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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련과 불운의 연속, 청용은 다시 날아오를까

유럽 진출 후 가장 힘든 상황에 몰린 이청용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3(Sat) 19:00:00 |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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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박지성, 이영표의 뒤를 이을 한국 축구의 새 아이콘은 ‘쌍용’이었다. 쌍용은 기성용과 이청용, 두 선수의 이름이 용으로 끝나는 것에 착안해 탄생한 수식어다. 두 선수는 10대의 이른 나이에 K리그에 데뷔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유럽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두 선수는 한국 축구의 확실한 중심으로 올라섰다. 이청용은 2골, 기성용은 2도움을 올리며 16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유럽에서도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이청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가 셀틱에서 검증을 마친 뒤 2012년 여름 스완지시티로 이적, 친구 이청용이 뛰는 무대로 왔다.

 

하지만 두 선수의 운명은 엇갈렸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의 1부 리그 잔류와 중위권 도약을 견인하며 가치를 올렸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에는 국가대표 주장을 맡으며 명실상부 한국 축구의 간판이 됐다. 반면 이청용은 볼턴이 챔피언십으로 강등되며 2시즌 넘게 2부 리거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볼턴은 이청용에게 프리미어리거에 준하는 팀 내 최고 연봉을 지급하며 자존심을 세워줬지만 긴 정체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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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부상이 가져다준 시련, 이청용을 울리다

 

2011년 7월30일은 이청용의 축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새 시즌 준비 중 치른 친선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엄청난 쇼크에 이청용은 산소호흡기를 쓴 채로 병원에 후송됐다. 자칫 선수 생명을 접을 수 있었던 심각한 부상으로 9개월 동안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었다. 볼턴도 에이스의 부재에 한숨 쉬며 2부 리그로 향해야 했다.

 

2부 리그로 떨어져서도 볼턴은 이청용을 지키길 원했다. 그렇게 두 시즌이 훌쩍 지났다. 대가는 혹독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이청용이지만,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전혀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볼턴은 점점 투자가 줄며 프리미어리그 복귀 가능성이 희미해졌다. 2부 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이청용은 손흥민으로 대표되는 후배들과 대표팀 내 경쟁에서 서서히 밀렸다. 이청용을 지지했던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그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 이상 팀과의 의리를 지킬 처지가 아니었다.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위해 이적을 타진했고, 2015년 2월 크리스털 팰리스(팰리스)로 팀을 옮겼다. 2년 반 만에 돌아온 프리미어리그는 녹록지 않았다. 이적 후 두 달이 지나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팰리스 데뷔전에서 이청용은 의욕이 지나쳐 실점의 빌미를 내주며 악몽 같은 경험을 해야 했다.

 

의욕 충만하게 팰리스에서의 두 번째 시즌에 돌입한 이청용은 첫 골을 터트린 스토크시티와의 17라운드를 시작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앨런 파듀 감독은 이청용의 테크닉을 주목하며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솔직했던 것이 이청용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듀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판단, 자신을 향한 불합리한 대우를 토로했다. 이것은 영국 언론에서 화제가 됐다. 팰리스와 파듀 감독은 “사실과 다르다”며 5000만원이 넘는 벌금 징계를 내렸다.

 

인터뷰 이후 이청용이 경기에 나서는 빈도는 줄었다. 2016~17시즌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모두 총 20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 출전은 5경기에 불과했다. 강등 위기에 빠진 팰리스는 파듀 감독을 경질하고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선임하며 반전의 계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감독 교체 후에도 입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청용은 “죽을 만큼 노력했지만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느꼈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그만큼의 보상이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이적 대신 잔류 택했지만…위기의 이청용

 

2017~18시즌을 앞두고 이청용의 이적은 더 이상 고민 사안이 아닌 필수로 보였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자 새 감독 체제에 기대를 걸었다. 이청용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2부 리그의 볼턴도 영입 제의를 보냈지만 이청용은 1부 리그에 남겠다며 고사했다. 후임인 프랑크 더 부르 감독은 기존의 두 감독과 달리 편견 없이 이청용을 바라봤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실력으로만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돋보이지 않던 이청용은 교체로 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더 부르 감독을 사로잡았다. A매치 휴식기 동안 대표팀에서 제외됐지만 오히려 소속팀에 집중하며 더 큰 기회를 기다렸다.

 

리그가 재개하자 그 기다린 찬스가 왔다. 더 부르 감독은 지난 10일 번리와의 원정 경기에 이청용을 선발 출전시켰다. 개막 후 3연패 중이던 팰리스 입장에선 반전을 위한 카드였다. 더 부르 감독도 기대가 컸다. 게다가 이날 선발 출전으로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 개인 통산 100번째 출장이라는 감격도 맛봤다. 좋은 활약만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날이 될 수 있었다.

 

기대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이청용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뒤로 패스한 것이 번리 공격수 크리스 우드에게 차단당했고, 그대로 실점이 됐다. 이청용은 양팀 선수 중 최저 평점을 받으며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데 대한 냉정한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이청용의 실수로 유발된 패배가 더 부르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번리전 패배 하루 뒤의 일이었다. 지난 시즌 강등 위기로 고초를 겪은 팰리스는 올 시즌 가장 먼저 감독 교체를 택했다. 믿음을 보내주던 감독마저 떠나며 이청용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청용의 입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 리버풀, 풀럼 감독을 지낸 영국 출신의 로이 호지슨이다. 호지슨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지만 선수들과의 관계는 썩 좋지 않다. 이제 이청용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자신을 향한 구단 안팎의 시선까지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프로 선수로서 가장 힘든 시기다. 과연 이청용은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며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아직 그가 만 29세의, 포기하기엔 이른 나이라는 점이다. 내년 1월까지 이적에 대한 선택지가 없는 이청용으로선 이 모든 불운과 시련의 연속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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