출마 여부는 언제쯤 확실히 들을 수 있을까.

 

“최소한 연말이나 연초가 돼야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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