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대 모텔촌과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묘한 만남
  • 최재호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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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저녁 개막…25일까지 97편 영화 상영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으로 울산IC를 조금 지나 울산 울주군 삼남IC로 빠져 양산 방면으로 200~300m 내려가면 곧 작천정 삼거리에 닿는다. 마치  술잔을 걸어 둔 것과 같은 모양을 한 하얀 바위가 즐비한 작괘천(酌掛川)을 따라 들어가면 '영남알프스웰컴센터'라는 현판을 머리에 단 관문이 나온다. 여기를 처음 찾는 사람이면 몇번에 걸쳐 휘둥그레지는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40여곳의 모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단연 국내 최대 규모의 모텔촌이기 때문이다. 

 

모텔촌을 옆으로 끼고 신불산 등산로 입구 방면으로 500m 더 들어가면 모텔촌과 전혀 다른 모습의 영남알프스웰컴센터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기초단체로는 가장 땅덩어리가 크다는 울주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퍼부으며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있는 '산악문화 메카'다. 이곳에서 국내 최초의 산악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리는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웰컴센터 입구 모습. ⓒ 최재호 기자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신장열 군수가 캐나다 밴프, 이탈리아 토렌토와 함께 세계 3대 산악영화제로 만든다는 목표로, 고향 친구인 만화가 박재동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와 야심차게 추진해 온 결과물이다. 

 

 

7개 섹션에 97편 작품 3개 영화관 나눠 상영 


지난해 1회 때부터 세계 산악인과 영화인의 관심을 끄는데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제는 올해 질과 양적인 부분 모두 확대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5억원 증액된 25억원. 예산이 늘어나면서 상영작도 지난해 21개국 78편에 비해 올해 97편으로 19편 늘었다. 

 

올해 영화제는 전문 산악인과 영화인 뿐 아니라 일반 관객을 감안한 작품 선정에 공을 들였다는 게 영화제 측 설명이다. 상영작은 모두 7개 섹션으로 구분된다.

 

전문 산악인들의 등반을 향한 도전과 용기를 보여주는 ‘알피니즘’ 섹션 7편, 다양한 분야의 등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클라이밍’ 섹션 12편이 상영된다. 또 스릴 넘치는 모험과 탐험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모험과 탐험’ 섹션 22편, 산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자연과 사람’ 섹션 22편도 무대에 오른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그린 ‘울주비전’ 섹션 7편도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 이외에 21일 저녁 7시30분 시작되는 개막작 '독수리 공주'와 25일 밤 상영되는 폐막작 '타쉬, 그리고 선생님'이 야외 공간인 움프(UMFF)시네마에서 마련된다.

 

97편의 작품은 개·폐막 작품만이 상영되는 움프(UMFF)시네마 이외에 상설 영화관인 알프스시네마와 신불산시네마, 가지산시네마 등 3군데에 나눠 상영된다. 이들 3곳 영화관 가운데 신불산시네마와 가지산시네마는 천막으로 지어진 임시 영화관이다.

 

개막작이 상영되는 야외 영화관 움프시네마 시설공사가 9월20일 오전에 진행되고 있는 모습.
 

97편이라고는 하지만 절반 이상이 30분 이내인 단편이다. 이에 따라 영화 본격 상영 기간인 4일 동안 전반기, 후반기 두차례에 걸쳐 단편의 경우 몇 작품 패키지로 무대에 올려진다.

 

 

온라인 예매 거의 매진​…"주민 동원 좌석 메우기 없어야"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티켓 예매가 거의 매진됐다. 지난 9월9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티켓 예매는 며칠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상영작이 매진 사례다. 영화제 사무국 측은 예상 외로 관심이 뜨겁자, 예매 표를 4매로 제한하는 등 응급 대처에 부산한 모습이다.

 

모든 영화관이 100석 안팎의 작은 규모여서, 예매를 하지 않고 멀리서 찾아오는 영화팬들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바깥 행사장만 둘러봐야 하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영화제 측은 이같은 경우에 대비, 영화관 좌석표의 20%를 현장에서 나눠줄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제대로 지켜질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현장 판매(무료)를 홍보했지만, 주민들이 동원돼 영화표를 독점하는 바람에 외지 관광객들이 이들에 밀려 입장하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려야 하는 일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언양에 사는 문화계 인사는 "지난해에는 주민들을 동원해 좌석을 메우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많이 연출돼 안타까웠다"며 "올해에는 외지 영화팬들이 관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올해에는 영남알프스웰컴센터에 건립된 입체영상관 등으로 행사장 주변 활용 공간이 좁아지면서 방문객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행사장 주변 주차대란도 걱정거리다. 영화제 측은 작천정 입구 수남지구 대형 공터에 임시주차장을 마련,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의 운행 횟수를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차를 몰고 행사장 가까이 가려는 방문차량이 왕복 4차선 도로에 개구리 주차를 할 경우 주차 대란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며 "지난해 단체 방문객으로 인해 표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일부 지적됐지만, 이같은 문제에도 적극 대처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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