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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秋 군불 때자, 정부가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헨리 조지’ 언급하며 보유세 강화 주장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5(Mon) 11:00:00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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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월2일과 9월5일, 두 번에 걸쳐 강력한 집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10년 만에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투기세력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단언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세력이 당분간 몸을 낮추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다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게 그동안 학습효과를 통해 체감한 대중의 결론이다. 실제로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50일 만에 서울 송파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이 역대 어느 정책보다 강력한 카드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학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주장한 보유세 도입을 하나의 대안으로 보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지대(地代) 추구의 덫’에 걸려 있다”며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진다면 임금·이자는 상승할 수 없다’는 헨리 조지의 이론을 인용했다. 헨리 조지는 1879년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이라는 책에서 지주가 받은 지대를 전액(全額)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모든 세금은 없애자는 ‘단일 토지세’를 주장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인 부동산세(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추 대표가 제안한 보유세는 현재 부과되고 있는 보유세의 개념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담겨 있다.  추 대표가 이날 “불평등과 양극화의 원천인 고삐 풀린 지대를 그대로 두고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도 헨리 조지가 제기했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소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현역 집권여당 대표가 헨리 조지 얘기를 언급한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비서진이 써준 게 아닌가 싶어서 알아보니 2005년 추 대표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고 감명을 받아 개인적으로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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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한 정책

 

하지만 ‘지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땅을 국가가 소유하는 공산주의 정책’이라는 보수진영의 비판 때문에 헨리 조지가 주장한 개념의 보유세 도입이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 그나마 그 개념을 일부 차용해 도입했던 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부과했던 종합부동산세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 보유세 과세 기준 가격(6억원)을 낮추고,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세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대부분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종부세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세금폭탄’이란 프레임이 덧씌워지면서 참여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종부세 과세 기관이었던 국세청 내부에서는 지금도 “종합부동산세가 정말 좋은 세금 정책”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런데 현직 여당 대표가 강력한 조세 저항이 예상되는 보유세 카드를, 그것도 정권 초반에 주장했다는 것은 그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때의 사례에 비춰보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제안으로 인해 보유세 도입은 이 정부에서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문제가 돼 버렸다. 따라서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과연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주무부처 ‘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보유세 도입과 관련해 선을 그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부총리 또한 9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보유세 인상은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라며 “보유세 인상은 투기가 있는 곳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적용되고 미실현 이익에 과세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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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 부총리의 태도가 3일 만에 달라졌다. 김 부총리는 9월1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나 보유세·거래세 비중 조정 같은 이슈는 곧 구성될 조세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특위를 통한 ‘초과다 부동산 과세’ 논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김 부총리는 추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란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제안한 정책을 경제부처 수장이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충분한 대목이었다. 보유세와 관련해 당정이 어느 정도 발을 맞춰가고 있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보유세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두 사람이 언급한 보유세의 개념과 문제의식이 같다고 보긴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 대표는 헨리 조지가 주장한 것처럼 보다 급진적 개념의 보유세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제부처 입장에서 급진적이고 과도한 세금 부과는 조세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정치적 일정도 문제다. 세금 문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여론과 직결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마당에 정부·여당이 성급하게 보유세를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남 소장은 “김 부총리가 이야기하는 보유세 강화는 종부세 과세지표를 강화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집권여당 대표가 토지 공개념 그리고 지대 초과 이익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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