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공존' 되묻게 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과제
  • 최재호 기자 (sisa511@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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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5일 폐막…상영작 늘어나는 등 외형 확대에도 운영시스템 '엉성'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산악영화제로 주목을 끈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 9월21일 개막돼 닷새간에 걸쳐 21개국 97편의 상영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지난해 1회때보다 상영작이 19편 늘어나고, 출품작도 78편(1회 40개국 182편->2회 31개국 260편) 증가하는 등 세계적 산악영화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행사 주최측인 울주군과 영화제 사무국은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25억원의 예산을 들인 국제 행사치고는 빈약한 부대 행사 프로그램에다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상영관 티켓팅과 관련한 엉성한 운영 시스템은 지난해 1회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주최측이 내세우듯 이탈리아 '트론토', 캐나다 '밴프'와 함께 세계 3대 산악영화제로 성장하기 위해 보완해 나가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지난 9월21일 움프(UMFF) 개막식 모습. ⓒ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 제공

 

"이대로 세계 3대 산악영화제 발돋움 가능할까"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 지난해 9월30일,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날 오전만해도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요량이었다. 시청에서 당일 아침에 발송하는 일정표에는 김 시장 대신에 행정부시장이 개막식 참석 명단에 올라 있었다. 김 시장은 결국 이날 저녁 개막식에 참석해 행사장에서 특유의 환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당일 아침 부시장을 대신 국제행사에 내보내려고 작심할 만큼 불편한 심기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의 이날 행사장 불참 입장 해프닝은 영화제 이름을 놓고 울산시와 울주군이 팽행한 신경전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 울산시는 예산 1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영화제 이름 앞에 영남알프스 또는 울산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울주군은 끝까지 지역명을 양보하지 않았다.

 

울주군이 이처럼 독자 행보를 선택하면서 잃은 것은 10억원의 예산 뿐만이 아니다. 울산시는 올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하는 '울산 방문의 해'로 지정해 엄청난 홍보 마케팅 전략을 펼쳤지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홍보는 울준군의 몫이었다.

 

이번 닷새 동안 울주영화제에 모인 관중은 6만명 가량으로 영화제 사무국은 추산했다. 지난해 1회때 사무국이 밝힌 관중은 5만3000여명이었다. 하지만 행사 기간 동안 행사장을 들락거린 주변 관계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행사장이 넓게만 느껴질 정도로 방문자가 줄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들꽃만화페스티벌과 트리클라이밍 놀이'나무노리', 전국스포츠클라이밍대회, 간월재에서 열린 산상 음악축제 '울주 오디세이' 등 가족 단위 또는 스포츠매니아들이 참석하는 프로그램 행사장에는 참석자들로 북적거렸다. 그렇지만 영화제의 중심이어야 할 '영화 상영관' 주변은 썰렁할 정도여서, 영화제 측은 전국의 영화팬들을 끌어모으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같은 썰렁한 상영관 분위기는 무료로 진행되는 영화표 티켓팅의 허술한 운영 시스템과 무관치 않았다. 당초 영화제 사무국은 온라인 예약 이외에 관람석의 20%를 현장 발권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개막 다음날 갑자기 상영일에 관계없이 미리 예매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 혼선을 자초했다.

 

주말에 영화관 시간에 맞춰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던 관광객들은 '매진'이라는 안내문구에 실망해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임시 상영관 3동까지 합쳐 4곳 상영관에서는 '매진'이라는 안내와 달리 예매를 뭉텅이로 해놓고도 행사장을 찾지 않은 단체때문에 행사 주최측은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9월23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행사장에서 특별강연하고 있는 릭 리지웨이 모습. ⓒ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 제공

 

 

울주군 추진 신불산 케이블카-산악영화제 공존 방법은…

 

이번 영화제에서 주최측이 공을 들인 프로그램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올해 처음 제정된 '울주세계산악문화상'이었다. 수상자는 7대륙 최고봉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기록을 보유해 '지구의 아들'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미국의 '릭 리지웨이'이었다. 그는 행사장에서 특별강연과 특별전시회를 가지며 울주지역 '영남알프스'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산악인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그에게는 울주군이 추진하고 있는 '신불산 케이블카'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릭 리지웨이'는 행사 기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산은 야생 그대로 보존해야한다. 그래서 케이블카에 반대한다"고 밝혀 영화제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그는  "산에 올랐을 때 야생이 주는 마법을 느낄 수 있고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며 "차를 타고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훌륭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영화제 출범을 앞장서 주도해 온 신장열 울주군수는 앞으로 영화제 운영 주최를 법인으로 만들어 세계적 산악영화제로 발돋움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울주군의 방침대로라면 내년 9월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신불산 정상과 연결된 케이블카 주차장 바로 밑에서 열리게 된다.

 

'자연과 공존'을 슬로건을 내건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영화제의 존재이유와 현실 여건 속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명실상부한 세계산악영화제로 나아갈 수 있을 지 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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