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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0(Wed) 16:30:00 |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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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초등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 학교를 쉬고 있는 상태라는 소식을 들었다. 공격자들은 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이 아니라 동성애를 가르치고 소위 ‘남혐(남자혐오)’을 조장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과 다른 왜곡된 공격이다. 하지만 나는 도발적 질문을 해 보고 싶다. 첫째, 초등학생에게 동성애를 가르치면 안 되나? 이때 동성애를 가르친다는 말을, 설마 성행위를 가르친다는 말로 알아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동성애를 가르친다는 것은 가장 단순화시켜 말하면 이 세상에는 이성애자만 있는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다. 학교에서 당연히 가르쳐야 할 일이 아닌가? 

 

또 하나 더 질문해 보자. 동성애를 배우면 동성애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동성애에 대해 아마도 공포심을 느낄 만큼은 배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동성애자가 됐나? 동성애든 이성애든, 성적 지향은 타고나는 것임이 최근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배워서 익히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지 말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요구는, 내 자식이 혹시라도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기 싫다는 뜻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좋은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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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기 때문에 동성애 같은 ‘나쁜’ 것을 배우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 캐릭터, 팬픽, 만화, 심지어 수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들 속에도 동성애 코드는 이미 차고 넘친다. 소위 말하는 브로맨스는 결국 동성애 코드 아닌가? 방송국에서 하는 설정은 괜찮고 실존하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일까? 마지막 질문이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을 왜 하필이면 동성애를 내세워 공격하는가?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여성이 주어인 평등사상이다. 별로 상관이 없다. 그 선생님이 퀴어축제에 다녀온 것 말고는. 퀴어축제는 허가받은 합법적 축제고 19금도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 핵심이 있다. 페미니즘이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성애자는 소수자며 따라서 동성애자에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에 함께 맞선다’가 기준이다. 차별에 능숙한 인간보다 차별에 분노하고 맞서는 인간이 되는 게 훨씬 낫지 않나? 차별, 그중에서도 동성애자 차별에 분노하는 아이들이라면, 그보다 덜한 많은 차별에도 자연히 분노할 것이다. 거꾸로, 페미니스트 선생님은 동성애를 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그런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아니게 된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인권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동성애를 가르친 것이 아니다. 인권을 가르친 것이다.

 

아이들은 무균지대에서 살지 않는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키스하는 사진이 나돌아 다니는 세상에 산다. 선생님이 동성애란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세상에 넘쳐나는 유사동성애담론, 즉 혐오담론들로부터 비동성애자들의 인격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에게 더 많은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한 방식은 이렇다. 교육청에서 본격적으로 모든 교사에게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 교육을 토대로 모든 학생에게 페미니즘 교육을 오히려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SNS상의 와글거림에 맡겨두는 비교육적인 상황이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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