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지막 개성상인’의 3대 덕목 ‘오데로 갔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 09:33
  • 호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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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家 이수영·이복영 회장 수상한 주식 거래 논란 편법 승계와 배임 논란으로 확산 가능성

 

올해는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이회림 OCI그룹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개성에서 태어난 이 창업주는 1945년 광복 직후 서울로 넘어왔다. 이후 화학산업의 기초 재료인 ‘소다회’를 국산화하는 등 한국 경제 성장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월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대거 얼굴을 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은 이날 “선친께서는 신용·검소·성실이라는 개성상인의 3대 덕목을 항상 몸소 실천하며 청렴한 기업인으로서 스스로 귀감이 됐다”며 “선친께서 이룬 업적들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니 다시 한 번 깊은 감회와 존경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세를 거쳐 3세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넘어가는 과정을 보면 이 창업주의 신념을 의심케 한다.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과 차남 이우정 넥솔론 대표는 2010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동반 기소됐다. OCI㈜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10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였다. 두 형제는 태양광발전 웨이퍼 계열사인 넥솔론의 1·2대 주주다. 주요 주주가 기소되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넥솔론은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재심의’ 판정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회림 OCI그룹 창업주는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재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 하지만 OCI그룹은 2세를 거쳐 3세로 넘어오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3세 체제 앞두고 잇단 잡음 휘말린 OCI

 

2011년 말 넥솔론은 우여곡절 끝에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 역시 녹록지 않았다. 회사 경영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2014년 8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4월에는 거래소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넥솔론은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경영 실패에 따른 3세들의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OCI그룹이 오너 2세와 3세에게 특혜에 가까운 혜택을 준 정황이 포착됐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과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일가의 수상한 지분 거래가 우선 눈에 띈다. 이수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은 형제 관계다. 이회림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으로 각각 OCI그룹과 삼광글라스를 독자 경영하고 있다. 이복영 회장의 세 자녀인 원준·우성·정현씨는 2013년 11월20일부터 1주일간 삼광글라스 지분 7.05%를 시간외 매매로 전량 매입했다. 매각 주체는 OCI㈜였다.

 

이전까지 OCI㈜는 이복영 회장(22.04%)에 이어 삼광글라스의 2대 주주(7.05%)였다. 하지만 이 거래로 OCI㈜가 보유한 지분은 0%가 됐다. 대신 이복영 회장의 세 자녀 지분율이 각각 8.84%와 5.54%, 2.12%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정현씨는 이전까지 삼광글라스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3세 승계를 위한 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아니겠냐”는 말이 재계에서 나왔다.

 

문제는 주식을 매각한 시점이다. 당시 OCI㈜가 매각한 주식은 모두 132억원 규모다. 주당 매각가는 4만1750원 수준이다. 2013년 7월 이후 삼광글라스의 최고 주가는 7월 6만5700원, 8월 6만1000원, 9월 6만400원, 10월 5만7000원 등이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급등하면서 2015년 초에는 장중 12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주식을 판 법인은 물론이고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오너 일가는 이득을 챙긴 셈이 됐다.

 

OCI그룹 측은 “절차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며 “매각 가격은 당시 시세에 따라 적법하게 정했고, 필요한 공시도 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광글라스 측 역시 “관련 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당시 주식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한 상태다. 2005년 5월까지만 해도 삼광글라스의 최대주주는 39.41%를 보유한 OCI(당시 동양제철화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복영 회장과 자녀들은 단 한 주도 삼광글라스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다. 2005년 6월 삼광글라스의 최대주주가 OCI에서 이복영 회장(22.04%)으로 변경됐다. OCI㈜는 보유 지분을 이 회장에게 매각하면서 2대 주주(17.06%)로 전락했다. 삼광글라스가 ‘사면결착식’ 유리용기인 글라스락을 선보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직전이었다.

 

2009년 청와대에서 이수영 OCI그룹 회장(경총 회장·오른쪽)이 손경식 당시 대한상의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OCI그룹 측 “이사회 거친 만큼 문제 없다”

 

이 회장 일가는 2008년 6월 추가로 10%의 지분을 OCI㈜로부터 매입했다. 이번에는 이 회장의 자녀들이 삼광글라스 주주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우연의 일치일까. 당시 삼광글라스의 주가는 1만원대로 최저가를 찍은 상태였다. 하지만 오너 3세들이 지분을 취득한 이후부터 매출이 급증했고, 회사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OCI㈜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오너 2·3세들이 상당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OCI그룹 측은 “삼광글라스가 관련법상 계열사에 포함돼 있지만 실상은 그룹과 완전히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했고, 이사회 결의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장내에서도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데, 오너 일가에게 넘겼다고 문제 삼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오너 2·3세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알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 금융이나 경영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편법 승계나 배임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너 일가들이 충분히 이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재계 현실이다. 삼광글라스의 최대주주였던 OCI(주)가 오너 일가에게 지분을 매각하면서 양측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이수영 회장이나 이복영 회장 일가가 지분을 거래할 당시 지위를 이용해 내부정보를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OCI㈜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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