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 “조계종은 완벽하게 도덕불감증 걸린 집단”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2 17:58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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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적폐청산 위해 18일간 단식투쟁 벌인 명진 스님 인터뷰

 

‘적폐청산’이 시대의 과제가 된 지금, 불교계도 이런 시대적 요구에 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누구도 귀 기울일 것 같지 않았지만, ‘단식’이란 극단의 방법을 택해 가며 울림을 ‘배가’(倍加)시킨 스님이 있다. 전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다. 지난 8년, 명진 스님은 종단 내 ‘적폐’와의 싸움 선봉에 서왔다. ‘해탈’을 향해 수행에 정진해야 하는 불가의 승(僧)이 오히려 권력을 탐하는 모습에 대해 명진 스님은 거침없이 비판을 가했다. 봉은사 주지로 있던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에 지속적으로 종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는 결국 종단에서 제적됐다.

 

그런 그가 다시 종단을 향해 ‘죽비’를 꺼내들었다. 10월12일로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서다. 조계종은 9월20일자로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네 명의 후보자가 등록한 가운데, 현재로선 자승 현 총무원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설정 스님과 반(反)자승 세력의 대표주자 수불 스님 간 2파전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 최대 종단의 지도자를 꼽는 이 선거는 정치권 선거보다 더 혼탁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도 후보들의 학력위조·금품살포 의혹이 터지는가 하면, 서로를 향한 고소 및 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수백 명의 신도들은 종단 개혁을 염원하는 촛불을 들었고, 조계사 앞에선 종단의 적폐청산을 위한 스님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이 진행 중이다. 이런 불자들의 심정을 외면할 수 없던 명진 스님은 8월18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18일째인 9월4일, 건강 악화로 쓰러져 농성을 중단하긴 했지만 그의 목숨 건 외침에 제법 많은 언론들이 귀를 기울였다. 

시사저널은 9월21일 강원도의 한 사찰 내 찻집에서 명진 스님을 만났다. 종단과 맞서고 있는 터라 그는 “내가 여기서 인터뷰를 하는 게 알려지면 이곳 주지 스님이 난처해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명진 스님은 종단의 현 상황에 대해 “출가 후 50년간 살았던 집에서 제적당하고, 이젠 우리 집의 부조리와 부패를 내 입으로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상당히 괴롭고 부끄럽다”며 갑갑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금 종단은 한마디로 어떤 상태인가.

 

“어느 종교집단이든 권력과 맞닿아 일어나는 여러 문제가 있다. 조계종은 그에 대한 부끄러움 자체가 없다. 폭행·도박·은처(隱妻·승려가 부인을 몰래 두는 일) 등 온갖 추문이 드러났음에도 싹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버텨온 게 지금 자승 원장 체제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가 드러나면 스스로 부끄러워 못 견뎠다. 지금은 무엇이 드러나도 전혀 끄떡없다.”

 

 

종단 내 자정(自淨)은 불가능해진 상태인가.

 

“예전에는 문제가 드러나면 온 대중(大衆)들이 분노를 하고 결집했다. 그런데 이젠 많은 이들이 침묵하고 바라만 보고 있다. 그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의 도덕성이 사회적 기준에도 못 미치게 된 거다. 사회의 어느 공인도 학력위조가 드러나면 부끄러워하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마련이다. 하물며 출가한 원로 승려가 오랜 기간 자기 학력을 속인 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원장 후보에 출마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그 승려를 지지하겠다고 종단의 주류들은 발 벗고 있고.”

 

 

그 때문에 여름부터 종단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법회가 열렸다.

 

“종단은 지금 촛불법회 나온 스님들을 상대로 채증(採證)해 징계를 내리겠다고 엄포 중이다.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다. 독재정권에서나 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학력 의혹 불거진 대상이 이번에 후보 등록한 설정 스님이다. 친(親)자승계로서 유력한 차기 총무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지금 자승 원장의 지원하에서 종단 내 선거인단 풀(pool)을 다 확보해 놨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으로선 선거 전망이 굉장히 어두운 상황이다. 자승 원장이 일일이 다 사찰마다 선거인단 구성에 대해 관여를 한 사실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런 우려 때문에 총무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치르자는 요구가 많았는데 결국 무산됐다. 

 

“자승 본인도 4년 하고 재임할 때 직선제를 주장했다. 그건 곧 그간의 간선제에 대한 폐해를 본인도 인정했던 것 아니겠나. 물론 선거제도 자체가 종교 안에선 차악(次惡)이다. 내가 출가했을 시기만 해도 누군가를 지도자로 모시면 그분은 ‘난 그럴 자격이 없다’며 밤에 보따리 싸서 도망가고 그랬다. 내가 자리를 하겠다고 나서서 선거를 치르는 건 사실 세상과 다르지 않은 방식 아닌가.”

 

 

“MB 정권에서 나는 눈엣가시”

 

이명박 정부에 명진 스님은 눈엣가시였다. 최근에야 드러났지만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그를 요주의 인물로 관리·감독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인사라면 그가 운영했던 단골 식당까지도 세무조사를 했던 이명박 정부에 강남 최대 사찰의 주지였던 그가 곱게 보였을 리 없었을 것이다. 당시 봉은사는 보수정당의 텃밭인 강남 한복판 절에서 툭하면 MB 정권 규탄대회를 열었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중수부 검사들의 봉은사 출입을 금한다’고 플래카드를 걸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그랬던 자신을 국정원이 사찰하지 않았으면 그건 ‘직무유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MB 정부와 얼마나 가까웠나.

 

봉은사 주지였던 나를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여러 조치를 취한 것도 자승이었으리라 본다.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등록도 하기 전, 자승이 롯데호텔에 사람들 모아놓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자’며 건배사하고 충성맹세까지 하지 않았나. 2007년 MB 대선캠프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2010년엔 자승이 자신에게 인사 온 박선규 당시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나는 MB 하수인 소리를 듣는데 득 본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도 MB 하수인이었다는 걸 인정한 거다.

 

 

조계종에선 스님의 임기가 끝나 봉은사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과 다르다. 2010년 11월8일에 봉은사를 나왔는데 원래 임기는 11월13일까지였다. 당시 11월9일부터 12일까지가 봉은사 근처 코엑스에서 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거짓말하지 말라’ ‘헌법을 중시하라’는 문구가 적인 애드벌룬을 봉은사 위에 내가 띄워놨다. 그게 코엑스에서 너무 잘 보이니까 G20 시작하는 11월9일 전에 나를 내보내려 했던 거다.”

 

 

봉은사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는 건 사전에 했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던 건가.

 

“나가서 한 철 지내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는데 자승 원장이 ‘받아들이지 마라’ 해서 다시 못 돌아가게 했다. 내 이후에 온 주지한테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와서 ‘명진 스님 다시 못 오게 하라’고 당부도 했다는 것 아닌가.”

 

 

본인은 박근혜 정권과의 관계가 어땠나.

 

초반엔 박 전 대통령과 오히려 사이가 좋았다. 봉은사도 한번 찾아왔고,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연말이면 누굴 안 거치고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처음엔 나도 부모님을 총탄에 잃은 경험이 있으니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도 있고 괜찮을 거란 기대치가 있었다. 그런데 웬 걸. 전혀 없는 거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 앞에서 유가족들을 싸늘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일행한데 ‘저러다 천벌 받을 거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 개혁을 위한 범(汎)불교도대회가 9월1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승려와 신자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 시사저널 임준선


 

18일 단식 동안 몸무게 10㎏ 빠져

 

명진 스님이 단식에 나선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10월12일로 예정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된 총무원장은 4년간 조계종을 이끌게 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조계종 개혁의 방향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신도들이 조계종 앞에서 촛불을 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18일간 조계종 앞에서 단식을 하면서 74.5kg이었던 몸무게가 64.5kg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명진 스님이 자신의 몸을 내던지면서까지 절박하게 농성에 나선 이유는 지난 8년간 조계종에서 일어났던 일과 무관하지 않다. 

 

 

8년간의 자승 체제가 이어지는 동안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적광 스님 폭행 사건을 얘기하곤 하는데.

 

“적광 스님은 한양대 법대 출신으로 소위 종단에선 인재였다. 심성이 아주 여리고 착하다. 자승의 성추문과 도박 문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계획하고 미리 종로경찰서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실로 끌고 가서 옷을 벗겨놓고 종단 내 스님들이 무차별 집단폭행을 한 거다. 사회적으로도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중 두 명이 1000만원 벌금형을 받는다. 집단폭행에 벌금형은 사실상 벌을 안 준 거나 다름없다.”

 

 

지금 적광 스님 상태는.

 

“적광은 ‘나는 도살장에 끌려간 한 마리 짐승이었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신병원을 오가고 있겠나. 그때 오죽하면 내가 적광 스님을 불러다가 법적 대응을 하자고 했는데 맞은 데 대한 공포심도 있고, 더 이상 그 기억을 꺼내는 것 자체를 고통스러워하니까 더 나갈 수가 없었다.”

 

 

종단 내 조치는 어땠나.

 

“그런 정신병자를 만들어놓고도 자승이 그 후 한 번도 그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폭행에 가담한 자들을 현직 그대로 유지시키거나 좀 더 좋은 자리로 옮겼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난 폭행에 대한 사주를 자승이 했다고 보는 거다. 폭행 주모자 중 한 명이 지금 설정 스님 선거운동을 돕는 핵심 세력이기도 하다.”

 

 

폭력 사건 외에도 부도덕한 논란들이 끊임없이 새나왔다.

 

“조계종은 ‘은처 종단’이 됐다. 부인이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럿 있는 ‘다처승’도 많다. 모든 범죄의 근원은 거짓말 아닌가. 거짓말하는 사람이 집단의 지도자가 되면 그 집단은 끝난 집단이다. 용주사 주지가 ‘쌍둥이 아빠’라는 의혹도 2년간 계속 얘기가 나오는데 종단은 뭐 하나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부인과 아들들 얼굴이 현수막에 실려도 끝까지 버티는 몰염치함, 그게 지금 조계종의 민낯이라고 본다. 정말 이 정도로 완벽하게 도덕불감증에 걸린 종교집단은 한국 사회에 없었을 거다.”

 

 

조계사 앞에서 여전히 릴레이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마음인가.

 

단식이란 게 자기 생명을 걸어놓고 하는 거 아닌가. 결국 죽음을 걸어 놓고 살려달라고 하는 역설적인 행위다. 나는 봉은사 주지도 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책임도 있는 사람이니 괜찮다. 그러나 평범했던 대중스님들이 종단에 대한 안타까움을 안고 단식에 나선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픈 거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정작 눈 감고 있는데 말이다. 조계종의 막장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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