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극성부리는 알레르기 비염 주의보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9 10:30
  • 호수 14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얇은 옷 겹쳐 입어 체온 유지하는 게 중요”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재채기나 기침을 하고 콧물을 훌쩍이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증상의 상당수는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가 날리고 기온이 떨어지는 초가을에 급증한다. 초가을에도 봄철처럼 꽃가루가 많이 발생한다. 환경부 조사 결과, 9월 꽃가루 농도는 봄철인 4월과 5월에 이어 연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철 꽃가루는 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과 같은 잡초 식물에서 발생한다. 가을철 꽃가루는 8월말부터 10월까지 발생하다 이후 감소한다.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는 봄철보다 많은 129만여 명에 이른다. 기온이 1도 떨어질 때 알레르기 비염과 비슷한 중증 천식 증세는 약 15%씩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레르기는 면역력과 관계가 깊다.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항원)이 체내로 들어오면 몸에서는 면역 시스템이 작동한다. 면역 시스템은 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이때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또다시 같은 항원에 노출되면 만들어둔 항체가 작동하는데, 이것이 과잉 반응을 보일 때를 알레르기라고 부른다. 피부가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토피 피부염이고, 기도가 예민하면 천식이다. 코 내부에서 과잉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한다. 코 안이 부풀어 올라 염증이 생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침구류는 매주 빨거나 일광 소독해야

 

알레르기 비염은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다. 그러나 치료가 쉽지 않고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아이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얼굴형이 달라질 수 있다. 만성적인 코 막힘과 입으로 호흡하면서 안면 골 발육에 이상이 오거나 치아 부정교합이 생기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맑은 콧물과 심한 재채기다. 더 심해지면 코로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콧속으로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므로 코가 답답하고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증상만 보면 감기로 오인할 수 있으나, 매년 특정 계절에 심해지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원인은 유전부터 스트레스까지 광범위하다. 부모에게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자식도 같은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 요인으로 체질이 변화하면서 알레르기 비염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꽃가루, 바퀴벌레 배설물 등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환자의 기도나 코를 자극해 증상을 일으킨다. 땅콩·달걀·새우·우유 등 특정 음식물도 자극 물질이다. 찬 공기, 담배 연기, 향수, 운동, 스트레스, 특정 약물(아스피린 등)로 인해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원인 물질을 찾아 피하는 방법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가장 흔한 원인 물질은 집먼지진드기다. 집먼지진드기는 습하고 먼지가 많은 곳에서 잘 번식한다. 예컨대 이불, 카펫, 천 소파, 옷, 인형 등에 서식하며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진 비듬을 먹고 산다. 따라서 이불이나 베개 등 침구류는 일주일에 한 번씩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는 게 좋다. 번거롭다면 자주 햇빛에 말려 일광 소독이라도 해야 한다. 베갯속은 씨앗이나 깃털을 쓰지 말고, 천연고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침구류에 집먼지진드기 투과방지 커버를 씌울 수도 있다. 카펫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헝겊으로 된 가구들을 최소화한다. 침실은 자는 것 외에 작업이나 놀이 장소로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청소할 때는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한다. 집 안을 자주 청소하고 집먼지진드기에 과민한 사람은 청소 직후에 실내에 있지 않도록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니기 때문이다. 집먼지진드기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므로 실내온도를 18~21도로 유지하며 적절한 시간마다 환기한다. 되도록 가습기 사용을 줄여 실내습도는 50% 이하로 유지한다.

 

실내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도 생기기 쉽다. 특히 지하실이나 목욕탕 등이 취약하다. 겨울철에 건조한 실내에서 가습기를 사용한다면 가습기를 매일 청소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의 털이나 비듬이 원인이면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장기간 면역치료 해야

 

실외에서는 건조한 바람을 타고 날리는 꽃가루와 미세먼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꽃가루와 대기오염 물질은 공기 중에 섞여 있어 완벽하게 피하기는 불가능하므로 과다한 노출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황사용 마스크나 보호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산화황, 오존, 이산화질소, 미세입자, 일산화탄소, 대기 납 등 대기오염 물질도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의 발병 확률이 공기가 깨끗한 곳보다 4배가량 높은 23%다. 배정호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 항원이 일상 생활환경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항원에 대한 노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원인 항원에 대한 노출을 피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용하는 것이 증상을 훨씬 경감시킬 수 있다. 실내오염은 코를 자극하고 기도 과민성을 증가시키므로 공기청정기 사용이 도움이 되며 실내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물질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지 잘 모르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환자의 병력을 듣고 증상을 관찰한다. 필요할 경우 피부반응검사와 피검사로 특정 항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파악한다. 만일 코뼈의 구조적인 이상에 의한 비염이 의심되면 CT(컴퓨터 단층촬영)나 내시경으로 검사한다. 코 내부가 휘어졌거나 특정 부위가 부풀어 오른 것이 비염의 원인이라면 수술로 치료한다.

 

그러나 다른 원인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에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코에 뿌리면 콧물, 가려움, 재채기가 가라앉는다. 국소용 스테로이드제를 콧속에 뿌리면 피부 점막의 염증이 가라앉아 숨 쉬기가 수월해진다. 과거에는 이런 약들에 졸림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된 상태여서 항히스타민제와 국소용 스테로이드제를 병행해 사용한다. 정승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때에 따라서는 고주파나 레이저로 콧속 점막(비갑개)에 인위적인 손상을 주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와도 비대해지거나 콧물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손상됐던 비갑개 점막이 재생돼 정성적인 기능을 되찾으면 알레르기 비염이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각종 알레르기 환자들이 호흡기 진료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감기 걸리면 면역력 떨어져 비염 악화

 

면역치료법은 근본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정확하게 안다면, 그 물질을 반복적으로 주사해 몸에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장기간(3년 이상 매주 또는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수칙은 개인위생 유지다. 정승규 교수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갔다면 귀가한 뒤 꼼꼼히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다. 체온 조절이 잘되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온도변화에 대처한다. 에어컨, 히터 등 냉·난방기 사용 시 실내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평소 마음을 편히 먹는 게 좋다. 또 감기와 같은 계절성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