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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광수의 《유정》은 왜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했을까

이정식의 《시베리아 문학기행》, 단순한 여행서 아닌 문학기행 담은 에세이

신수경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1(Thu) 19:00:00 |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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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와 함께 극동과 사할린을 문학에 담아낸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를 한국인은 매우 사랑합니다. 이곳은 한국문학의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근대소설가 이광수의 작품 《유정》은 시베리아와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얼마 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 내용 중 일부분이다. 소설가인 김영하 작가는 무인도에 가지고 가고 싶은 유일한 책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선택했고,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은 자신의 인생의 책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꼽았다.

 

명사들 역시 러시아 도시들을 꼭 가보라고 언급한다. 사실 러시아는 사람들이 여행지로 쉽게 선택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유럽이나 아시아 말고도 시베리아·바이칼·몽골을 중심으로 러시아 지역으로 떠나려는 여행자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그곳의 매력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듯하다.

 

《시베리아 문학기행》은 이런 욕구를 반영하듯, 상트페테르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멜리호보·사할린·바이칼호수 등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그곳의 유명 여행지를 소개하는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체호프·푸시킨 등 러시아 대문호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작가 이광수의 흔적을 찾아가는 문학기행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 이정식은 러시아 문학 전문가나 여행 전문 작가는 아니다. 그는 평생을 정치부 기자 등 언론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오랜 세월 시베리아와 러시아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수차례 러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점점 더 그곳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그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봄·여름·가을·겨울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평소에 시베리아 지역이나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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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핵심은 바로 ‘데카브리스트’를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데카브리스트는 1825년 12월에 러시아 혁신을 위해 혁명을 일으킨 귀족들을 일컫는데, ‘12월 당원’이라고도 한다. 혁명은 당일 진압되어 실패했고, 혁명에 가담한 수많은 귀족들이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져 처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데카브리스트는 대문호와 대작을 탄생시키는 데 직·간접적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학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도스토옙스키는 차르 체제를 비판하는 독서모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사형 직전까지 갔다가 혹독한 시베리아에서 유형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끔찍했던 경험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우리는 그의 《죄와 벌》《백치》《악령》《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만나지 못했으리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역시 데카브리스트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또한 유형 간 데카브리스트를 따라 희생을 자처한 아내들의 헌신적인 삶은 많은 이야깃거리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이 책은 시베리아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데카브리스트와 그의 헌신적인 아내들, 그리고 작가들의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광수 작가는 1930년대 일제 점령기에 왜 그토록 쓸쓸하고 황량한 시베리아로 떠났을까?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이광수와 그의 대표작 《유정》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전개된다. 《유정》은 1933년 조선일보에 76회에 걸쳐 연재되었는데, 이것은 이광수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자랑스러워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광수가 시베리아에 가게 된 것은 톨스토이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 톨스토이에 깊이 빠져들었고, 많은 것을 톨스토이의 작품을 통해 얻었다. 어쩌면 그가 문학을 하게 된 것도 톨스토이의 영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톨스토이가 죽은 지 4년 후에 시베리아에 가게 되었지만, 그에게 톨스토이는 곧 석가이자 예수였다. 친일파로도 알려진 이광수는 처음에는 독립투사들과 함께했다. 또한 여장부 의사 허영숙과의 결혼부터 이혼까지, 그리고 6·25전쟁 후 납북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는 그의 불행한 삶과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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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대사적 아픔도 들춰내

 

《시베리아 문학기행》은 단순히 그곳을 여행하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종종 잊고 있었던 우리의 시대사적 아픔을 들춰낸다.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떠났던 곳,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떠났던 곳, 많은 애국지사들이 학살당했던 곳, 그리고 수많은 한국인들이 강제 이주되어 고통스럽게 살았던 곳이 바로 시베리아 아니던가. 저자는 긴 시간 동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며 우리 역사를 한번쯤 되돌아보길 바라고 있다.

 

러시아 전체에는 11개의 시간대, 즉 11시간의 시차가 있을 정도니, 이것만으로도 러시아 대륙의 스케일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예술과 문화, 혁명의 도시로 알려진 상트페테르부르크, 동시베리아의 무역과 행정 중심지였던 이르쿠츠크 등 도시와 유명한 체호프의 산책로가 있는 멜리호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이칼호수 등을 여행하며 광활하게 펼쳐진 대자연을 만끽해 보면 어떨까. 지금 시베리아 여행을 갈 여유가 없다면, 책으로나마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시베리아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New Books

 

5초의 법칙 

멜 로빈스 지음│정미화 옮김│한빛비즈 펴냄│1만4000원

 

5초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기부여 전문가인 저자는 테드(TED) 강의에서 ‘5초의 법칙’을 소개했는데, 이 작은 시간으로도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우리가 흘려버리는 5초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지음│김보람 옮김│흐름출판 펴냄│1만4800원

 

 

이 책은 아마존닷컴 종합 1위와 빌 게이츠 추천 도서로 화제가 됐다. ‘힐빌리’는 미국의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빈곤·소외·가족해체·절망 속에서 일어선 이곳 출신 32살 청년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1만4000원

 

 

뉴욕타임스 등 24개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소설로, 19세기 노예 탈출 비밀조직 ‘지하철도(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실제 지하철도로 상상해 그린 한 노예 소녀의 탈출기다. 무엇보다 독특한 발상에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돼 독자들에게 엄청난 흡입력을 주며, 인간의 존엄성·자유라는 주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식사 

황광해 지음│하빌리스 펴냄│1만4000원

 

 

맛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서민의 소반에서 왕의 수라상까지 우리 먹거리 역사를 담았다. 옛날에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았고, 지금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한식에 대한 그 모든 이야기들과 함께 곡식·고기·생선·과채·향신 등 음식과 술에 대한 분석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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