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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백마 탄 그녀…김정은 대안세력으로 부상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파격’ 발탁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Thu) 14:30:0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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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양 권력의 중심부에 자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월7일 열린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의 핵심 권력집단인 정치국의 후보위원에 발탁되는 등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다. 28살 나이에 60~70대가 주축인 정치국에 진입했다는 건 북한 노동당 정권 72년사에 없는 파격이다. 고모인 김경희가 64세 되던 2010년에야 정치국에 포진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춰 봐도 그렇다.

 

김여정의 급부상이 주목받는 건 그녀가 정치국 후보위원을 거머쥔 노동당 전원회의의 개최 시점 때문이다. 당 창건기념일(10월10일)을 사흘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는 집권 6년 차를 달리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기반 강화를 겨냥한 물갈이가 이뤄졌다. 이른바 빨치산 세력의 2세대로 간주되는 최룡해가 노동당의 핵심인 조직지도부 부장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힘이 실렸다. 친정(親政)체제가 더욱 갖춰졌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 국면에 대비한 비상체제를 위한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김정은을 겨냥한 참수작전 등이 공론화하는 상황이라 북한 권력의 핵심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국면에서 김여정에게 엄청난 힘이 실릴 수 있는 직위를 부여했다는 건 뭔가 속사정이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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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김정은 유고 시 北 왕조 이어갈 장치”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김여정의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눈길을 끄는 건 김여정을 김정은 유고 시 대안세력으로까지 보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0월9일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낳은 자녀가 모두 6살 이하로 추정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예견치 못한 통치 권력의 부재 상태에서 북한 왕조를 이어나갈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다음번 후계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소개했다.

 

사실 김여정은 정치국 진입 이전에도 적지 않은 권력을 휘둘러온 것으로 관측된다. 오빠의 공개 활동을 수행하며 행사 진행과 의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챙기는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난 4월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 때는 미사일과 전차 등 각종 무기체계가 소개된 대형 앨범을 김정은 앞에 펼쳐 놓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난해 5월 노동당 7차 대회 당시에는 휴대폰과 수첩을 들고 행사장을 누비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잡혔다.

 

김여정이 북한 매체에 처음 공식 등장한 건 지난 2014년 3월이다. 그는 김정은을 수행해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에 해당) 대의원 투표장에 나왔고, 투표함에 표결하는 장면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노동당 책임일꾼’으로만 불렸던 김여정은 같은 해 11월 노동당 부부장으로 호칭됐다. 당시 25살이었다. 아버지인 김정일의 경우 28살인 1970년에 선동부 부부장이 됐고, 고모 김경희는 30살에 국제부 부부장에 올랐다는 점만 봐도 공직 진출이 서둘러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일가를 일컫는 이른바 평양 로열패밀리의 여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건 김정일 집권 시기까지는 없던 일이다. 김정일의 여자들은 아무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못하는 등 철저히 은둔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리설주는 집권 초 ‘부인 리설주 동지’로 북한 매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김여정은 권력 전면에 나서 승승장구한다.

 

김여정에게 권력이 쏠리면서 평양 권력층 사이에서는 ‘만사여통’이란 말까지 은밀하게 나돈다고 한다. “모든 일은 김여정 동지를 통해야 한다”는 의미란 얘기다. 여기에는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함께 유학하며 다진 끈끈한 남매간의 우애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김여정은 김정은 체제 들어 평양에서 제일 자유분방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물로 간주된다. 김정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는 거의 유일한 존재란 얘기다.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 때 김정은과 모든 간부들이 꼿꼿하게 부동자세를 한 자리에서도 김여정은 행사장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처형과 해임·강등 같은 공포정치에 떨고 있는 다른 간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여정은 당 정치국 진입을 앞두고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월초 6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로 평양 권력 핵심부가 떠들썩할 때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권력 전면에 나서는 걸 자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김여정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올케인 리설주가 김정은의 곁을 지키며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을 과시한 것과 비교됐다. 하지만 정치국 후보위원 직책을 부여받음으로써 북한 권력의 2인자 지위를 얻은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여정, 정책 관여 폭 넓혀 나갈 것”

 

사실 우리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자신의 유고 시 김여정을 대안세력으로 준비하고 있는 정황을 파악해 놓았다고 한다. 고위 탈북인사 등을 통해 김여정이 오빠 김정은과 강원도 원산 특각(별장)에서 휴양을 겸한 정기적인 통치모임을 갖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원산은 이들 남매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인 생모 고용희가 처음 만경봉호를 타고 도착한 곳이 원산항이다. 고용희가 한때 ‘원산댁’이라 불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김정은이 원산 비행장을 국제비행장으로 리모델링하고 인근에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여정은 정치국 진입을 계기로 더욱 정책 관여의 폭을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후계수업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때 김씨 일가 안방권력의 정점에 섰던 고모 김경희의 위상과 맞먹는 존재감을 갖게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김정일 통치 시기 김경희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오빠의 권력을 보좌하고 통치활동을 챙기는 핵심 업무를 관장했다. 2013년 12월 남편인 장성택이 처형당하자 공개 활동을 접고 은둔에 들어간 김경희를 대체할 존재로 김여정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여정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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