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시간은 김정은 편이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0 17:32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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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호 커버스토리는 백령도 르폽니다.

 

백령도 커버스토리의 직접적인 계기는 북한이 제공했습니다. 지난 8월25일 ‘선군절’을 맞아 북한 조선중앙TV에서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최전방 섬들을 점령하는 가상훈련 모습을 대대적으로 방영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북한이 서해 섬들을 기습 점령하겠다고 발표까지 한 것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말을 들어도 “에이~ 그냥 해 보는 말이겠지” 하고 넘겼을 텐데 요즘은 때가 때이니만큼 예사롭게 들리지 않더군요. 그만큼 북한의 도발로 국지전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첫 대상이 백령도가 될 공산이 큽니다.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지금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은 위험한 핵폭주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9월15일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무려 3700km를 날아갔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쏘아올린 탄도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한 것입니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벌써 15차례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습니다.

 

백령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 시사저널 고성준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김정은은 점차 미사일 발사거리를 늘려 미국에 근접한 태평양 공해상에 미사일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공해상에 쏘면 미국이 어떡할 길이 없는 것을 노린 ‘영리한 도발’을 계속할 것입니다. 고각으로 쏴도 미국 근접한 공해상에 도달한다는 것은 정상 각도로 쏘면 미 동부까지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의 행보로 볼 때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출 때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지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 한통속입니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선제타격하는 것도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합니다. 김정은은 자신이 원하는 핵강국 반열에 북한을 올려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탄두를 50기가량 보유하게 되면 미국으로서도 북한에 위협을 안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자고 달려들 공산이 커집니다. 이때 한국이 지금처럼 분열돼 있으면 미국은 “우리가 북한에 핵위협까지 받으면서 남한을 지켜줘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이 그토록 원하던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미국을 상대로 한 핵실험을 일단 마치고 나면 남한을 상대로 국지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왜 국지전이냐고요? 김정은이 핵을 완성해도 주한미군이 있는 한 서울을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주한미군을 공격한다는 것은 곧 미국을 공격한다는 뜻이고,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전쟁한다는 것은 자멸입니다. 김정은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 서해 섬들을 기습 공격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연평도 포격에서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지도자의 전쟁의지(戰爭意志)인데, 북한은 이때 남한이 전쟁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연평도 사태 때 북한이 자국민을 학살해도 가만히 보고만 있었습니다. 연평도 해병대 병사들은 용감히 반격했지만 북한이 볼 때 이건 그리 중요한 대목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남한의 전쟁의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서해5도든 동부전선이든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남한의 고질적인 국론분열을 부추기겠다는 속셈도 있습니다. 제반사항이 확인되면 김정은은 미국을 상대로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 딜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대로라면 시간은 김정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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