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켠 남자프로골프, 갤러리들 눈길 사로잡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0 14:30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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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최저타 신기록…선수들 기량 늘고 굵직한 대회 줄이어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의 반란이 시작됐다. 남자선수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그늘에 가려 골프 팬들에게 뒷전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확’ 바뀌고 있다. 남자선수들의 기량이 몰라보게 늘어난 데다 굵직한 대회가 많이 열리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오는 10월19일부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씨제이 컵 @ 나인브릿지(THE CJ CUP @ NINE BRIDGES)가 열릴 예정이어서 골프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남자와 여자 대회가 동시에 열리면 미디어뿐 아니라 갤러리들도 여자대회에 몰렸다. 남자대회의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남자대회는 2012년부터 3년간 14개, 2015년 12개, 그리고 지난해 13개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상금도 여자대회는 31개 대회에 209억원이나 됐지만 남자는 연초만 하더라도 18개 대회에 상금도 여자의 ‘반 토막’으로 불투명했었다.

 

왼쪽부터 김찬, 이승택, 장이근 © 뉴스1·LPGA 제공

 

9월에만 총상금 37억원, 김찬·장이근·이승택 눈길

 

여자는 1968년 창설한 KPGA의 한 부서에 불과했다가 1978년 독립했다. 이때 1기 선수들이 등장했다. 남자는 대회 창설 이전에 이미 국내 프로골퍼 1호인 고(故) 연덕춘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내셔널 타이틀 일본오픈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자 중심의 대회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가 남자는 2008년 20개 대회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대로 여자대회는 급성장했다. 특히 한국 여자프로골퍼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전성기를 구사하며 더욱 여자대회에 눈길이 쏠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디어나 골퍼들은 여자대회나 여자선수에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변화가 일었다. 9~10월에 대형 KPGA투어가 집중되면서 갤러리들이 남자선수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총상금 5억원),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2억원),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카이도 Only 제주오픈 with 화청그룹(총상금 5억원) 등 9월에만 대회 총상금이 3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7억5000만원)과 10월19일부터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리는 씨제이 컵 @ 나인브릿지에 925만 달러(약 105억원)가 걸려 ‘돈 잔치’를 벌인다. 특히 신한동해오픈부터 세계적인 선수들이 몰려들면서 남자대회에 국내 골프 팬들의 발길을 당기게 하고 있다.

 

9월17일 동시에 끝난 신한동해오픈과 K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둘 다 인천에서 열렸다. 신한동해오픈은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 BMW 레이디스는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4일간 진행됐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BMW 레이디스에 몰렸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BMW 레이디스가 PGA투어 플레이오프 3차전 BMW 챔피언십과 날짜를 맞추느라 뒤로 연기해 대회를 열었다. 결국 신한동해오픈과 부딪친 것이다.

 

BMW 레이디스는 지난해 ‘대세’를 이뤘던 박성현(24·KEB하나금융그룹)을 비롯해 올해 프로에 데뷔한 여고생 최혜진(18·롯데·부산학산여고3) 등 정상급 선수들이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빠져나가면서 대형 스타가 없었다.

 

이와 달리 아시아투어를 겸하는 신한동해오픈에는 19개국에서 132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갤러리들에게 불을 댕긴 선수는 일본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김찬(27)이다. 장타력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려 425야드까지 날렸던 김찬은 3번 아이언으로 250야드를 훌쩍 넘겼다. 올 시즌 2승을 올린 장이근(24)도 날카로운 아이언 샷 감각을 발휘하며 갤러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역 후 처음으로 배상문(31)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2년 만에 팬들에게 샷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불을 지른 것은 장타자 이승택(22)이다. 9월10일 인천 연서구 드림파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한국프로골프 역사상 18홀 최저타수인 12언더파 60타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18홀 동안 이글 1개, 버디 11개, 보기 1개를 기록한 이승택도 340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한다.

 

 

갤러리 사랑 받으려면 탁월한 기량이 우선

 

갤러리들이 다시 남자대회를 찾는 데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한몫한다. 또한 시원하게 때리는 호쾌한 장타를 보기 위해서다. 여자선수들과 뭔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준다. 남자대회의 강점에 대해 ‘노마드 전사’ 왕정훈(22·한국OGK CSE)은 “남자대회는 파워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남자선수들의 파워풀한 스윙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진호(33·현대제철)는 “남자들만 할 수 있는 스핀 컨트롤이다. 실제로 직접 와서 보면 남녀 간의 기량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번 오신 분들은 지속적으로 대회장에 와서 응원해 주신다”고 말했다.

 

올 시즌 18개 이상 대회가 치러지는 KPGA투어는 선수들의 기량뿐 아니라 협회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도 갤러리들을 붙잡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것이 성공적이었다. 양휘부 회장은 취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표기업 그리고 지역 골프장을 연계하는 지방순회투어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게 잘 먹히고 있다. 지난 1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의 모두 접촉하는 등 천고의 노력 끝에 일부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카이도 시리즈를 만들어 1차 2017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 with 무안CC, 4차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 5차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남자오픈 with 블랙캣츠, 6차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 오픈을 치른 데 이어 9월28일 7차 카이도 Only 제주오픈 with 화청그룹 대회를 제주 크라운컨트리클럽에서 개최한다. 대구에서 단독으로 연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도 지역 골프대회로 우뚝 섰다. 스크린 골프 업체인 지스윙이 공식 투어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지스윙·메가오픈 2017 프리젠티드 바이 드림파크CC 대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절묘하게 결합하며 보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우승하지 못하면 기삿거리가 될 정도의 LPGA투어의 한국낭자들처럼 미국과 유럽에서 우리 남자선수들이 종종 우승 소식을 알려오는 것도 남자프로골프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갤러리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선수들의 탁월한 기량이 우선이다. 여기에 선수들이 신바람을 일으키며 기량을 펼칠 ‘놀이마당’을 만들어줄 기업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 대회가 증가하면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기량도 한층 늘어난다. 그래야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등장해 보다 많은 외국 그린에서 ‘코리아’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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