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분열하며 자민당이 압도했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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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당 등장하며 분열한 야당, 자민당 압승의 주요 원인

 

“야당의 분열로 여당이 이겼다.”

 

10월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는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압승하며 끝났다. NHK에 따르면 자민당은 283석, 공명당은 29석을 얻어 연립여당이 312석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312석은 전체 의석 475석의 3분의2(310석)을 넘는 숫자다. 자민당은 국회 운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절대 안정 다수 의석(전체 상임위 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는 의석)인 261석도 넘어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이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았던 자민당 과반수 유지를 초과 달성하면서 총리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전에 직접 나선 아베 총리의 모습. 10월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는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얻으며 압승으로 끝났다. © 사진=EPA연합

 

“아베 정권 비판표가 흩어졌다”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선거였지만 야당이 분열하면서 비판표가 분산된 게 자민당의 승리를 도왔다. 우치야마 유(内山融) 도쿄대 교수는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표가 희망의당과 입헌민주당 사이에서 흩어지며 자민당이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싱크탱크인 PHP종합연구소의 카메이 젠타로 수석연구원도 “간단히 말하면 야당의 자멸이라고 생각한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세력을 완전히 없애는 꼴이었다”고 말했다.

 

시발점은 희망의당 창당이었다. 희망의당이 등장하면서 과거와 다른 야당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9월2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희망의당을 만들자 민진당이 여기에 합류를 결정했다. 그런데 희망의당 측에서 민진당 합류 멤버를 전원 받아들이지 않고 솎아내면서 문제가 생겼다. 

 

배제의 원리가 작동하자 민진당 측이 분열했고 희망의당에 합류하지 못한 인사들은 입헌민주당으로 향했다.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는 상대당의 기반인 오사카와 도쿄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선거 협력을 했다. 공산당과 입헌민주당, 사민당 역시 후보들이 겹치는 선거구에서 조율하며 후보자를 정리해 결국 3각 구도가 형성됐다. 이러면서 이번 중의원 선거는 ‘자민당·공명당’의 연립여당에 대항해 ‘희망의당·일본유신회’, 그리고 ‘공산당·입헌민주당·사민당’이 의석을 다투는 삼각 구도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289개 소선거구 중 삼각형의 축을 이루는 각각의 진영에서 1명씩 출마한 삼파전 양상을 띤 곳이 전체의 60%에 가까운 162개 선거구였다. 1대1 대결이 이뤄진 선거구는 47곳에 불과했는데 모두 ‘희망의당·유신회’가 후보를 내지 않은 곳이었다.

 

유리코 코이케 도쿄도지사가 만든 희망의당이 등장하며 일본 야당은 재편됐고 야당 표심이 분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EPA연합

 

야당까지 동참하는 개헌안 추진할 듯

 

이번 선거는 아베 정부가 원동력을 얻기 위한 시도였다. 아베 정부가 개헌을 원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 의석수만 따진다면 이미 개헌이 가능한 숫자를 가지고 있던 연립여당이었다. 의석수로 따지면 선거 전에 자민·공명당은 전체 의석의 3분의2가 넘는 324석을 보유해 개헌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의 사학스캔들로 내각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었고 아베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던 때였다.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국민투표 통과를 장담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새판을 짜는 시도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선거 결과가 좋다면 스캔들에 대한 면죄부도 받을 수 있었고 결국 성공했다. 선거전에서는 북한의 위협론이 단골 소재였는데 안보 불안을 자극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연립여당은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가 치러진 10월22일 밤 TV에 등장해 개헌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2020년 새로운 헌법을 시행하느냐”라는 질문에 “일정이 정해진 게 아니다. 우선 제대로 논의를 심도있게 나누기 위해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만의 발의로 개헌이 추진될 경우 “국민을 분열시켰다”는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 등 야당의 동참을 아베 정부가 바라는 이유다. 우치야마 도쿄대 교수는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도 개헌에 적극적이다. 국회에서 헌법 개정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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