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에 영향 끼치는 ‘럭비공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8 16:13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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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국제 인물] 트럼프, 지목률 92.6%로 압도적 1위…김정은 3위로 급등

 

‘미국 대통령’이란 자리의 무게감은 여전했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중 ‘가장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외국 인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위에 올랐다. 미국 대통령은 국제 인물 조사를 포함한 2003년부터 해마다 1위에 올랐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부터 8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위에는 명실상부한 G2로 올라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리했다.

 

국제 인물 조사의 전반적인 흐름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국가의 정상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92.6%의 지목률을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이 1위, 시진핑 주석이 52.2%로 2위를 차지했다. 눈길이 가는 인물은 1위인 트럼프 대통령과 11.3%의 지목률로 3위에 오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록한 92.6%의 지목률은 최근 5년간 미국 대통령이 기록한 지목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87.0%, 2014년 82.2%, 2015년 75.4%, 2016년 68.8%를 기록했다. 87%를 기록한 2013년이 가장 높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90%대를 넘기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와 비슷한 52.2%의 지목률을 기록하며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55.4%를 달성한 이후 2년 연속 50%대 지목률을 기록했다.

 

© 사진=AP연합

 

트럼프,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조롱

 

지난해 7.6%의 지목률을 기록하며 6위에 올랐던 김정은은 10%대를 넘기며 3위로 급등했다. 그는 2012년 조사에서 한 차례 3위에 올랐다. 당시엔 아버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 내 권력을 완벽히 장악한 후 국제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에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8%로 4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위(1.9%)에 자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1.6%),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1.0%),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0.5%), 프란치스코 교황(0.4%), 마크 저커버그 미국 페이스북 최고경영자(0.3%)가 6~10위를 기록했다. 1위부터 3위까지 점유율이 워낙 높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무대가 미국, 중국의 ‘양강(兩強)’에 북한이 끼어든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목률이 90%를 넘는 최고치를 기록한 원인은 북·미 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는 긴장상태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회유하기보단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9월19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남 암살과 오토 웜비어 사망,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 등을 열거하며 북한을 비난한 뒤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를 가졌으나, 자신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지칭하며 “‘로켓맨’은 그 자신과 그 정권의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며,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으나 이것(완전 파괴)이 필요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 측에서조차 “트럼프가 유엔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 장소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과 더불어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여전한 입지를 보여줬다. 현재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과 온도차를 보이며 균형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연일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시행된 유엔의 대북제재엔 동참하고 있지만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잠정(雙暫停·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시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어 추가적인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김정은, 北 권력 장악 후 국제무대로 발 뻗어

 

김정은은 최근 2~3년 동안 북한 내 권력투쟁에 몰입했지만 최근 권력을 완전하게 장악하면서 국제무대로 발을 뻗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8월29일에는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한 발을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으로 발사했다. 9월3일엔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한반도 긴장감을 최고조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화를 제시하기는커녕 ‘완전 파괴’를 언급하자 더욱 거세게 반발했다. 김정은은 9월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트럼프 지칭)에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위협했다. 성명 발표 직후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와 같이 4위에 올랐지만 지목률이 17.4%에서 8.8%로 급락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이 워낙 부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로 5위에 올랐지만 지목률은 지난해(2.0%)와 비슷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6위에 자리했으며, 지난해 1위였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10위 안에 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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