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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FTA는 미국의 완승… 한국은 협상팀 새로 꾸려야”

국제협상 전문가 박상기 대표가 분석한 ‘미국의 4단계 협상전략’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7(Sat) 17:18:12 |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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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중국 병법서 ‘손자’에서 유래한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맞붙게 됐다. 10월4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양국 대표가 FTA 개정 착수에 대해 합의하면서다. 이와 관련해 2007년 한미 FTA 체결 당시 미국 측의 협상전략을 분석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제협상 전문가인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10월7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도 전통적으로 한국과의 여러 외교․무역 협상에서 채택해왔던 협상전략 전술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전개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측에서 2007년 한미 FTA 협상을 진행했던 화려한 인사를 이번에도 재등장시킨다면, 우리도 협상팀을 새로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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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협상팀 새로 꾸려야 한다”

 

박 대표는 미국 측이 크게 4단계로 협상전략을 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 단계는 협상에 앞서 판을 짜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은 협상 사안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부터 강도 높은 압박과 (한국으로서는) 협의가 불가능한 전술을 구사해 기선제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대표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FTA 협상 당시 한국에 소고기와 주요 농산물에 대한 수입 개방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했다. 소고기 시장 개방 안건의 경우 초기에는 심한 반발에 부딪혀 논의 대상에서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은 협상 말기에 또 다시 해당 안건을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미국의 계산된 기만술의 하나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소고기 시장 개방과 같이) 시선을 분산시키는 안건에 한국이 시간과 노력을 뺏겨 미국의 전략에 놀아났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협상 제안서 여기저기에 치밀하게 숨겨둔 함정을 꼼꼼히 발견하지 못하고 반박하지도 못한 채 수세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미국은 협상 시작 전부터 핵심 논의사안을 중요하지 않은 사안으로 가리거나, 반미 성향의 인사 등이 협상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전에 요청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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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주도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2011년 6월13일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포럼에 참석해 한미 FTA 추진 배경과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hoto=연합뉴스 


미국, 협상 시작 전부터 압박해올 것

 

미국이 내세울 전략의 두 번째 단계는 협상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 방법에 관해 보고서는 “협상 과정에서 뉘앙스가 다른 단어를 써서 한국의 협상 논리를 무력화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주장을 거부할 땐 ‘부적절한(Not Appropriate)' '관련 없는(Not Applicable)' '때가 아닌(Not Timely)'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할 땐 ’정당한(Righteous)' '불가피한(Inevitable)' '미룰 수 없는(Not More Delay)' 등의 단어를 집어넣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한국은 수혜자이고 미국은 피해자’란 프레임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 단계는 협상 중기에 압박을 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보고서는 “△집요한 질문 공세와 압박을 통해 한국의 수용 범위를 재확인한다 △한국 측 주장의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계속 말해 협상의 진행을 방해한다 △FTA와 무관한 북핵, 군사, 외교, 미국 내 정치 및 경제문제 등을 언급해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한국 협상팀과 한국 정치인을 개별적으로 회유․압박한다 △‘한국 측이 협조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될 수 있고, 이는 모두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등 5가지를 들었다. 


“미국은 한국의 협상 DNA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협상 말기에 회유와 압박을 일삼는 것이다. 일단 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던져놓은 뒤, 최종 조건을 제시하고, 최종 시한(데드라인)을 설정해 짓누르는 식이다. 소위 ‘갑(甲)질’을 하겠다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한국의 협상 DNA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최종 시한 압박과 협상 결렬이란 절묘한 궁합을 즐겨 쓸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전략은 2007년 한미 FTA는 물론 한국과의 비즈니스 협상, 무기 수입 협상, 외교 협상 등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상 전략의 관점에서 본다면 2007년 한미 FTA는 미국의 완벽한 한판승”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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