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비정규직 제로’라면서 “모두 없애는 건 원래 아니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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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숨겨진 뜻… 정규직 전환 대상은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언급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모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것이 처음부터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10월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총리가 이렇게 말한 건 10월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다. 그는 전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자리로드맵’과 관련, “오늘 아침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공공부문은 모든 자리를 전부 정규직화하려는 것’이라는 투의 보도가 있는데 그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이해를 얻으려면 정부부처가 확고한 인식을 하고 국민께 설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 “모든 비정규직 없앤다는 것 아냐”

 

앞서 5월12일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당선 이후 첫 행보였다. 당시 대통령은 “공공부분에서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인천공항 간담회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5월15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모든 비정규직을 하루아침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왜 역대 정부가 그런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민간 기업은 간담회 이후 “협력사에 소속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이 그 예다. 

 

 

결국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총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말한 ‘비정규직 제로(0) 시대’의 대상은 모든 비정규직이 아니었던 셈이다. 또 대통령의 발언과 추후 정부 정책이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도 있다. 인천공항 간담회 때 대통령이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공공부분에서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이렇게 약속을 드리겠다. 제가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새롭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포함되지만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됐다. 특히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안전과 생명에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 직원들이 출산으로 인한 휴직, 결혼과 같은 납득할만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전부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문 대통령은 상시․지속적 업무의 비정규직에 대해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다른 업무의 비정규직보다 우선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10월18일 공개된 일자리로드맵에는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상시·지속적 업무(종사자)'만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 관계자는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 외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

 

전국 852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총 31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 중에서 올해 말까지 7만명, 2022년까지 20만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율로 따지면 올해 19.5%인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중을 2022년에 1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5월12일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 이후 “비정규직 1만명을 연내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0월16일 “약속 직후 인천공항이 비정규직 400여명을 채용한 사실이 이번 국감에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은 포퓰리즘 1위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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