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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특정 집단 혐오하고 밀어내는 교회가 교회인가”

성소수자 옹호로 ‘이단’ 논란 휘말린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1(Wed) 12: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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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도심 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이 대거 참가한 ‘퀴어 문화 축제’가 열렸다. 현장엔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 단체들도 어김없이 등장해 축제 주변을 에워쌌다. 축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들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때 퀴어 축제 가운데로 들어가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복식을 진행한 목사가 있었다. 지난 10년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장해 온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다.

 

비슷한 시기 임 목사에게 주류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로부터 공문 한통이 날아왔다.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기존의 해석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임 목사에 대해 이단성을 심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임 목사가《퀴어성서주석》 번역본을 연내 발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단성 조사는 더욱 본격화됐다. 이후 예장 합동을 비롯해 ‘합신’, ‘통합’ 등 7개 교단이 이단대책위원회를 9월 초 ‘임보라 목사 이단성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9월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섬돌향린교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임 목사는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교계 내 뜨거운 논쟁에 대해 “교회 문을 통과하려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밝혀야 한다는 상황이 절망스럽고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내가 타깃이 돼 공격받은 건 괜찮지만, 이로 인해 교계 내 다양한 목소리들이 막혀버리는 이 폭력적인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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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측에서 이단성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은 건 《퀴어성서주석》 번역본을 발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부터였다.

 

저들은 내가 마치 성경을 새로 쓰는 것처럼 얘길 하는데, 《여성신학성서》 주석서가 있듯이 《퀴어성서주석서》도 소개되면 좋겠다 생각해 진행한 일이었다. 이번에 8개 교단에서 낸 결의문을 보니 ‘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임 목사가 다른 목소리를 내 교회 일치를 방해한다’고 말하고 있더라. 마치 모든 교회가 일치단결해 동성애를 척결해야 하는데 다른 목소리가 나오니 이를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대표적으로 지금 동성애와 관련해 어떤 해석의 차이가 있는 건가.

 

성서가 쓰인 당시 사회는 ‘섹슈얼리티(성)’에 대한 개념을 확고히 갖지 못했다. 그 시대엔 권력을 가진 남자가 어린 남자의 성을 착취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등 남성과 남성 간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오늘날 성적 지향으로서의 동성애 전체로 볼 것이냐, 아니면 동성에 대한 ‘성폭력’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갈리는 것이다. 이런 해석차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왔다. 

 

 

“동성애자 학생 입학 불허는 사실상 사상 검증”

 

이단대책위원회 참여한 8대 교단 모두 하나 된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

 

교단 중 ‘합신’은 내게 이단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고 ‘통합’과 ‘합동’은 ‘교류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이는 곧 내가 어디서 특강 등의 활동을 하면 거기에 동참하지 말라는 의미다. 언제 나와 교류를 했었나 싶다. 그 밖에 ‘예의주시’라는 조치도 있다고 한다. 기간을 좀 두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나도 이런 게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예장 통합 소속 학교들은 동성애자의 입학을 불허한다는 결정을 최근 내리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동성애자 교직원들을 징계한다고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신학생들이 목사 과정을 밟을 때 인터뷰에서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다고 하긴 하더라. 그 질문을 이제 입학 때부터 끌고 오겠다는 거다. ‘당신은 공산주의자냐, 사회주의자냐’ 물으며 사상검증을 하던 독재 시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고 본다.

 

 

예장 안에도 젊은 목회자의 경우, 임 목사와 뜻을 함께 하는 자들이 있지 않나.

 

올해 초여름쯤 예장 통합 학교인 ‘장로회 신학 대학’ 학보사에서 《퀴어성서주석》과 관련한 토크쇼를 주관하고, 내가 트랜스젠더 교인의 집을 심방하는 과정을 기사화해 한바탕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예장 통합이 이번에 총회를 열어 성소수자를 배제하겠다는 결의를 냈을 때 이 대학 소속 학생들이 ‘교회는 혐오의 총칼에 맞서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며 반대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다. 특정 집단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게 과연 그리스도 신앙에 부합하는 건지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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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수많은 죄들엔 안면몰수”

 

실제 성소수자 교인들을 많이 만나지 않나.

 

크고 작은 교회 할 것 없이 성소수자들은 있다. 말을 안 할 뿐이다. 이들 대부분은 커밍아웃 그 순간부터 교회 내 관계의 삐걱거림을 경험했다. 교회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다니는 건 괜찮지만 어디 가서 성소수자인 걸 얘기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모두 상처다. 오랜 기간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라는 가르침을 들어온 기독교인 성소수자들의 고민의 무게는 비(非)신앙인 성소수자들보다 족히 갑절은 돼 보인다.

 

 

퀴어문화축제 나가면 반(反)동성애 기독교 단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들을 것 같다.

 

작년에 축제 가는 길에 반동성애 진영 분들과 딱 마주쳤는데 날 둘러싸고 막는 바람에 결국 경찰에 포위돼 빠져나와야 했다. 직접 때리진 않지만 말로 엄청 때린다. 

 

 

기독교가 동성애에 유독 민감한 이유는.

 

성서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논쟁 붙는 게 일곱 구절 정도다. 그보다 곱절은 더 많은 부분에서 남에게 해를 입히는 여러 행위들을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에 대해선 우리 교회들은 안면몰수한 채 동성애 문제만 콕 집어 문제화한다. ‘북핵보다 동성애가 더 위험하다’는 얘기까지 하니 말 다한 거다. 한번은 ‘동성애가 대체 당신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느냐’ 물었다. 누군가 ‘동성애자들이 퍼뜨리는 HIV(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우리 건강보험에 포함돼 세금을 가져간다’는 얘길 하더라. 너무 충격을 받아 ‘그럼 그동안 교계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왔느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감염 경로가 동성애자들의 성적 행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는 게 보건질병관리본부에서도 발표됐는데, 기독교에서 이러한 문제로 특정 집단을 기본적인 사회 복지 제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하는 게 생각할수록 소름끼친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외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20~30년 전 미국 교회가 경험한 과정을 지금 한국 교회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1970~80년대 미국에서 주 타깃이 됐던 게 바로 동성애자였다. 에이즈의 주범은 동성애자들이란 얘기들이 교회마다 엄청났었다. 그러던 게 2010년 넘어오면서 여러 단체에서 사과를 하고 그게 아니었다는 걸 하나둘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야 동성애 논쟁을 시작하고 있는 거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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