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아기, 고양이랑 같이 키워도 될까요?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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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기생충 감염에 호흡기 막힘 속설일뿐…아기의 면역력 및 유대감 강화에 도움될 수 있어

 

7월 말, 제게는 새 식구가 한 명 생겼습니다. 바로 제 조카입니다. 태어난지 이제 막 두 달이 됐습니다. 이젠 제법 웃고 고집도 부립니다.

 

조카가 처음 저희 집에 놀러 오던 날, 언니의 가장 큰 걱정은 저희 집에서 기르고 있는 두 마리의 동물이었습니다. 12살의 노령견 ‘오봉이’와 5살 고양이 ‘탱고’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종 특성상 털빠짐도 거의 없고, 움직임 자체가 적은 오봉인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만, 문제는 탱고였습니다. 호기심 많고 질투심도 많은 고양이가 아기에게 해코지는 하지 않을지, 짧고 가느다란 고양이털이 아기 호흡기에 유해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폭풍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어는 ‘신생아’‘고양이’‘아기와 고양이 같이 키워도 되나요’ 등이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괜찮다’였습니다. 아기에게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검색을 하던 중 반려묘 인터넷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임신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분양하는 글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아기의 건강을 염려하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면역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기가 고양이에게서 기생충이 감염이 된다’ ‘고양이의 털이 신생아 호흡기에 좋지 않다’ 등의 일반적인 속설을 우려하는 글들이었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조카와 좋은 ‘낮잠 동료’가 된 고양이 탱고. © 사진=김경민 제공​

 

고양이 기생충이 사람에 감염되는 경우 극히 드물어

 

하지만 이런 속설은 말 그대로 속설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의학적으로 사람의 호흡기는 털이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기라도 말이죠. 동물 털의 단백질 성분이 비염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속설처럼 호흡기 내부로 들어가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더 건강하게 고양이와 아기를 함께 키우려면 자주 청소를 해 집안 곳곳에 쌓여 있는 고양이털을 제거해주는 수고는 해야겠죠. 적절한 관리가 함께 된다면 어려서부터 다양한 생물적 환경에 노출된 아이의 면역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더 강화될 수 있으니까요.

 

고양이 기생충 감염에 대한 속설은 과거 미국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던데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톡소플라스마(toxoplasma)라는 원충류가 문제가 됐는데요. 이 기생충에 감염된 산모의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도 질환을 일으킨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도 고양이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실내와 외부를 오가는 고양이가 쥐 등 날고기를 먹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고 사람은 이 기생충이 섞인 배설물을 접촉했을 때 감염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고양이를 실내와 야외를 자유롭게 오가게 하며 키우는 해외에선 문제가 되지만, 반려묘를 주로 집 안에서만 키우는 한국에선 고양이가 감염된 톡소플라스마가 사람에게까지 옮겨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고양이에게 기생충약을 먹이고, 그 배설물을 아기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둬야 합니다. 고양이 배설물을 치울 땐 손에 닿지 않도록 하고, 치운 뒤에는 꼭 손을 잘 씻어야 합니다.

 

 

아기와 고양이, 첫 인사가 중요하다

 

제가 고민을 한 부분은 한 더 있습니다. 앞으로 가족으로 종종 만나게 될 고양이와 아기. 첫 인사를 어떻게 시켜야할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맺는 게 향후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동물입니다. 평소 잘 다니는 동물병원에 문의하니, (아기와 고양이 입장에서 모두) 천천히 서로의 존재를 알리는게 좋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무리하게 아기와 고양이를 인사시키지 말라는 거죠. 고양이와 아기 모두가 익숙한 환경에서, 양측 보호자 입회 아래(?) 대면을 하는 게 좋습니다.

 

아기는 그 행동이나 소리가 어느 정도 자란 사람과는 다릅니다. 때문에 고양이는 아기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고 이런 이유로 아기를 무서운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좋은 게 ‘긍정 학습법’입니다. 아기가 울 때 고양이에게 간식을 줘 ‘아기 울음=좋은 일’이라고 학습시키는 것 도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 조카와 고양이 탱고는 어떻게 됐냐고요? 아직 어려서인지 아기는 고양이를 별달리 인식하는 것 같진 않지만 특별한 거부반응도 없었습니다. 탱고는 아기를 보는 순간 ‘신생아’란 걸 직감했는지,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금 멀리서 아기를 지켜보며 냄새를 맡더니,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죠. 이제 탱고가 아기와 인사를 나눈 만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둘은 함께 몸을 붙이고 낮잠을 자는 사이가 됐습니다. 아기가 자라 고양이와 서로 좋은 친구가 될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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