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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생물안보’ 위협할 ‘붉은 불개미’ 안심하기 이르다

사람에 의한 환경교란과 국제 물동량 증가로 유입 위험성 높아져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2(Thu) 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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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병해충의 경우 일단 한 번 유입돼 정착하면 박멸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해충 전문가들이 무엇보다 초기 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번 검역망을 뚫으면 2차, 3차 유입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외래 붉은 불개미’ 유입 사건도 그런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방역당국의 정밀 추적과 한바탕 방제 작업 끝에 일단락됐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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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번식력·​서식에 유리한 환경·여왕벌 사체 실종

 

외래 붉은 불개미의 종(種) 번식력은 매우 강하다. 학명 솔레놉시스 인빅타(Solenopsis Invicta)인 이 불개미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다. 1972년 브라질의 아마존 유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북아메리카를 거쳐 호주와 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침입종으로, 끈질긴 적응력이 특징이다. 이 불개미는 무리를 지어 ‘방수 뗏목’과 자신들의 몸길이의 30배에 달하는 ‘개미 탑’을 만드는 방식으로 생존한다. 2011년 과학저널 ‘미국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 불개미들은 둥지에 물이 차오르면 무리를 이뤄 뗏목을 만들어 떠다니며 장기간 생존한다. 

 

한반도의 생태환경 또한 이들 불개미가 서식하기에 좋은 곳이란 점도 불개미 공포로부터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의료농업수의곤충학센터(CMAVE)와 러시아 세계기후생태연구소(IGCE)가 2004년 6월 발표한 ‘붉은 불개미의 잠재적 글로벌 확장’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맹독성인 붉은 불개미가 한국 남부지역과 중국·일본 남부지역에 ‘세력을 확실히 넓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한국의 경남·전남·제주지역을 붉은 불개미가 서식하기 ‘매우 좋은 곳’으로 꼽았다. 경북과 남해지역도 서식할 가능성이 ‘큰 곳’으로 지목했다. ‘2차’ 혹은 ‘3차’ 불개미 유입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부산항과 그 인근에서 끝내 여왕개미 사체를 찾지 못했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9월28일 부산항 감만부두 2선석 컨테이너 적재장소에서 붉은불개미 25마리가 처음 발견되고 다음날 붉은 불개미 집이 추가로 확인되자 6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붉은 불개미 방제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붉은 불개미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박멸’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여왕개미의 사체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개미집이 확인된 상황인만큼 여왕개미가 이미 죽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루 최대 1000~1500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진 여왕개미는 알을 낳기 시작하면 날개를 떼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일본 휩쓴 ‘맹독성 불개미 공포’와 같은 종

 

이번에 부산항에서 발견된 불개미는 수출용 화물선을 통해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 병해충의 유입은 대게 사람에 의한 인위적 유입에 의해 이뤄지지만, 이번 불개미의 경우처럼 국제 물동량이 증가로 인한 경우도 있다. 이번 불개미의 유입 시기와 원인, 확산경로는 현재 역학 조사를 통해 파악 중이다. 

 

검역본부는 중국 항만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래 붉은 불개미가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발견, 보고된 건 13년 전 중국에서다. 2004년11월 중국 광둥(廣東)성 일대에서 처음으로 이 불개미가 발견됐다. 

 

중국에 서식하던 붉은 불개미는 올해 6월 다시 발견됐다. 이번에는 일본 혼슈(本州) 효고(兵庫)현 남부의 공업도시 아마가사키(尼崎)시였다. 6월13일 아사히신문 디지털은 “환경부가 13일 맹독성 외래종 불개미를 일본 국내에서 첫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불개미는 5월, 중국의 화물선에서 옮겨진 컨테이너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첫 유입 후 한 달 뒤 일본 내륙 지역에서도 발견되면서 일본 열도 내 ‘불개미 공포’가 확산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붉은 불개미가 상륙 후 모두 박멸됐다고 발표했다. 

 

검역당국은 이 불개미가 중국에서 선적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컨테이너의 수입국 및 선적 화물 내역을 역추적한 결과 60% 이상의 컨테이너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감만항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 유전자 조사 결과 중국, 일본, 호주에서 발견된 개미와 동일한 종으로 확인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외래 붉은 불개미를 ‘세계 100대 침입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 환경부는 지금까지 이 불개미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붉은 불개미는 검역병해충(식물방역법)으로 이미 지정이 돼있어 예상 유입 경로인 항만 등에서 예찰과 방역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여름 일본에서 불개미 유입이 확인된 이후 불개미의 한반도로의 유입이 충분히 예상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지적받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중국과 대만 등 환태평양 국가에 불개미의 분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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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불개미 유입시 생물안보 위협

 

붉은 불개미와 같은 외래생물종이 함부로 유입될 시 국내 생물안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일단 이미 국내에 정착한 토종의 개미군과 충돌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모피용으로 국내 농가에 도입됐던 뉴트리아처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불개미는 절지동물 외에 파충류, 소형 포유류까지 집단으로 공격하고 먹이를 약탈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등 붉은 불개미 서식지역에선 조류의 둥지를 습격해 어린 조류의 생육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례 보고도 있었다. 소, 돼지, 닭 등 농림수산업 피해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살인 불개미’‘맹독성 불개미’ 등 별칭에서 이미 드러나듯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붉은 불개미의 침 속 알칼로이드계의 강한 독은 인체에 통증이나 가려움, 발열, 두드러기, 격렬한 심장 박동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과민성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로 북미에서만 연평균 8만명 이상이 붉은 불개미'에 쏘이고, 이 가운데 10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외래 붉은 불개미 유입 사태로 정부의 검역 시스템 자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붉은 불개미는 이미 1996년 당국에 의해 관리해충으로 지정됐지만 해충 검역이 ‘식물방역법’에 근거해 식물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공산품에 묻어 유입됐을 경우엔 사실상 차단이 불가능하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검역망을 뚫고 국내 유입해 발생한 해충은 13종에 달한다”며 보다 종합적인 해충검역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외래생물 전국 서식 실태 조사 등을 통해 붉은 불개미를 포함한 외래생물의 자연생태계 유출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산 감만항에서 붉은 불개미가 최초 발견된 이후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불개미가 항만 외에서 발견된 사례는 없으며 발견 즉시 방제하고 붉은 불개미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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