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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승리전략, 10년 전 협상 속에 답이 있다

국제협상 전문가 박상기 대표가 분석한 ‘미국의 4단계 협상전략’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3(금)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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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 김현종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손을 맞잡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2006년 2월3일 협상을 시작한 지 약 400일 만이었다. 우리 정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긴 협상의 터널’이었다. 

 

터널의 끝엔 승리가 있을까. 수치로 따지면 FTA는 한미 모두에게 이득으로 보인다. FTA 발효(2012년 3월) 이후 5년간 양국의 상품 교역량은 연평균 1.7%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월11일 보고서에서 “양국이 제조업 관세를 100% 없앨 경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156억 달러(17조 67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협상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완승”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제협상 전문가인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10월7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2007년 FTA 협상 때 완벽한 교란책을 구사했으며, 한국이 이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리 협상팀과 정부를 계속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일명 ‘레드헤링(Red Herring)’ 전략이다. 이는 협상과정에서 논점을 흐리거나 상대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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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전략 관점에서 2007년 한미 FTA는 미국의 완승” 

 

레드헤링 전략을 포함, 박 대표는 미국 협상팀이 썼던 전략을 4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첫 번째 단계는 협상에 앞서 판을 짜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은 협상 사안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부터 (한국으로서는) 협의가 불가능한 전술과 압박을 구사해 기선제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고기 시장에 대한 미국의 개방 요구가 그 예다. 미국은 FTA 협상을 1년 넘게 앞둔 2004년 10월부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한국은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이후 FTA 협상이 시작되자 소고기 관련 안건은 논의 대상에서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은 협상 말기에 해당 안건을 다시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계산된 기만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소고기 시장 개방과 같이) 시선을 분산시키는 안건에 한국이 시간과 노력을 뺏겼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협상 제안서 이곳저곳에 치밀하게 숨겨둔 함정을 발견하거나 반박하지도 못한 채 수세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고기 시장 개방 안건을 ‘딜 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결렬요인)’로 꼽기도 했다. 

 

또 미국은 협상 시작 전부터 핵심 논의사안을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가리거나, 반미 성향의 인사가 협상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전에 요청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내세울 전략의 두 번째 단계는 협상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 방법에 관해 보고서는 “뉘앙스가 다른 단어를 써서 한국의 협상 논리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주장을 거부할 땐 ‘부적절한(Not Appropriate)’ ‘관련 없는(Not Applicable)’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할 땐 ‘정당한(Righteous)’ ‘불가피한(Inevitable)’ 등의 단어를 집어넣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협상 중기에 압박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5가지 전략이 제시됐다. △집요한 질문 공세로 한국의 수용 범위를 재확인 △한국 측 주장의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계속 말해 협상을 방해 △FTA와 무관한 북핵, 군사, 외교, 미국 내 정치 및 경제문제 등을 언급해 협상력 떨어뜨림 △한국의 협상팀과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회유 △‘협조하지 않으면 협상이 깨질 수 있고, 이는 한국 책임’이라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 등이다. 

 

미국은 실제로 협상을 한 차례 깬 적이 있다. 2006년 7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FTA 2차 협상 때다. 당시 미국은 우리 정부가 도입하려고 했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반발하며 협상장을 떠나버렸다. 이 방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의약품에 보험을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는데, 미국은 “우리의 비싼 신약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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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작될 FTA 협상… “한국 협상팀 새로 꾸려야”

 

박 대표가 분석한 미국 측 협상전략의 네 번째 단계는, 협상 말기에 회유와 압박을 일삼는 것이다. 일단 “협상이 깨질 수 있다”며 엄포를 놓는다. 이후 최종 조건을 제시하고, 최종 시한(데드라인)을 설정해 짓누르는 식이다. 소위 ‘갑(甲)질’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협상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데드라인을 그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대통령 직속기관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2005년 보고서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인 2002년 8월에 ‘무역촉진권한(TPA)’이 법 개정을 거쳐 시행됐다. 이에 따라 미국 FTA 협상팀은 TPA 만료 90일 전까지 의회에 협정 결과를 제출해야만 했다. FTA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서다.

 

TPA의 만료일은 2007년 7월1일이었다. 즉 이로부터 90일 전인 2007년 4월2일이 사실상 한미 FTA의 마감일이었던 셈이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사오리 카타다 교수(국제관계학)는 2010년 저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미친 듯이(frantically) 하루종일 협상한 뒤에야 미국이 정한 FTA 데드라인을 성공적으로 맞출 수 있었다”고 평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협상 DNA를 파악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데드라인 압박과 협상 결렬이란 절묘한 궁합을 즐겨 쓸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전략은 2007년 FTA는 물론 한국과의 무기 수입 협상, 외교 협상 등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제 한국과 미국은 또다시 협상의 긴 터널로 들어가야 한다. 10월4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양국 대표가 FTA 개정 착수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FTA 폐기’를 운운하며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은 FTA 협상팀을 새로 꾸려 똑같은 전략에 당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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