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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명문대’일수록 고학점 졸업자 비율 높았다

[대학언론상-장려상] ‘블라인드 채용 정책, 명문대 역차별’ 팩트 체크해 봤더니

이동현(서울대)·백윤호(건국대 글로컬캠퍼스)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3(Fri) 19:00:18 |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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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청춘들이 언론인의 길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세상에 짱돌 하나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시사저널은 9월15일 제6회 대학언론상을 시상식을 가졌다.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에 선정된 작품들은 모두 취재력과 문장 구성, 기획력 등에서 기성 언론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6회에 걸쳐 수상작을 소개한다. 

 

7월5일 정부는 세종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출신대학·출신지역·외모처럼 지원자의 직무능력과 무관한 내용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의 주요 골자였다.

 

블라인드 채용에서 취업준비생의 관심은 대학에서 받은 성적을 입사지원서에 쓸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학벌’을 채용에서 가린다면 ‘성적’이 입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 이창주 사무관은 “대학에서 수강한 직무 관련 과목의 성적은 이력서에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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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대학일수록 성적 받기 어렵다? “거짓”

 

성적이 블라인드 대상에서 비껴감에 따라 소위 ‘명문대’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숲’에는 “학교를 보지 않고 학점만 보면 누가 서울대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3.5 맞으려 하겠습니까. 지방대에서 쉬운 과목 학점 퍼주는 교수 만나서 4.5 맞으려 하지”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출신 대학을 가린 채 성적만 보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취재팀이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의 학교별 성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권 대학들의 우등졸업자(졸업 당시 평점이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인 사람) 비율은 최대 15%에 이르렀다. 중앙일보 국내대학평가 10위권 대학과 QS·타임즈고등교육 아시아 대학평가 50위 이내 대학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반면 이들 대학을 제외한 다른 대학의 우등졸업자 비율은 현저히 낮았다. 한 대학의 우등졸업자 비율은 불과 1%도 넘지 못했다. 명문대일수록 높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통념과 달리 상위권 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우등졸업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상위권 대학의 경우, 다른 대학에 비해 학생들의 학업능력이 뛰어나 교수들도 대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부여한다는 얘기가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성적 분포가 촘촘해 인위적으로 성적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학업능력의 우수성을 암시했다. 반면 부산 지역 사립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들의 학습수준을 낮게 평가해 학교의 공식 정책보다 성적을 박하게 부여하는 동료 교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상위권 대학의 학생들은 최상위권 대학의 학생에 비해 강의 내용의 이해도나 응용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높은 성적을 줄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단순히 학업능력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상위권 대학과 다른 대학이 학사 관리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교양과목만 상대평가가 의무 적용되고 있다. 고려대는 학과가 대학본부의 승인을 받으면 전공과목에 대해서도 절대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이들 학교는 특정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전부 A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반면 다른 대학은 상위권 대학에 비해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받기 어렵도록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숭실대는 재수강 가능한 과목 수에 한도를 정했다. 순천향대는 C 이하의 성적을 수강생의 45% 이상에게 의무적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중위권 대학 엄격한 학사관리 ‘교육부가 배경’

 

취업과 진학을 둘러싼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길 원한다. 교수도 자신이 맡은 교과목의 인기를 유지하거나 강의 평가를 좋게 받기 위해 성적을 후하게 줄 유인이 있다. 특히 중상위권 대학들은 최상위권 대학에 비해 이른바 ‘학벌경쟁’에 취약하기 때문에 대학 당국이 느슨한 학사관리 정책을 실시할 유인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상위권 대학의 학사관리 정책이 훨씬 엄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상위권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 당국의 엄격한 학사관리에 교육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우등졸업자 비율이 낮은 수도권 사립대학의 학사과 관계자는 “우리 학교의 학사관리 정책은 교육부의 지침을 준수한 결과일 뿐”이라며 “학생들에게 B라도 더 줄 수 있게 해 달라는 교수들의 요청도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학사과 관계자도 “대학들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맞춰 학사관리 정책을 엄격하게 바꿨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사관리 정책에 꾸준히 개입해 왔다. 지난 1999년 각 대학에 상대평가 도입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선정할 때 A·B·C 부여 비율을 5~6% 반영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성적 부여나 재수강에 관한 제도 등의 ‘합리성’을 정성 평가해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4% 비중으로 반영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를 2017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3% 비중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되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았다. 또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E와 같이 낮은 등급을 받으면 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대학이 존폐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중위권 대학은 생존을 위해 교육부의 정책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전후해 숭실대는 재수강 제한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동국대는 A등급 성적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을 축소했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중소 규모 사립대학은 생존을 위해 모든 정책이 교육부의 평가기준에 연동돼 있다”면서 “엄격한 성적 부여 정책 또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도입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대학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는 재수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성적의 상한을 A0로 설정하는 데 그쳤다. 고려대는 2016년부터 오히려 절대평가를 확대함으로써 교육부의 기조에 반기를 들었다. 이러한 온도차는 최상위권 대학의 ‘자신감’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상위권 대학들은 학사관리 정책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다른 지표에서 점수를 만회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블라인드 정책, 성적까지 블라인드해야 한다”

 

최상위권 대학의 학생들은 통념과 다르게 성적을 받는 데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최상위권 대학은 비교적 느슨한 학사관리 정책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신 학교를 숨기고 성적만 공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돼도 역차별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높은 성적을 받기 어려운 중상위권 대학 학생들은 이전과 비슷하게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학벌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면 이제는 학벌 대신 성적이 새로운 차별의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정책은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능력중심사회를 이룩하겠다는 목표의 일환이다. 그러나 대학 이름을 가린다고 해서 학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벌은 비단 인맥을 통해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벌은 교육부의 엄격한 학사관리 기조에도 굴하지 않는 대학 당국의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벌에 따라 성적의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난다. 학벌 문제를 일소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도입하려면 대학 이름만을 가리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성적처럼 학벌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없는지 조금 더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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