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문명, 주인공은 누구의 조상이었을까?
  •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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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지구 위 인류사] 동아시아사 2부

 

제5의 문명이라고 불리는 요하문명, 사실은 연대순으로 봐서는 제1의 문명인 셈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정교한 무기 및 생활 집기를 사용하는 집단생활을 했고 특정한 신앙체계를 기초로 규모가 큰 집단을 형성해서 계급분화가 일어났던 흔적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이 사실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땅 속 깊은 곳으로부터 오랜 세월 후 모습을 드러낸 유물과 유적이지만, 연대는 거의 정확히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 등 발달한 현대의 과학기술 덕분이다.

 

쟁점은 그 주역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요하문명의 자리는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는데, 그 유물과 유적은 뚜렷이 한반도 전체에서 나오는 유물·유적과 공통된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요하문명을 중국의 문화적 유산으로 볼 것이냐 한국의 문화적 유산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까지 고고학에서 해왔듯이 하면 된다. 두 개 이상의 집단이 유물이나 유적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으면, 그 집단들은 동일 문명에 속한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고 학계의 기준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요하문명은 현재 한반도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조상이 이룬 문명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앞서 이 연재의 ‘가야사편’에서 봤듯이, DNA 분포를 검사하는 것이다. 최근 이 방법을 활용하여, 과거 지구상 인구 이동에 대한 새로운 궤적도가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요하지역을 비롯, 중국 대륙과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중국이 외부의 참여를 제한하고 자신들만의 연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조선 사신의 주요 연행로였던 의무려산 (요령성 북진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의무려산 일대가 고구려의 첫 도읍인 졸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의무려산은 하가점하층문화 분포지역의 서쪽 경계이며 삼국유사에 기록된 환웅이 삼천명의 무리를 이끌고 내려온 ‘태백산’, 또는 고조선의 두 번째 도읍지인 ‘백악산 아사달’로 추정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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