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살아가기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 14:50
  • 호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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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마이너스 실질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갈수록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다시 전환하겠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매우 낮은 실질금리 시대에 대응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은행에 맡겨둔 돈 가치가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우리가 요즘 은행에 저축성예금으로 돈을 맡기면 연 1.5% 정도의 금리를 받는다. 이를 명목금리라 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9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올랐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1.5%)에서 물가상승률(2.1%)을 뺀 것인데, 올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0.6%다. 은행에 많긴 돈의 실질 가치가 늘어나기는커녕 0.6% 줄었다는 의미다.

 

올해 명목금리가 소폭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것은 지난해 1% 상승에 그쳤던 소비자물가가 올해 들어 2%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한 것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한 주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소비 중심으로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기 때문에 갈수록 물가상승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줄거나 플러스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7월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명목금리가 중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실질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 금리도 뒤따라 올랐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최근의 금리 상승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연구기관은 갈수록 우리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과 자본이 증가하거나 생산성이 향상돼야 한다. 이 가운데 우리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노동이다. 올해부터 일할 수 있는 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을 낮출 것이다. 현재 2.8%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것인데, 10년 후에는 우리 경제가 1%대 성장에 직면할 전망이다.

 

여기다가 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우리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를 웃돌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를 보면 저축은 자금 공급이고 투자는 자금 수요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 보니 우리 경제에 자금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금순환계정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54조원에 이르고 있다. 일부 대기업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은 자금 조달도 중요하지만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이렇게 돈 많은 기업들이 은행 돈을 덜 빌려 쓰고, 은행은 채권을 사면서 금리를 더 낮추게 될 것이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기 때문에 모든 자산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우리 가계가 금융자산의 44% 정도를 금융회사에 예금으로 가지고 있는데 낮은 실질금리 시대에 그 비중이 높다. 배당형 펀드 등 다양한 금융자산에 나눌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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