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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신화’ 주역 퇴장, 자의냐 타의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사퇴 이유 놓고 설왕설래

송창섭·송응철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6(Mon) 13:00:0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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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깊은 고뇌 끝에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을 포함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0월13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발표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사전 협의도 없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권 부회장의 사임 소식을 당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알았다. 삼성 안팎으로 다들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한 날이어서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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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부회장 “세대교체 위해 사임”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23.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개 부문에서 모두 신기록을 세우면서 또다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다. 이처럼 눈부신 실적이 가능했던 데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성공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3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올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그런 반도체 부문의 선봉에 서 있는 이가 바로 권 부회장이다. 결국 그가 이번 삼성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어낸 주역인 셈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쓴 인물이다. 197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삼성에 합류했다. 그 직후인 198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문에서 4메가 D램을 개발해 삼성그룹 기술대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또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이후 비메모리사업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02년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으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했고, 2005년부터는 CMOS 이미지센서(CIS),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카드IC 등 5대 비메모리 성장동력 제품군을 선정해 이 중 4개 품목을 세계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권 부회장은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DS사업총괄 사장, 부회장을 거쳐 2012년 6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권 부회장은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JY)이 구속되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사퇴한 이후부터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총수대행’ 역할을 수행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6월2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간 정책간담회’와 문 대통령 미국 순방, 재벌 총수와 대통령 간 청와대 만찬 등에 삼성의 ‘얼굴’로 참석했다.

 

그렇다면 급작스러운 사임 의사의 배경은 뭘까. 일단 권오현 부회장은 그 이유로 세대교체를 들었다. 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정보기술)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며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총수대행으로서의 중압감이 자진 사퇴의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권 부회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 결과를 기약할 수 없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과 3심 선고 때까지 삼성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1952년생으로 60대 중반에 접어든 권 부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여지가 적지 않다. 권 부회장 스스로도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과 연관 짓는 시선도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 사퇴 선언 하루 전날인 10월12일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공판이 시작된 것과 이번 사퇴 결정이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복귀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을 경영공백 상태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권 부회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사퇴를 고민해 왔다. 곧 옥중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기로 했다”며 이 부회장과는 무관한 자의적 결정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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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더십 공백 어떻게 채우나

 

그 배경이 무엇이든 삼성은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권 부회장이 내년 3월까지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와 의장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 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장 반도체(D&S) 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직의 공백은 메워야 한다. 현재로선 후임자를 미리 정해 도제식으로 경영수업에서 나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식 체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임자가 재직 시절 후임자를 정하고, 일정 기간 업무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경영권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권 부회장도 향후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급한 자리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을 총괄 지휘하는 DS 사업부문장이다. 현재로선 반도체총괄인 김기남 사장, 의료기기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과 함께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이들이 DS 사업부문장으로 승진할 경우, 대규모 연쇄 임원 인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후임으로는 이동훈 OLED 사업부 부사장이 유력하다. 한갑수 LCD 사업부 부사장도 가능성이 있다.

 

후임 이사회 의장도 추후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권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 자격으로 ‘전문경영인 3각 체제’를 구축해  온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서는 이들 역시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동반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는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을 경우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여론의 움직임이나 정부의 기조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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